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제니퍼 모건 그린피스 국제사무총장 “미세먼지, 기후 변화로 더 심각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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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등용 기자
입력 2019-05-2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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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아주 쉬운 목표...더 높게 잡았어야

  • 애플 등 세계 175개 기업 ‘100% 재생에너지’ 사용 선언

“미세먼지 문제는 기후변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다.”

제니퍼 모건 그린피스 국제사무총장은 최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진행한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국내 환경 이슈에서 기후 변화 문제가 미세먼지에 밀려 상대적으로 외면받고 있는 것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사실 기후변화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큰 골칫거리 중 하나다. 기온이 상승하고 해류가 바뀌면서 발생하는 허리케인, 토네이도, 홍수, 가뭄 등은 이미 세계 각국에서 사람들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여름 반복되는 폭염 정도로만 기후변화의 이상 징후를 느낄 뿐, 그 이상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체감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신 직접 눈으로 확인 가능하고, 신체 질병을 유발하는 미세먼지는 보다 직접적으로 사람들 뇌리에 그 심각성이 각인돼 있다.

모건 사무총장을 만나 그가 생각하는 우리나라 환경 정책의 현재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제니퍼 모건 그린피스 국제사무총장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김세구 기자 k39@aju]

◆“미세먼지, 평균 기온 올라가면 대기 중에 갇혀”

올 초 우리나라는 심각한 미세먼지 테러를 겪었다. 미세먼지 농도는 연일 ‘나쁨’과 ‘매우 나쁨’ 수준을 오갔다. 급기야 정부까지 나서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으로 규정하고 직접적인 재정 지원 방안에 나서는 등 한마디로 미세먼지와 전쟁을 치렀다.

모건 사무총장도 이 같은 국내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한국 미세먼지 문제는 그린피스 전체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국민 안전에 심한 피해를 끼치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안 좋은 영향이라 적극적으로 대응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미세먼지 원인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중국 측 영향이란 주장이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고 있지만, 국내 원인을 따졌을 땐 화력 발전소와 경유차 등 화석 연료 사용이 주요 원인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모건 사무총장 생각은 이와 조금 다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미세먼지 농도 악화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평균 기온이 높아지면 대기 순환도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기 속에 갇힌 미세먼지가 빠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미세먼지 문제가 당장 눈앞에 닥친 재해지만, 기후변화 문제도 해결이 시급한 과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 Panel on Climate Change)에 따르면 현재 지구 온난화는 1만1000년 만에 평균 1℃씩 상승하고 있다.

모건 사무총장은 “1이란 숫자가 미약해 보일 수 있지만 이로 인해 전세계는 말도 안 되는 이상 기후 현상을 겪는다”면서 “모잠비크를 휩쓴 사이클론, 미국을 들이닥친 허리케인도 있고 한국의 경우엔 여름만 되면 심각한 폭염이 이어진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제니퍼 모건 그린피스 국제사무총장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김세구 기자 k39@aju]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 35%보다 높이 잡았어야”

이에 우리 정부도 지난 4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하는 등 본격적인 탈 석탄 작업에 착수했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태양광·수소·풍력에너지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40년까지 30~35%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모건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깊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우리나라 경제 수준과 기술력에 비하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치가 지나치게 낮게 잡혔다는 것이다.

그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대해 “굉장히 쉬운 목표”라고 단호히 말하면서 “한국은 혁신을 일으키는 곳이고 경제 성장도 빠른 나라 중 하나다. 그런 나라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이 정도로 설정하는 것은 깜짝 놀랄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에 앞서 세계 여러 나라들은 이미 재생에너지 전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독일은 이미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36%에 달하는데 향후 그 비율을 65%까지 늘릴 계획이다. 석탄 산업이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미국도 다양한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이 발표한 ‘그린 뉴딜’ 정책이다. 이는 뉴욕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30% 줄이기 위한 정책으로 유리판 초고층 빌딩 건축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유리 외벽 빌딩은 열 차단이 안 돼 온실가스 배출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모건 사무총장은 기업 전력구매계약(PPA) 제도 도입 필요성도 강조했다. 기업 PPA는 전력 소비기업이 발전사업사 또는 전력판매회사와 장기 계약을 맺고 재생에너지 전기를 미리 합의된 가격에 구매하는 제도다.

모건 사무총장은 “기업 PPA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산업 경쟁력 강화로 각광 받는 중”이라며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이미 많은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선언해 이에 대한 엄청난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니퍼 모건 그린피스 국제사무총장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김세구 기자 k39@aju]

◆애플·폭스바겐 등 175개 기업 ‘100% 재생에너지’ 사용 선언

세계적인 기업들은 이미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전환 중이다.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선언한 기업만 해도 애플, 폭스바겐, BMW 등 그 수만 175개에 달한다. 특히 이 기업들은 자신들과 거래를 원하는 기업들에게도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SDI, LG화학 등 국내 기업들도 이 같은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구입량을 늘려가는 추세다. 하지만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이노텍 재생에너지 보급률은 각각 1%와 4%에 불과하다. IT업종 평균 보급률이 12%인 것을 본다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모건 사무총장은 결국 정부 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는 데 있어서 불확실성 없는 인센티브를 받도록 하는 것이 정부 역할이란 것이다.

모건 사무총장은 “정부에서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일정한 시그널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면서 “정부 정책이 언제 바뀔지 모르면 기업들이 관련 정책을 따라가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아직 희망은 있다. 모건 총장은 전세계 많은 청소년들이 현재 기후변화를 생존 위기로 인식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에서 그 희망을 찾았다고 한다.

모건 총장은 “지금 권력을 쥔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해결하지 않으면 힘없는 지금 젊은 세대는 어떤 미래를 맞을지 모른다”면서 “현재 기성세대가 이런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변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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