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갈등 점입가경…사이에 낀 韓정부 대책은

박은주 기자입력 : 2019-06-11 18:04
미·중 무역분쟁이 패권 경쟁으로 치달으면서 우리 기업을 향한 압박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지난 수십년간 이어온 '전략적 모호성'인, 이른바 로키(Low Key) 외교 기조를 관성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11일 외교가에서는 정부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과거 대응기조에 머물면서 안일한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나왔다. 과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를 본보기 삼아 정책을 보완하면서 이번 사태에 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최근 논평을 통해 "한국 정부는 미·중 어느 편도 들지 않고 ‘가능한 한 로키 모드로’ 대처할 듯하지만, 문제는 이런 전략이 효과를 볼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짚었다.

미·중 중간에서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것이 최상인지, 사사건건 대립할 미·중 양쪽에 한국은 어떠한 ‘시그널 외교’를 어떻게 전개해서 국익을 지킬 것인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미·중 분쟁은 이미 우리 정치·경제 등 모든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드 때보다도 국내총생산(GDP)이나 우리 기업의 생존에 더 거센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도) 정부의 준비가 늦다"고 꼬집었다.

우리 기업들이 얼마나 압박을 받고 있고 얼마나 큰 피해가 예상되는지가 확인돼야 기업들에 어떤 혜택을 주고 경쟁력을 유지하게 하는 정책을 만들 수 있는데, 그런 수준의 논의가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30일께 미·중 분쟁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전담 조직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었으나, 부서 체계조차 아직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중 갈등이 연초부터 시작된 데다가 우리 기업이 이미 중국의 압박을 받는 수준이 됐는데도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주지 못하고 있자, 산업계에서는 "전략적 모호성을 넘어선 방치가 아니냐"는 한탄이 나온다.

신 센터장은 "중국의 압박에는 '전략성 모호성'을 유지하면서도 실질적인 조치가 없는 정치적 차원에서는 미국을 지지해야 한다"며 기존의 대응책을 변형시키는 해법도 제시했다.

우리 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 등에 대한 지지 의사를 보내 정치적으로는 미국 편에 서고, 우리 경제에 실직적인 파급효과 미칠 수 있는 분야에서는 중국을 향해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하며 로키 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최근 중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을 포함한 글로벌 업체들을 불러 면담했다는 외신 보도가 사실로 밝혀지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올해만 그런 것이 아니다. (압박이 아니라) 반도체 담합과 관련해 끊임없이 불러 얘기하는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으나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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