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금융당국 무리한 해석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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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다희 기자
입력 2019-07-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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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작 기업의 일반적인 지분구조나 국제회계 기준가 크게 벗어나

[사진=구글]

[데일리동방]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를 받은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대표 구속영장이 또 기각됐다. 지난 5월에 이은 두번째 구속영장 기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분식회계판단이 합작 기업의 일반적인 지분구조나 국제회계 기준과 크게 벗어나는 것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문제의 핵심은 삼성바이오가 지난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목적으로 설립한 합작 법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배구조 이슈다.

삼성바이오는 2012년 바이오젠과 자회사인 에피스를 합작해 설립하면서 바이오젠에 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살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부여했다. 콜옵션은 주식을 미리 정해놓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로 기업가치가 상승하더라도 일정 가격에 지분을 넘기는 것이다. 기업가치가 오르면 그 만큼이 회계상 부채로 책정된다.

그러나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삼성바이오와 미국 바이오젠이 에피스를 2012년부터 공동지배하고 있었으나 단독지배를 한 것으로 회계처리를 함으로써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최종 결정했다.

이에 자본시장법 전문가들은 수사의 단초가 된 금융당국의 삼성바이오 지배구조 판단이 애초부터 무리한 해석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합작 기업의 지배구조에는 한 파트너가 경영을 주도하는 단독 지배구조와 파트너들이 대등한 공동경영을 하는 공동 지배 구조로 나뉜다. 합작 기업의 지배 구조가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는 지분율과 실질적 의사결정 구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합작회사 지분구조가 단독 지배 구조이면 연결회계, 공동 지배 구조이면 지분법 회계방식이 사용된다. 삼성바이오는 합작 법인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 지분율 85%, 이사 5명 중 4명 임명권, 대표이사 임명권 등을 확보해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셈이다.

실제 미국 바이오젠은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이 삼성에 있다고 명시한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회계처리기준은 기준의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추성적일 뿐만 아니라 다의적 표현이 적지 않게 발견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적법성을 가리기 쉽지 않다. 자칫 외부감사법상의 처벌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회계사는 “바이오젠이 개발제품 신규 추가와 판권매각에 관한 동의권을 확보했으나 이는 다수 지분 파트너가 경영권을 독식하는 것을 막는 소수 지분파트너 보호장치로 판단해야 한다”며 “공동 지배 구조의 근거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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