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사후 규제로 금융업 혁신해야

입력 : 2019-06-12 18:38

 

노희진 SK증권 감사위원장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은 우리나라 금융을 전 세계에서 하위권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나친 금융 규제가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금융 규제를 지금 그대로 두어서는 혁신금융은 불가능하다.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총론적인 합의도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본다. 국제적인 경쟁 심화와 저성장, 높은 실업률, 잠재성장률 하락, 새로운 기술 출현과 같은 환경 변화가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필요한 규제도 많다. 자본 건전성이나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규제가 대표적이다. 반대로 영업활동에 대한 규제는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 그래야 금융업을 독립적인 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

기존 금융사가 인터넷금융과 같은 혁신금융에 나서는 경우에는 규제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이미 금융업 인가를 해줄 때 금융소비자 보호나 건전성이 전제돼 있다.

반면 정보기술(IT) 기업은 그렇지 않다. 금융업에 새로 뛰어드는 IT 기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얼마나 규제해야 하는지 새로운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얼핏 보면 IT 기업도 기존 금융사와 똑같이 규제를 받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는 금융업 혁신은 불가능하다. 기존 금융사와 다를 게 없어서다.

인터넷금융은 말 그대로 금융과 인터넷을 결합한다. 기존 금융사도 인터넷을 활용하여 더 효율적인 영업을 추구할 수 있다. 이미 IT를 뺀 금융도 상상하기 어렵다. 추가적으로 어떠한 기술을 활용할지는 개별 금융사가 선택할 문제다.

금융사보다는 IT 기업이 금융업에 나설 때 수많은 문제에 부딪힌다. 금융행위는 대부분 허가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당장 금융업 허가를 받아야 하고, 금산분리나 은산분리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그뿐 아니라 금융실명제도 골칫거리다. 모든 온라인 거래를 실명거래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인터넷금융을 위한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따져야 한다.

우리 금융업은 이처럼 줄곧 사전적 규제를 받아왔다. 그에 비해 인터넷 금융을 빠르게 키우고 있는 중국은 사후적 규제를 택했다. 물론 중국 금융당국도 문제를 발견하면 언제든지 개입한다. 우리도 사후적 규제를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카카오뱅크처럼 지점을 두지 않으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수신과 여신이 모두 유리해지는 이유다. 현행 규제는 이미 한참 지나간 사회적인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 환경이 바뀌면 규제도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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