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혁신 대신 리스크만 살피는 금융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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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19-05-29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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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제3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열린 전체회의에서 키움뱅크와 토스뱅크(가칭) 두 곳에 대한 은행업 예비인가를 불허했다. [사진=연합뉴스]

"당황스럽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6일 기자들과 만나 속마음을 털어놨다. 단 둘 뿐인 후보였던 토스뱅크와 키움뱅크 모두에게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불허한다는 결과물을 내놓고 밝힌 심정이다. 금융당국의 수장도 외부평가위원회(외평위)의 결과를 미리 예상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반면 핀테크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외평위는 자문기구일뿐 반드시 이들의 의견을 따라야할 의무는 없다. 그럼에도 최종결정권자인 장관이 결정권을 행사하지 않고 '당황스러운' 외평위의 결과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였다. 훗날 혹시 발생할지 모를 정책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보신주의 아니냐는 의문마저 나오는 이유다. 

전통적 금융권의 시각에서 인터넷전문은행 후보로 오른 키움뱅크와 토스뱅크는 둘 다 리스크가 높다. 토스뱅크는 과연 은행을 설립할만한 자본력이 있느냐는 지적을, 키움뱅크는 증권사(키움증권)에 은행 업무를 추가하는 것이 어떤 혁신이냐는 질문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토스·키움뱅크는 정확히 그 이유로 예비인가를 받지 못했다. 기존 금융권의 시각으로 혁신 서비스의 리스크만 살펴본 셈이다. 

최 위원장이 이재웅 쏘카 대표를 비판한 것도 이와 유사한 흐름이다. 전통적 택시업계 입장에서 혁신 서비스인 '타다'를 가로막았다. 타다가 산업 전체를 뒤흔들 수 있어 리스크가 높은 탓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면서부터 혁신성장을 외쳤다. 그렇지만 금융당국은 실제 혁신보다는 혁신의 반대급부인 리스크만 살피고 있다는 생각을 거두기 어렵다. 

혁신에는 필연적으로 리스크가 뒤따른다.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을 처음 개척한다면 앞에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기존 산업의 시각에서 리스크만 따져보다가는 혁신의 불씨를 살릴 수 없다. "새로운 시도를 하기 무섭다"던 핀테크 업계 관계자의 말이 오늘따라 귓가에 울린다. 

 

윤동 금융부 기자.[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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