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新격랑시대]대만해협·동남중국해서도 미·중 패권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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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최예지 기자
입력 2019-05-3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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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④(끝)동아시아 곳곳이 화약고

  • 미·중 갈등의 새로운 뇌관···대만해협

  • 美인도·태평양전략, 中일대일로 맞붙는 남중국해

  • 중·일 관계의 '상수'···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

#1. 지난 3월 31일, 중국 공군 젠-11 전투기 4대가 펑후(澎湖)섬 부근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었다. 중국 전투기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은 건 2011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대만 전투기들이 긴급 출동으로 맞서면서 대만 상공에서는 약 10분간 일촉즉발의 대치전이 이어졌다.

#2. 지난해 9월 30일, 미군 이지스구축함 '디케이터'가 남중국해 주변 해역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하던 중 중국군 함선이 40m 거리로 접근, 충돌 직전까지 가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벌어졌다.

동남중국해, 대만해협 등 동아시아 곳곳에 격랑이 일고 있다. 한·중·일 등 역내 국가간 역사, 민족주의, 영토 문제에 경제적 이해관계까지 복잡하게 얽히며 원래부터 분쟁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최근 미·중 패권갈등이 더해져 동아시아 곳곳에서 군사적 마찰이 일고 있다.
 

동아시아 곳곳서 갈등빚는 미중.[그래픽=아주경제DB]


◆미·중 갈등의 새로운 뇌관···대만해협 

최근 양안(兩岸·중국대륙과 대만) 관계가 미·중 갈등의 새로운 뇌관으로 등장하며 대만해협에 긴장감이 고조된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역린'인 대만 문제를 무역전쟁 카드로 사용하면서다. 대만과의 관계 강화를 노골적으로 추진하면서 대만해협에 군함을 파견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 미국은 올 들어 대만 해협에 다섯 차례나 자국 군함을 파견해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쳤다. 월례화한 셈이다.

대만을 ‘핵심이익’으로 여기는 중국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미국의 공세에 맞서 중국도 인근 해역에서 군사 훈련의 빈도와 강도를 높여왔다. 이달 초 대만과 마주보는 저장성 인근 해역에서 엿새간 실사격 훈련을 한 게 대표적이다.

사실 대만해협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한 건 대만에 독립 성향의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행정부가 출범하면서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는 차이 행정부에 군사·외교적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올 초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 통일을 강조하며 무력을 동원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았을 정도다.

중국의 거세진 군사적 공세에 대만도 올 들어 경계 태세를 부쩍 강화하는 모습이다. 중국의 군사력에 직접 맞서기 어려운 대만으로선 국방예산을 증액하고 미국으로부터 무기 수입을 추진하는 한편, 중국 인민해방군 침공을 가정해 전투기, 군함 등을 총동원해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양안 관계 악화가 자칫 우발적인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과 대만은 1995~96년 중국이 대만해협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충돌한 선례가 있다. 당시 미국의 압도적 무력 시위에 중국이 물러나며 위기가 가라앉긴 했지만 중국의 '군사굴기'가 대만해협에 또 다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美 '인도·태평양전략' vs 中 '일대일로'···남중국해

중국이 남중국해 건설한 군사기지 모습. [사진=AP·연합뉴스]


미·중간 군사 충돌이 우려되는 지역이 또 있다. '아시아 화약고'로 불리는 남중국해다. 이곳은 중국과 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 등이 맞닿아 있는 해역이다. 중국은 커져가는 경제력· 군사력을 바탕으로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남중국해 곳곳에 인공섬을 만들고 이를 군사기지화하며 동남아국가들과 영유권 분쟁을 겪어왔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해 기존 아시아 역내 질서의 재편을 시도한다고 우려한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며 중국을 견제해 왔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들어 대중 견제 움직임이 더 두드러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들어 남중국해에서 미군이 행한 '항행의 자유' 작전은 10번이 넘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4번에 그쳤다.

특히 남중국해는 트럼프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 기조인 '인도·태평양 전략'과 시진핑 주석이 제창한 신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 전략이 맞붙는 곳이다. 언제든 미·중간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셈이다. 중국 베이징대 남중국해전략상황연구소는 최신 보고서에서 남중국해에서 미·중간 군사충돌 가능성을 경고했다.

◆중·일 관계 '상수(常數)'···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 

중일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 열도. [사진=연합뉴스]


2012년 9월 일본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하면서 냉각됐던 중·일 관계는 지난해 양국간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을 계기로 해빙기에 접어들었다. 시 주석은 내달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다. 시 주석의 방일은 2013년 취임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중·일 관계 개선은 최근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에 맞선 전략적 타협의 필요성에 따른 것이다. 역사문제나 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으로 양국 관계는 언제든 파열음을 낼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시각이다.

실제로 중·일 관계 개선 움직임에도 센카쿠 열도 인근 해역에서 마찰은 끊이질 않았다. 지난 23일 새벽에도 일본 오키나와현 이시가키시 의원들이 탄 어선이 센카쿠 열도 인근 해역에 진입했다가 뒤따라 온 중국 해경선 4척의 추격을 받았다. 약 1시간 동안 이어진 추격전 속에 충돌은 없었지만 양측 선박간 거리는 불과 30~50m밖에 안 될 정도로 아슬아슬했다고 홍콩 명보는 보도했다.

미국도 중국과 일본이 가까워지는 걸 견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일본 방문 중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브로맨스’를 과시했다. 일본은 미국산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 105대를 추가 구매하기로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즈모급 호위함인 '가가'에 직접 탔다. 아베 총리의 군사력 확장에 힘을 실어준 행보였다. SCMP는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 방일을 계기로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 핵심 파트너로 일본을 선택했음을 과시함과 동시에 중국에 견제구를 날렸다고 해석했다.

한편 31일부터 사흘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안보회의인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도 미·중간 격전장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회의에서는 제임스 매티스 당시 미국 국방장관이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에 강력히 반발했다. 이에 중국이 ‘내정간섭’이라고 맞서면서 '말폭탄'이 오갔다. 중국은 이번 회의에 8년 만에 처음으로 최고위급인 국방장관을 파견한다. 미국에 맞서 역내 국가를 상대로 여론전을 펼치며 우군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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