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中진출 제조업의 귀국

조평규 전 중국연달그룹 수석부회장입력 : 2019-06-21 06:00

조평규 전 중국연달그룹 수석부회장.

미·중 무역전쟁이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며 전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제조업에게도 불똥이 튀기 시작했다. 국내에 생산공장을 가진 삼성, LG 등 대기업은 발 빠르게 한국으로 이미 유턴을 했거나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 한국에 제조 시설이 없거나, 혹은 있더라도 이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한 둘이 아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뒤끝 있는 장기전이 될 것이 분명한 이상, 이번 계기에 중국에 진출한 한국 투자기업을 본국으로 대규모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

한국산 원부자재로 중국 현지공장에서 가공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기업에게 미국의 '관세폭탄'은 사업을 접어야 할 만큼 충격적이다.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해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이 아닌 이상, 무역전쟁 타격으로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세로 이어질 경우, 현지에서 엄청난 불황을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마케팅을 전담하는 부서를 제외한 제조분야는 시급히 철수를 검토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야기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우리 기업들이 본국으로 귀국하는 것에 대해서 붙잡을 수 있는 명분이 거의 없다. 지난 몇 년간 중국정부는 자국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직·간접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비관세 장벽인 각종 규제로 우리기업에게 불이익을 줬다.

중국 기업들이 기술만 빼먹고 버릴까봐, 첨단기술이 노출될까를 걱정하던 우리 기업들은, 중국 내 인건비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철수의 명분은 충분하다. 한국으로의 유턴이나 제3국으로 이전을 고민해온 우리 기업들에게는 기회일 수도 있다.

미·중 무역 전쟁에 독일·일본은 물론이고 아시아 주요국도 미국 손을 들어 주면서, 철수를 서두르고 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의 매력을 알고 있으면서도 미국 편을 드는 이면에는 중국에 진출한 자국 기업들을 국내로 불러들이기 위한 전략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의 제조업은 과거와 달리 인공지능이나 로봇을 많이 활용하기 때문에 인건비 비중이 높지 않다. 본국으로 유턴해도 제조원가 상승은 거의 없다. 중국에 눌러 앉아 중국 정부의 불평등 대우를 받거나, 중국 로컬기업과의 끝없는 경쟁과 미국의 관세폭탄을 맞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현지기업을 한국으로 유턴하려고 해도 걸리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현지에 투자한 공장이나 장비는 팔려고 해도 살려는 사람도 없다. 공장부지도 정부에 반환해야 한다. 기계장치나 설비를 판다고 해도 고철 값에 지나지 않는다. 청산하려고 해도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국내의 최저임금제와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등 각종 규제는 물론 강성노조도 큰 걸림돌이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유턴기업 종합지원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이외의 지역으로 이전을 한정함으로써 실효가 없는 정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유턴기업에게는 한시적으로나마 수도권 입지 규제를 풀던가, 서울이나 수도권에 저렴한 공단을 신설하는 등 특혜를 내세워야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노조단체들도 귀국하는 기업에게는 노조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외국에 나가 있는 기업을 본국으로 유치하는 정부 태스크포스(TF)팀에 노조도 참여하게 하여, 노조가 나서서 유치 활동을 하는 발상의 전환도 검토해 볼 일이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은 제조업을 키우는데 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두고 있다. 이들은 유턴기업을 위한 각종 특혜 조치를 시행해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일본의 경우, 법인세를 낮추거나, 수도권 공장제한법과 공장재배치촉진법을 없애 수도권 공장 진입규제를 폐지했다. 중국 등 해외로 나갔던 기업들이 속속 귀국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해외직접투자(FDI)가 사상 최대인 141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기업의 해외 진출이 확대되는 만큼 계속해서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기업 해외투자의 지속적 증가는 국내 고용시장을 악화시킬 것은 뻔한 이치다.

해외투자에는 적지 않은 리스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는 이유는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 주 52시간제의 엄격한 시행, 세금인상과 각종규제, 노조들의 불법적 행위, 산업안전과 환경보호의 엄격한 집행 등으로 한국에서 사업하려는 의지를 정부가 꺾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고용을 중시하면서도 반기업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을 보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제조업은 서비스업 등 다른 업종에 비해 고용효과가 훨씬 크다. 유턴기업에 대한 규제 철폐나 혜택은 해외기업의 국내 유치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해외로 나가려고 하는 기업 유출을 방지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또한, 해외공장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기술유출을 막을 수 있고, 개도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비하여 차별화된 ‘메이드 인 코리아’ 고급 상품을 만들 수 있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 할 수도 있다.

정부는 신속하게 각종 규제도 풀고, 실효 세율을 낮추고, 노조들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 집행을 하고, 수도권 입지 규제를 풀어 귀국하는 유턴기업을 환영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은 가속되고, 몇 년 못 가 한국은 마이너스 성장국가로 내려앉을 것은 뻔해 보인다.

조평규 전 중국연달그룹 수석부회장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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