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과 만난 VR…'테크 저널리즘'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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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19-06-1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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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물이 솟구친다. 바람은 으르렁대며 귓전을 때린다. 당신이 서 있는 옥상 바닥이 흔들린다. 바라보는 곳마다 홍수가 서서히 차오른다. 퍼붓는 빗속에서 이웃들도 당신처럼 집 지붕에 서서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면서 절망 속에서 소리치고 있다. 물에 휩쓸린 한 사람이 떠내려간다. 옥상이 있을 정도로 운이 있지 않은 사람인가 보다. 당신은 헬리콥터 소리를 듣고 헬리콥터가 날아가는 것을 본다. 당신은 손을 흔들고 흔들어보지만 헬리콥터는 그냥 가버린다."

2005년 미국 남부를 덮쳐 1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역대 최악의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눈앞에서 재현됩니다. 제레미 베일렌슨 스탠퍼드대 교수와 미국 라디오 NPR의 바버라 앨런 기자가 2012년 함께 만든 가상현실(VR) 저널리즘의 한 장면입니다.

이들은 폭풍우에 처한 이재민들의 공포와 고통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의기투합했습니다. 활자나 영상 중심의 기존 미디어로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주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활용돼 온 VR은 이처럼 점차 보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저널리즘 또한 적극적으로 VR과의 접목을 꾀하고 있는 영역 중 하나입니다. 뉴욕타임스나 CNN 등은 이미 VR을 활용한 몰입형 저널리즘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뉴욕타임스의 경우 지난 2015년 종이신문 구독자를 대상으로 구글 카드보드를 무료로 증정하기도 했습니다. 스마트폰을 삽입해 간이 VR 헤드셋처럼 이용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지만 VR 자체의 기술적 한계가 분명해 예상보다 큰 반향은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기존 통신 속도가 제공하는 데이터 전송 속도와 지연 시간이 대용량의 VR 콘텐츠를 원활하게 재생하기엔 무리였기 때문이죠. 이는 곧 VR 시장 자체의 침체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5세대(5G) 이동통신의 상용화와 함께 VR 시장도 활기를 띄고 있습니다. LTE에 비해 데이터 전송 속도가 20배 빠르고, 지연 또한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덕분입니다. 콘텐츠를 순식간에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즉각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해지면서 시청만 하는 게 아니라 참여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콘텐츠' 활성화의 길이 열렸습니다.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VR의 특성을 어떻게 저널리즘과 조화할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전방위 영상이 아닐 경우 VR로 제작할 이유가 없습니다. 기껏 VR 헤드셋을 썼는데 한쪽으로만 시선을 고정해야 할 경우 3D TV를 보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용자를 몰입시키는 방법에 대한 문제도 언론계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일반 영상 콘텐츠가 수용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부분을 보여줬다면, VR 콘텐츠에서는 수용자가 보고싶은 장면을 보게 됩니다. 중요한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전달할지가 관건이 됩니다. 기존의 문법을 넘어서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셈입니다. 영화감독에서 VR 콘텐츠 제작자로 변신한 브렛 레오나드는 이 같은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두고 '스토리월딩'이 필요하다고 명명하기도 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릴 'CES 2020'에서 5G 기술을 활용한 저널리즘을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5G가 일상을 바꾼다'는 한 이동통신사의 광고 카피가 실현될 날이 머지 않은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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