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 원베일리·래미안 라클래시 '후분양'…"정부 독려한 후분양 강남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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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19-06-2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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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에 반발해 잇따라 후분양을 결정하고 나섰다.

삼성동 상아2차(래미안 라클래시),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원베일리)가 후분양키로 했고 강남권 다른 재건축 단지들도 후분양을 추진하거나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후분양의 확산 가능성, 그 성공여부 및 파장이 재건축 시장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앞으로 후분양은 강남권에 국한될 뿐 강북으로 확산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강남권 재건축 후분양이 고분양가를 낳아 서울 전역 집값을 부추길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애초 정부는 소비자들이 아파트의 실물을 본 뒤 구매 여부를 결정하고, 하자로 인한 분쟁이 줄어들도록 후분양에 나설 것을 독려했다. 하지만 강남에서는 후분양이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한 히든카드로 등장하며 정부의 셈법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부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후분양을 선택하면 분양가가 올라 소비자들의 강남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아2차 재건축 조합은 전날 대의원회를 열고 일반분양 115가구에 대해 준공후 분양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해당 아파트의 일반분양은 2021년 9월 이후 가능할 전망이다.

향후 총회 추인을 받으면 후분양을 확정짓는다. 홍승권 상아2차 조합장은 “현 분위기상 조합원들의 만장일치 동의를 얻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후분양제란 아파트 건설 공정의 80% 이상을 마친 상태에서 소비자에게 분양하는 것이다. 상아2차가 준공후 분양을 선택한 것은 준공 후 분양을 하면 다른 건설사의 연대보증이 필요 없어서다.

상아2차가 후분양을 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은 허그(HUG)와 작년부터 분양가를 두고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서다. 허그는 ‘디에이치 포레센트’(일원대우)와 같은 분양가를 적용받을 것을 상아2차 조합에 요구했다. 올해 4월 분양한 ‘디에이치 포레센트’의 3.3㎡당 분양가는 4569만원이다. 현재 상아2차 일대 아파트 시세는 3.3㎡당 6500만원 선으로 허그가 요구하는 분양가보다 3.3㎡당 2000만원 가까이 높다.

강남 재건축 단지 중 후분양을 결정한 곳은 상아2차만이 아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통합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 원베일리’도 후분양을 한다. 원베일리 조합 관계자는 “공정률 100%일 때, 즉 조합원 모두가 입주한 뒤 일반분양을 할 것이다”며 “향후 강남권은 부동산 가격 상승이 확실하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해서 후분양을 하기로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강남 재건축 단지들을 중심으로 후분양을 검토하는 곳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주요 단지들은 아직 분양방식을 검토할 단계가 아니라는 설명이나, 향후 허그와 분양가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후분양을 고민하겠다는 반응이다.

성흥구 방배13구역 조합장은 “사업비 대출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아직 일반분양을 거론할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향후 허그와 분양가를 두고 갈등하면 후분양을 고민할 수 있다”고 문을 열어뒀다. 반포주공 1.2.4주구 오득천 조합장도 “아직 후분양을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는 입장이다. 

다만, 전반적인 분위기가 후분양을 독려하더라도 막상 뚜껑을 열면 확실한 입장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포우성은 지난 12일 조합원 총회에서 후분양제 도입을 논의했지만, 자금 조달 부담 등으로 결정이 유보됐다. 조합 관계자는 “아직 다음 총회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후분양이 서울 전역으로 확대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면서도 정부가 독려한 후분양이 엉뚱한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함영진 직방 랩장은 “강남권 한강변 재건축 단지는 후분양을 검토하고 일부 단지는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 같으나 서울의 모든 정비사업장으로 퍼지기에는 제한적이다”며 “청담 홍실아파트처럼 일대일 재건축을 진행하든가 분양가 일부를 옵션으로 전가하는 식으로 허그의 규제를 피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정부는 가격 통제를 받고 후분양을 하길 바라겠지만 강남에서는 분양가를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후분양이 악용되고 있다. 정부는 무척 당황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후분양을 하면 분양가가 높아져, 청약자들이 가진 프리미엄이 사라진다. 후분양은 무주택자들 입장에서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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