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북핵] (상) "中·日·러 전략 알아야 비핵화 문제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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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기자
입력 2019-05-3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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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주변 4강을 제외하고 논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 문제를 다루기 위해선 주변국인 중국, 러시아, 일본의 대북정책을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한미동맹의 굳건한 토대 위에서 노련하면서도 실용주의적인 외교를 선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과 북한의 신뢰관계, 생각보다 약해...한국에 기회"

이재호(극동대 교수): 북핵문제는 한국의 4강 외교와 직결된다. 그런데 북핵문제에 매몰돼 주변관리를 과연 잘해왔느냐, 이건 의문이다. 한·일관계, 한·미동맹도 걱정인데 그렇다고 한·중관계가 나아진 것도 아니다. 중국이 과연 북핵 문제와 한반도 문제 해결에 어떤 역할을 할지 설명해달라.

김흥규(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교수): 일부는 중국 전략에서 한반도가 ‘핵심적 이익’ 지역이라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 아래 단계인 ‘중대 이익’인데 핵심적 이익으로 전환할 수 있는 단계라고 본다. 그런 차원에서 중국이 반드시 무력을 통해 북한을 지켜야 하는 건 아니다. (북·중 사이에) 약간의 공간이 있다는 의미다. 다만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고려하면 중국은 한반도가 그들에 적대적인, 혹은 비우호적인 세력에 의해 좌우되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

특히 시진핑 주석 시대에는 중국이 발전도상국이라는 자아정체성에서 새로운 강대국이라고 하는 국가적 정체성으로 전환되는 시기다. 또 중국은 2050년에 세계 최강의 국가로 부상한다는 의지도 있다.

최근 중국의 군사계획을 보면 한반도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을 대폭 제고했다. 한국에는 명(明)과 암(暗)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북한을 억제하는 역량이 높아져 북한이 행동하면서도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동시에 중국은 북한이 연명을 하게 해주지만 소위 말하는 강성대국이 되는 길은 열어주지 않는다.

북한의 냉전시기 외교를 보면 중국과 소련 사이의 시계추 외교였다. 21세기에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그런 외교를 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과 중국의 신뢰가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 이런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전략적으로 중국은 북한의 정권을 계속 연명하게 해주겠지만 중국의 이익에 반해 북한이 핵문제를 갖고 지나치게 도발하거나 미국과 결합해 (중국을) 위협하는 상황은 방지할 것이다. 북한이 정권을 유지하고 연명을 하게 해주는 것이 중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정도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북핵에 대한 중국의 반대는 분명하다. 대신 우리와 중국이 각자 생각하는 타임프레임, 세부적 조건들은 상당히 다를 것이다.

이성출(한미연합사 전 부사령관):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영향력을 행사한 건 분명하지만 미세한 변화가 많았다. 미·중관계가 협력이냐 갈등이냐에 따라 영향력의 농도는 다르다. 미·중관계가 협력일 때는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해서 미국 및 주변국의 의도대로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했다. 그러나 미·중 갈등 구도가 형성될 때 중국은 북한의 잠재적인 전략적 가치를 포기하지 않되, 북한이 미국 중심의 구도로 가지 않게끔 적절하게 통제하는 영향력만 행사했다. 중국의 북한 비핵화에 대한 영향력 행사는 앞으로도 미·중관계의 구도 속에서 일관되게 예측하기 어렵다.
 

최근 아주경제신문이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을 맞아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북핵' 문제를 주제로 마련한 좌담회에 참석한 이성출 한미연합사 전 부사령관(왼쪽부터), 이재호 극동대 초빙교수,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교수.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한·미 동맹 틀 위에서 중국, 일본, 러시아 다자관계 활용해야···

이재호: 러시아도 빼놓을 수 없다. 러시아가 최근 동북아 다자안보 구도의 필요성을 암시했다. 전통적으로 러시아는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 우월 지배 체제를 깨뜨리기 위해 다자 접근을 선호한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다자안보 구도를 또 끌고 나온 상황이 동북아 질서와 한국에 어떤 함의를 주는지 말씀해달라.

김흥규: 러시아가 동아시아에 개입할 수 있는 여력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러시아는 가장 적은 비용을 투자해 동아시아에서 미국 중심 동맹구도를 흔들 수 있는 방법은 다자안보 구도라고 생각한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현재로선 미국에서 오는 엄청난 압박을 완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자안보가 효과적이다. 그런 차원에서 다자안보 문제 제기는 러시아와 북한에 시의적절한 방법이다. 문제는 러시아가 북한이 기대하는 엄청난 지원, 예를 들면 북한의 핵무장 방조 및 경제직 지원을 제공하느냐인데 이는 대단히 제한적이다.

이재호: 북한 핵 문제와 4강외교가 중첩되면서 상황이 아주 복잡해졌다. 상황이 복잡할수록 한·미동맹은 튼튼히 유지돼야 한다. 한·미동맹 틀 위에서 중국, 일본, 러시아와 북핵문제를 함께 다뤄야 한다. 구조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한국을 중심으로 한 4강이 놓인 구조의 힘 속에서 한국 외교안보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말해달라.

이성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 또 경제적 가치, 북한의 핵 문제가 우리의 안보상황을 위기로 만들고 있다. 어느 때보다도 외교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지금보다 훨씬 더 외치에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 과거보다 외교안보 상황은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인데 이에 대한 대처 능력, 외교 인재 등은 부족하다. 우리의 외교 전선에서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전사들을 양성해야 한다.

김흥규: 대한민국 그리고 한반도에서 사는 우리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에 낀 상태였다. 양쪽으로부터 압박과 영향을 받았고, 국론은 늘 분열됐다.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 안보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다. 우리가 전략자산으로서 어떻게 한·미동맹을 이용할 것인가, 또 미·중 경쟁 속에서 어떤 자세를 취할까 하는 문제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외교와 안보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다.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거기서 가용할 수 있는 자산, 또 움직일 수 있는 공간들을 냉정하게 계산하면서 같이 국력을 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러한 논의를 계속 해내 가야 한다.
 

◆"韓日, 잠재 위협에 함께 응할 '동반자'"

이재호: 주변 4강 외교 각축전이 일본 오사카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본격화될 것 같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정상회담을 한다는데 아직 우리(와의 정상회담은)는 아직 결정도 못 했다.

오사카 G20 회의가 한반도 주변 외교의 상징성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외교적 능력과 북핵문제 향배를 짐작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제 생각에는 일본의 역할이(중요할 것 같)다. 일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자고 이미 여러 차례 얘기했고, 김 위원장도 일본을 만날 수도 있다.고 얘기한 상태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도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과) 만나니까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가 부랴부랴 2년 뒤 북일정상회담 갖고 평양선언 발표했다. 항상 외교에 관한 한 일본은 남 보다 뒤처지지 않는다.

과거 미중수교 때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문을 열었지만, 실질적인 수교는 일본이 먼저 했다. 그런 전례를 보면 일본의 역할과 한국이 주변 4강 외교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중요하다. 한일관계 전망에 대해서 어떻게 볼 수 있을까.

김흥규: 문재인 정부가 초기에 설정한 한일관계는 '미래지향적인 성숙한 협력 동반자관계를 구현한다'였다. 정책공약집에 (들어가) 있다. 문제는 첫째 전 정부에서 전쟁 후 합의 다루는 일방적인 과정, 그다음에는 강제징용에 관한 대법원판결이 진행되면서 한일관계가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최악인 상황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거기서 문재인 정부가 기존 가졌던 목표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엄청나게 커진 거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국익 차원에서 볼 때 한일 관계 악화는 우리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일본은 북핵문제 다룰 때, 한미동맹 다를 때, 잠재적인 중국의 위협에 대항하는 차원에서, 또 경제적 협력 차원에서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굉장히 중요한 국가다. 일단 유사시에는 한국과 일본이 결국은 협력해서 잠재적인 도전에 응해야 하는 동반자라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도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한일 정책대화에 참여해보면 일본이 당면한 문제는 일단은 미국과의 동맹 신뢰성이 점점 약화되고 있고, 미국이 상대적 약화되고 있고, 일본도 상대적으로 힘의 약화 진행되고 있다.

그다음 중국은 부상하고 있고 여기서 일본이 어떻게 대응할까하는 고민들이 굉장히 깊어지고 있다. 일본은 항상 국제정세에 민감했고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역량을 보여왔다. 지금 안타깝게도 중국을 겨냥해서는 일본이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없고, 북미대화 진행된 상황에서 북한을 그럴(활용할) 수도 없다. 한일관계 내에서 갈등을 활용해 자신의 대외정책 정당화 수단으로 사용하는 측면도 있다.

그래서 이런 양측의 문제들이 한일관계를 멀어지게 하고 있다. 이 문제는 한국과 일본의 중장기적인 미래를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도 성의를 갖고 일본과 전략적인 깊은 대화를 갖고 서로가 조율해가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이성출: 저도 동감한다. 시실 우리나라는 강대국의 내선에 위치한 나라기 때문에 외교가 정말 중요하고 다변화돼야 한다. 주변국의 협력 상황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최근 일본과의 여러 현안 문제가 최악의 외교국면으로 치달았는데 일본과의 관계는 특히 비핵화·한미동맹 측면에서 우리 안보·생명과 직결된다.

현재 일본의 외교가 이런 상황이 되다 보니 오히려 우리에 비협조적인 상태를 보인다. 가까운 우방국으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된다.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한반도에 여러 가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데, 하나의 대항력 높이기 위해서는 일본의 힘의 필요하다. 정부가 일본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끌고가야 한다. 실용적·국익우선주의 외교를 했으면 좋겠다.

이재호: 몇 년 전에 고위 외교관을 한 분 만났는데 그런 말씀을 하셨다. 과거에는 한일 관계가 위로는 좋았는데 아래에서는 안 좋았다. 반일감정도 있고, 최근에는 밑에서는 좋은데 위로는 안 좋다고 쉽고 명쾌하게 한일관계를 설명했다. 그말을 듣고보니 맞다.

밑에서는 K팝이니 뭐니 해서 젊은 세대들은 좋은데 윗세대에서는 안 좋다. 10년 전만 해도 위로는 좋았고, 아래가 안좋았다. 아까 말했듯 일본도 변하고 있고 우리도 그 변화에 적응할 필요성이 있다.

상황이 이렇게되다보니 아베 총리가 한일관계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형국이고, 최근 역사논쟁 측면에서는 우리정부도 또 자유롭다고 말할 수만은 없다. 친일 대 반일 대립 구도로 몰아가는 것처럼 비춰지고 또 '그 의도는 뭐냐'는 의심을 표하는 사람도 있다. 한일관계가 정치적 이용을 배제하고 국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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