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턱 넘어도…반쪽짜리 ‘벤처기업확인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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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19-06-1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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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벤처기업확인기관장, 공공기관이 맡으면 민간 이양 의미 퇴색

  • 전문가들 “제2벤처 붐 의미 생각해야”

벤처인증평가제도는 시장친화적 관점 전환과 민간 주도 평가제 개편을 위해 2006년 이후 10여년 만에 변화를 앞두고 있지만,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반년 넘게 국회에서 계류 중인 것도 문제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완전한 민간 이양이 아닌 반쪽짜리 평가제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작년 9월 기준 벤처기업 수는 3만6466개, 연간 벤처기업확인심사 대상 건수는 약 1만8000개에 달한다. 벤처기업확인의 유효기간이 2년이기 때문에 인증을 갱신하는 벤처기업과 해마다 늘어나는 스타트업 수를 감안하면 벤처기업확인심사 대상은 연간 4.9%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급변하는 벤처기업을 누가 평가하고, 인증하느냐는 것이다. 중기부가 제출한 개정안을 살펴보면, 기술보증기금이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법령에서 특정한 벤처기업확인기관은 중기부 장관이 지정한 기관 또는 단체로 대체된다. 또한, 벤처기업확인기관의 장은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벤처기업확인위원회를 조직해 벤처기업 해당 여부를 심의하게 돼 있다. 향후 벤처기업 평가는 민간 중심의 위원회가 주도하고, 벤처기업확인기관은 보조적 역할만 수행하는 방향이 개편안의 핵심이다.

벤처기업확인위원회 위원을 어떤 방식으로 선정할 지는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시행령으로 정하게 된다. 다만, 조직 구성상 벤처기업확인위원회는 벤처기업확인기관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벤처기업확인기관을 어디로 선정하느냐가 ‘민간 주도 개편’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 중심의 벤처인증평가를 위한 예상 조직구성도.


현재 개정안 내용상으로는 공공과 민간 모두 벤처기업확인기관장이 될 수 있다. 벤처기업협회나 이노비즈협회 등 민간 조직이 벤처기업확인기관장이 될 가능성도 있지만, 지금과 같이 기보나 중진공이 기관장으로 선정되고, 위원회 구성까지 개입할 여지 또한 남아 있다는 이야기다. 후자의 경우 위원회가 만들어지더라도 무늬만 민간 중심이고, 위원회는 거수기 역할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위원회의 구성을 어떤 방식으로 정하느냐도 중요하다. 위원회는 20여 명으로 꾸려질 예정인데, ‘민간 전문가 등’이라는 조건만 있을 뿐 어떤 전문가가 위원회에 포함될지는 규정되지 않았다. 공공기관의 퇴직관료가 위원회에 포함될 가능성 또한 열려 있는 셈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2년마다 벤처인증 갱신을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공공기관의 눈치를 매번 봐 왔는데, 민간으로 위탁한다고 해도 퇴직 관료가 위원회에 들어가거나 한 위원이 계속해서 심사를 하게 되면 또 다른 형태로 눈치 볼 곳이 생기는 것”이라며 “공공이 평가하든 민간이 주도하든 핵심은 만연했던 갑질 방지와 양질의 벤처기업 인증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벤처기업확인기관은 공공과 민간에 다 열어 둔 상태다. 구체적인 절차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시행령을 통해 정하게 될 것”이라며 “(벤처 평가를) 민간 중심으로 하더라도 처리해야 할 행정 절차가 많다. 공공에서 기관장을 맡아도 위원회를 좌지우지하는 형태가 아닌, 행정적인 사무처 역할을 통해 보조하는 형태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위원회 운영에는 향후 5년간 661억원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가고, 한 번 개정되면 수정하기 쉽지 않은 제도인 만큼 시행령 논의 과정에서 벤처평가 주체를 과감하게 민간으로 넘기고, 혁신기업을 발굴할 토대를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벤처업계 한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벤처버블 붕괴 이후 검증되지 않은 벤처기업이 양산되고, 코스닥에 상장된 뒤 말썽을 일으키는 사례가 많았다. 이번에 벤처 평가를 민간에 완전히 이양하면 과거의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관료사회에 있는 것 같다”며 “모든 기업이 다 성공할 수는 없는데 (그 불안감에 따른 정책이) 벤처 생태계를 망치고 있다. 제2벤처 붐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만큼 벤처평가제도를 2006년 이전으로 돌려 (도전과 실패라는) 벤처의 속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복원하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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