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은퇴자 집중되는 향후 3~4년 소비시장 더욱 혼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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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 기자
입력 2019-07-0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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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겸 인구정책연구센터장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겸 인구정책센터장.[사진=본인 제공]


내년부터 출생아가 사망자보다 적어지는 인구 자연감소 현상이 시작된다. 오는 2028년부터는 총인구수가 5194만 명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돌아선다. 인구절벽 현상이 예고되고 있다. 통계청이 올들어 내놓은 장래인구추계 내용이다.

유엔(UN) 인구추계와 비교해보더라도 2065년에는 우리나라 생산연령인구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5개 중 가장 낮을 뿐더러 고령 인구 비중도 가장 높은 것으로 전망될 정도다. 인구절벽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정부 역시 부랴부랴 범정부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이르면 이달 말께 인구 정책을 새롭게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제는 인구정책 TF가 기존 총인구에 기반한 정책을 내놓을 경우, 향후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제때 대처하기 어려워 진다는 데 있다. 그동안 그래왔다. 인구 구조 변화 속에서 가장 우려되는 분야는 내수다. 곧바로 소비의 문제로 직결된다.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이같은 인구 변화는 없었다"며 "총인구 변화로만 인구를 바라봤던 시각에서 벗어나 인구 구조 변화를 살펴볼 때 그나마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미 인구 절벽 얘기는 나놨지만, 정부와 한국 사회가 인구 변화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은퇴자 혼란 3~4년 지속될 것"

조 센터장은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한 영향 보다는 은퇴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시장에서 소비를 해줄 사람이 줄었다"며 "은퇴 이전에 소득이 있을 때랑, 줄었을 때 소비 행태가 바뀌는데, 베이비부머 세대인 58년 개띠가 이미 은퇴한 상태여서 그 여파가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59년생 돼지띠도 80만명에 달할 뿐더러 89만명에 달하는 61년생 소띠도 2021년에 60세가 돼 은퇴자 행렬에 들어선다. 

조 센터장은 "그동안 남편이 보통 생산하고 여자는 보통 사모님이었는데, 남편이 은퇴하면서 여자는 더이상 사모님이 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다시 말해, 소비를 못한다는 것인데, 이같은 소비 변화가 내수시장 위축을 불러오게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소비 위축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 센터장은 "시장도 그렇고 정부의 정책 역시 모든 게 구조화돼 있어 소비가 줄어들 때 무슨일이 있을까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게 문제였다"며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그런 인구 변화가 시작됐고 인구의 재구조화가 앞으로 3~4년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앞으로 3~4년 사이에 시장이 꽤 혼란할 것이라는 얘기다. 

조 센터장은 "3~4년 후 정비가 된다는 것은 조정이 좀 이뤄진다는 얘기인데, 급증하는 은퇴자들이 어떠한 삶을 살아가는 지 패턴이 나와야 그에 맞는 대처가 이뤄지 수 있을 것"이라며 "은퇴자들이 앞으로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소비시장이 연장될 수 있는 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같은 인구 구조 변화 속에서 정부와 우리 사회가 이같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조 센터장은 "의사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나이가 든 사람인데, 이런 분들이야말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은퇴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정부를 지목했다.

그는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은퇴하게 되면 은퇴자들의 퇴로가 없어질 수 밖에 없다"며 "무엇을 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이런 부분에 대한 대안 제시가 없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더구나 소득주도성장에 기반한 최저임금 여파 역시 은퇴자들의 갈 길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조 센터장은 "인건비 상승으로 은퇴자들이 자영업으로 진출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인구정책 TF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앞서 지난 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개괄적인 인구정책 TF의 단기·중장기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이르면 이달 말께 세부 정책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조 센터장은 "각 부처에서 특별하게 (인구정책 방향에 맞춰) 무엇을 준비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정책이 만들어질 때까지 과정이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크다"며 "민간은 빨리 변화하는 데 정부 부처는 늦어질 것이고 이렇다보니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칠 부정적인 파장을 줄여나갈 수 있을 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인구 정책 상 세종은 좋은 본보기'

고령화와 함께 우리나라의 인구구조 변화에 영향을 주는 것이 저출산 문제다. 

조 센터장은 "아이를 낳는 분야는 복지 보다는 출산의 근본 원리를 탐구하려고 한다"며 "출산의 기본 원리가 무엇인지를 찾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출산의 답을 찾기 위해 인구경제학자인 토마스 로버트 멜더스의 이론에 주목한다.

조 센터장은 "인구 밀도가 높으면 출산율이 낮다는 건데, 먹는 것만 충분하다면 아이는 계속 나온다"며 "다만, 중요한 것은 인구 밀도가 높은 곳에서 왜 태어나는 아이가 감소하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구 밀도가 높으면 생존이 중요하지, 재생산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사람은 더 나아가 심리적인 밀도가 있는데, 우리나라 청년들의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또 생존을 하기 위한 청년들의 물리적·심리적 밀도가 높아 복지 혜택을 줘도 출산이 어렵다는 게 조 센터장의 시각이다.

물리적인 밀도와 심리적인 밀도를 낮출 수 있는 정책이 출산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한 예로 조 센터장은 세종시를 주목했다. 

그는 "지난해 서울시 합계 출산율이 0.76명인 것에 비해 세종시는 1.57명으로 집계됐다"며 "세종시 공무원들은 서울로 다시 올라오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정착하고 출산을 하는 것이고 다시 서울로 가야 하는 직업의 종사자는 세종시에서 결혼 조차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서울 등 수도권 밀집도를 흩트려놔야 한다는 얘기다. 조 센터장은 "나주 혁신도시와 같은 경우는 좋은 사례로, 만약 그렇게 분산하지 않았더라면 전라도 인구는 더 빠졌을 것"이라며 "경쟁 마인드를 주이고 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삶을 재구조화해야 하며 이에 대한 사회전체의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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