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의 틈새시장 진출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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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평규 전 중국 연달그룹 수석부회장
입력 2019-06-28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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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는 기회…中 고급 내수시장 개척에 '집중'해야

조평규 전 중국연달그룹 수석부회장

지난 6월 1일부터 미국은 중국산 대부분의 수입제품에 대해 추가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전방위적으로 비관세 장벽도 세워 중국의 진입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미국과 경쟁하는 국가의 제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내리거나, 미국을 대신할 제3국 제품에서 대체재를 찾는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의 성(省) 서기(書記)나 차관급 인사, 혹은 기업체 고위직이 한국을 방문해 한·중 경협을 협의하는 경우도 부쩍 늘고 있다.

위기는 기회를 가져다 준다.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의 수출을 억제하고 내수 경기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회의 창이 열리는 분야도 적지 않다. 양국이 '관세폭탄'을 주고 받으면 대체할 만한 분야는 어부지리를 챙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화웨이나 하이얼 등 중국 통신 및 가전사에 대한 미국의 제재로,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은 휴대폰이나 가전분야에서 반사 이익을 누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 중국이 미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은 주로 기술기반 소프트웨어, 운송장비, 전자제품, 화학제품 등으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나라로 일본, 독일, 한국, 프랑스가 꼽힌다.

우리나라는 대중 무역 방면에서 유럽 선진국과 비교해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우리는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있어 관세의 장벽이 낮고, 비관세 장벽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도 서방에 비해 뛰어나다.

우리와 중국은 국경을 접하고 있어 물류비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애프터 서비스도 중국 국내와 거의 같은 수준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도 우리의 장점이다. 한국산 원·부자재 및 원료의 품질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고, 가격은 그들보다 경쟁력을 가진 분야가 많다.

중국의 인당 국내총생산(GDP)가 1만 달러를 넘어섰고, 상하이는 2만 달러를 넘어섰다. 중국에도 계층이나 지역간 적지 않은 소득 격차가 존재하지만, GDP 평균 1만 달러 초과는 고급소비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는 지점이다.

중국에서 옷은 이미 의복으로서의 기능 외에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수단이 됐고, 사람들은 차량 브랜드와 배기량으로 부와 능력을 과시한다. 한끼 식사는 배고픔을 해결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맛과 영양, 그리고 동석하는 사람의 수준과 지출비용으로 접대 수준을 평가 받는다.

우리는 중국보다 좀 일찍 고급소비를 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중국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의 품질과 가격을 안다는 것은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피터 드러그(Peter Drucker)가 “마케팅의 목표는 판매 행위를 소용없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듯이 우리는 중국 소비자 욕구를 잘 파악할 수 있는 경험을 가지고 있고, 그들이 원하는 가치를 적절하게 제시 할 수 있는 디자인 및 서비스, 그리고 제조 능력을 구비하고 있다.

그 동안 우리의 대중 수출액은 많지만, 원료나 부품·중간재 비중이 80%에 달해 실질적으로 중국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생활형 제품은 화장품, 휴대폰, 의류 등으로 매우 제한적이었다. 우리의 밥상에는 중국산이 적지 않지만, 중국인의 식탁에서는 한국산을 구경하기 어렵다. 

이번 기회에 우리는 중국의 고급 내수시장 개척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저가형 상품은 중국 로컬업체와 어려운 경쟁을 해야 하는 분야이므로 제외시켜야 한다. 중국에서 먹힐 수 있는 상품은, 품질은 선진국 수준이고 가격은 선진국 제품과 비교해 경쟁력을 가진 영역의 품목이다. 한국에는 검증된 식품이나 가전 및 바이오 제품, 기능성상품, 교육서비스, IT, 의료용품, 고급형 가정용품이나 서비스들이 적지 않으나 제대로 된 마케팅 활동을 해보지 못한 분야가 많다. 이번 기회에 중국의 고급 내수시장을 목표로 뛰어 들면 성과가 상당할 것으로 본다.

중국 시장을 개척하려면 중국전문가는 필수적이다. 올해는 한·중 수교 27년째다. 이제 우리의 기업에도 중국에서 장기간 근무하면서 경험을 쌓은 간부들과 임원들이 적지 않다. 중국에서 공부한 유학생이나 한국에서 공부한 중국인 유학생들도 층이 두터워졌다. 중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중국의 문화나 역사, 그리고 상관습을 잘 아는 인사를 찾아보면 의외로 많다. 이들을 중국의 고급상품 시장 개척의 첨병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미·중 무역전쟁을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관점으로 접근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중국 고급내수시장을 개척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중국의 경제발전이 지속되고 군사력의 축적이 계속되는 한, 미·중 간 패권전쟁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중 무역전쟁이 단기간 봉합되거나 해결되더라도 중국 고급상품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 날 비즈니스의 핵심문제는 제품의 부족이 아니라 고객이 부족한데 있는 데, 중국은 구매력 있는 소비층이 매년 증가하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또한, 중국은 중저가 상품의 생산설비에 대한 과잉투자로 과잉생산은 결국 이윤을 떨어뜨리는 구조로 되어 있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고급상품이나 고급서비스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고급품 시장에서 중국기업에 비해 경쟁력을 가진 분야가 많다. 글로벌 경영환경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 될 수밖에 없다. 미·중 무역전쟁의 이면에는 틈새시장에 진출할 기회도 상당히 많다.

조평규 전 중국연달그룹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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