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박종현 SK케미칼 BM본부장 “환경오염,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실마리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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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기자
입력 2019-05-2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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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반 플라스틱 100년간 안 썩어…생태계 위협

  • 해외에선 정부지원으로 플라스틱 퇴비화 설비

"미래에는 바다에서 저절로 분해되는 플라스틱이 나오고 음식물 쓰레기봉투째로 퇴비화할 수 있는 비닐봉투가 상용화될 것입니다."

박종현 SK케미칼 BM혁신실장은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심각해져 가는 폐플라스틱 환경문제의 실마리를 내놨다.

◇ 단기 실적보다 환경 생각하는 SK그룹에 매력 느껴 이직

SK케미칼이 플라스틱의 환경오염 문제를 주목한 것은 10여년 전이다. 당시 외부에서 SK케미칼을 컨설팅하던 박 실장은 지구를 생각하는 착한 기업에 매력을 느껴 합류하게 됐다. 그가 SK케미칼과 협업해 만든 미션은 '인류의 건강 증진과 지구 환경 보호'다.

박 실장은 "10년 전 다른 기업들은 유망한 사업에 집중했지만, SK케미칼은 친환경 소재에 주목했다"며 "그때부터 연구해 현재 성과를 보인 것이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고 설명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사용 후 일정한 조건에서 자연계에 존재하는 박테리아 등 미생물 작용에 의해 수개월 안에 물, 이산화탄소, 메탄가스 등으로 완전히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의미한다. 일반 플라스틱 경우에는 50년에서 수백 년까지 썩지 않는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각각 석유계 원료와 식물계 원료(Bio Based)를 사용한 제품으로 나뉜다. SK케미칼은 식물계 원료를 사용한 소재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식물계 원료를 사용한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일반 석유계 플라스틱에 비해 퇴비화 및 소각 시에도 유해물질 발생이 적어 환경오염 발생억제의 효과가 뛰어나다. 특히 석유화학 원료의 고갈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박 실장이 자랑하는 것은 옥수수 전분 등 비유전자변형(Non-GMO) 식물계 원료가 80~100% 사용된 SK케미칼 PLA(Polylactic Acid)소재 에코플란(ECOPLAN)이다.

그는 "기존 PLA 플라스틱은 물성 부분에서 부족해 유연성과 찢김 강도가 떨어졌지만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일반 범용 플라스틱에 가까운 품질, 물성 등을 확보했다"며 "PLA 단독으로도 일반 석유계 범용 플라스틱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각해지고 기술이 이를 해결할 수 있게 되자 생분해성 플라스틱 시장은 커지고 있다"며 "특히 해외에서는 정부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 해외에서는 플라스틱 사용 규제 엄격

미국 캘리포니아는 2014년부터 대형 슈퍼마켓, 약국, 편의점 내 일반 범용 (비분해성) 플라스틱 백(비닐봉지) 사용금지 및 종이, 재활용, 생분해성 플라스틱 백 판매를 권고하고 있다. 시애틀에서는 2010년 1월, 발포 폴리스티렌으로 만든 일회용 식품 포장재 사용을 금지했다. 2011년부터는 퇴비화, 재활용 가능한 일회용 식품 포장재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로스앤젤레스는 2012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봉투를 규제하고 있다.

유럽은 장기적 로드맵(Europe 2020)과 대규모 펀딩 프로그램(Horizon 2020) 등 체계적인 정책·자금 지원을 통해 유럽 내 생분해성 플라스틱 산업을 집중 육성 중이다. 생분해성 쇼핑백과 생분해성 음식물쓰레기 봉투 프로젝트 관련 시범사업도 시행 중이다.

독일, 이탈리아 등 선진국에서는 쇼핑백, 플라스틱병의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용과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식물계 원료 사용 비율 확대를 의무화하는 등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실용화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국내 환경 규제도 같은 방향이다. 정부는 '자원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과 '녹색제품 구매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정해 환경표지 인증을 받은 제품의 사용을 확대하고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법적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박 실장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더해질 경우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사용 확대와 그에 따른 관련 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그는 "해외의 경우 규제 타임라인이나 데드라인이 명확하게 제시돼 있어 생분해성 플라스틱 산업의 투자 환경이 조성될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명확한 규정이 없어 혼선이 많은데 홍보 및 계도의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4월 1일부터 자원재활용법에 따른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 전면금지가 시행됐다. 전국 대형마트 2000여 곳과 매장 크기 165㎡(약 50평) 이상의 슈퍼마켓 1만1000여 곳, 백화점, 복합쇼핑몰 등에 일회용 비닐봉지 유·무상 제공을 전면 금지시켰다. 고객에게 일회용 비닐봉지를 제공하다 적발되면 위반 횟수에 따라 업체는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그러나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선 환경보호를 위해 일회용 비닐봉지를 줄이자는 취지에는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생선, 어패류, 정육, 채소를 포장할 때 등 속 비닐(롤백) 기준 적용 등에 있어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박 실장은 "정부가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의지와 정책을 뒷받침해주고 국내 많은 기업이 환경보호와 사회적 책임 등을 고려해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용을 늘리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 생분해성 비닐 효용성 떨어지지 않게 정부 역할 필요

일각에서 생분해성 비닐이 폐기물과 마찬가지로 소각 처리되고, 일반 비닐과 섞일 경우 재활용이 어려워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유럽에서는 정부 주도로 생분해성 플라스틱만을 따로 수거해 농작물용 퇴비로 전환할 수 있는 산업용 퇴비화 설비 구축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일정 부분 정부의 역할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선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기 시작한 이탈리아는 쇼핑백, 음료 용기, 식기, 빨대, 면봉 등 대부분의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식물계 원료가 일정 비율 이상 포함된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대체하고 있다. 또한, 이를 위해 사전 허가 제도를 시행하고 막대한 투자를 통한 산업용 퇴비화 설비를 구축했다“며 ”우리나라도 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투자를 통해 나아가야 할 부분이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지난 2011년 SK케미칼의 신규 사업개발부서의 상무로 입사해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전략기획실장을 지냈다. 2015년~2018년까지는 수지(코폴리에스터)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BM(Business Model)혁신실장을 맡고 있다.


 

박종현 SK케미칼 BM혁신실장.[사진=박종현 SK케미칼 BM혁신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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