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강남4구 재건축, 전고점이 눈앞...급격히 뛴 가격에 매수세 숨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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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최지현 기자
입력 2019-07-0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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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파구 잠실5단지 인근 SG공인 "전고점보다도 5000만~6000만원 오른 상태"

  • 양천, 영등포 등 강북권 일부 지역도 재건축 중심 오름세

  • 국토부 "서울 아파트값 주간 변동률 0.3% 넘고 이 상태 이어지면 추가 대책 고려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에 철거를 위한 안전펜스가 세워졌다.[사진 = 최지현 수습기자]

"사실상 지난해 8월 고점을 넘어섰다고 봐야죠. 지난해엔 호가를 고점이라 했지만 지금은 그때 고점대로 실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니까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인근 J공인 관계자)

7일 찾은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부동산 시장은 대기 수요자들의 매수심리가 살아나면서 실거래가, 호가 등이 오름세를 타고 있었다. 일부 단지에서는 지난해 여름 전고점을 뚫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 같은 분위기에 집주인들은 내놓은 물건의 호가를 올리거나 회수하는 식으로 반응하고 있다. 일부 매수 대기자들은 급격히 오른 가격에 부담을 느껴 숨고르기하고 있다.

주택 시장이 꿈틀거리면서 일부 단지에서는 기자 방문을 꺼리는 모습도 나타났다. 강남권 아파트값이 반등 조짐을 보이면서 정부가 '합동점검' 카드를 꺼내드는 등 예의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경[사진 = 윤지은 기자]

◆ 전고점 뚫었다? 강남4구 재건축 중심 무서운 오름세...감당 못한 수요 주춤

강남4구 재건축이 너나할 것 없이 전고점을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매수 대기자들은 주춤하는 모양새다. 단기간에 급격히 오른 가격이 부담으로 다가온 탓이다. 매수 대기자들이 망설이는 데는 국토교통부가 추가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 이날 국토부는 "서울 아파트값의 주간 변동률(한국감정원 통계 기준)이 0.3%를 넘고 이 상태가 이어지면 과열 단계로 판단해 추가 대책을 고려할 것"이라 밝혔다. 매수세는 다소 사그라졌지만 집주인들의 콧대는 꺾일 줄 몰라 시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은마아파트 인근 H공인 관계자는 "전용면적 76㎡의 경우 지난 1~2월 15억~16억원대에 팔리던 물건들이 호가 기준 18억5000만원까지 올랐다"며 "실거래는 18억원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인근 O공인 관계자는 "올 초엔 거래가 거의 없다가 3~5월 거래가 많았다"며 "지난주까진 시장 움직임이 활발했는데 가격이 급격히 뛰고 정부에서 또 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하니 매수문의도 잠잠해졌다"며 "그렇다고 집주인들이 가격을 내리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근 개포동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개포주공1단지 인근 ST공인 대표는 "전용면적 49㎡의 경우 호가는 전고점 수준인 18억5000만원까지도 나온다"며 "실거래는 18억원까지 됐다. 매수세가 호가를 어느정도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18억원 넘은 가격에도 구매를 고민하는 분들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개포1단지의 경우 지지부진하던 재건축이 이주 국면을 맞으며 수요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변모했다는 설명이다. 개포1단지 이주는 현재 1가구를 제외하고 모두 끝난 상태다. 인근 SW공인 관계자는 "이주가 본격화하고 철거 펜스가 들어서면서 매수 의사가 있던 분들 중심으로 문의가 늘어난 듯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최근 거래는 뜸한 편"이라며 "집주인들이 집값이 더 뛸 거라 예상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상향 조정하는 경우가 있어서 그렇다. 매수 대기자들도 '너무 오른 것 아니냐'면서 관망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인근 SG공인 관계자는 "3개월 새 3억5000만원 정도 뛰었다"며 "전고점보다도 5000만~6000만원 정도 올랐다"고 전했다.

잠실5단지 인근 SM공인 대표는 "시장이 살아나는 것 같았는데 가격이 오르니까 살 사람이 못 산다. 팔 사람도 내려서는 안 팔려고 한다"며 "우리도 매수 대기자들에게 조금 더 기다렸다 사라고 권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인접해 있는 강동구도 비슷한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둔촌동 둔촌주공 인근 G공인 관계자는 "한 달 새 실거래가가 1억원 이상 뛰었고 급격하게 오른 지는 열흘 정도 됐다"며 "지난해 여름 전고점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까지 올랐다. 평형별로 근접 정도에 차이는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열흘 전까지 거래가 활발하다가 가격이 뛰면서 다소 움츠러들었다"며 "강보합 상태"라고 덧붙였다.
 
강동구는 강남4구 가운데서도 입주물량이 많은 편이지만, 이 부분이 매맷값에 주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설명이다. 명일동 삼익그린2차 인근 D공인 관계자는 "근처 래미안명일역솔베뉴가 지난 6월부터 입주 중인데, 근처에 새 아파트가 들어서니 우리도 그 영향을 받아 같이 오르는 것 같다. 새 아파트 입주 때문에 가격이 하락 조정되는 건 전세에 국한한 얘기"라고 전했다.

재건축뿐 아니라 일반 아파트 단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인근 H공인 관계자는 "올초 저점을 찍고, 현재는 작년 전고점을 80~90% 정도 회복한 상태"라며 "3월 중순 이후 매수문의가 조금씩 있었고 4~6월 꽤 많았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도 마찬가지다. 인근 W공인 관계자는 "재건축이 오르니까 엘리트도 같이 뛴다"며 "오름세는 4월부터 체감했다. 지금과 그때를 비교하면 1억~2억원 정도 차이난다. 엘스의 경우 16억원 아래에서 팔리던 전용면적 84㎡가 지금은 17억~17억5000만원에 나온다. 고점을 뚫은 정도는 아니고 회복했다"고 전했다. 이어 "매수자들이 그 가격에도 못 사서 안달난 건 아니다. (가격이 오르면서) 주춤하고 있다.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인다"고 전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아파트 전경[사진 = 윤지은 기자]

◆ 목동·여의도 등도 재건축 중심 오름세 감지
 
목동·여의도 등 재건축 단지도 가격 오름세가 감지된다. 양천구 목동 목동신시가지5단지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지난 4월보다 2억원 정도 올랐다. 지난해 여름~가을 가격에 거의 근접했다"며 "급매가 빠지고 호가가 오르면서 이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수자들은 주춤하기도, 오히려 달려들기도 한다. 달려드는 사람들은 더 오를 거란 생각 때문에 불안해하는 것 같다. 집주인들은 물건을 내놨다가 회수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소재한 B공인 관계자는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 전반적으로 가격이 올랐고 거래량도 늘었다. 작년 여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며 "4월보다 실거래가가 2억원 정도 올랐으며 호가는 3억~4억원가량 뛰었다"고 말했다. 이어 "매수자는 계속 있는데 매물이 없다"며 "많이 팔리기도 했고 있던 것도 들어가서 그런 듯하다"고 첨언했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계속되고 있는데도 반등세는 점점 뚜렷해지는 데 공인중개업소 대표들은 "예상했던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억눌려온 유동자금이 견디지 못하고 투자가치가 높은 강남권 아파트, 그 중에서도 재건축으로 쏠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화폐개혁설, 금리인하설 등이 불거지며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는 유동자금은 더욱 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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