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속 이야기] 시원하고 든든한 한 그릇, 콩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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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희 기자
입력 2019-05-2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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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을 동동 띄운 새하얀 콩국에 삶아 건진 국수를 넣은 후 채를 선 오이를 얹으면 완성되는 콩국수. 콩국수는 소박하면서도 대표적인 한국의 고유 음식이다.

콩국수가 언제부터 서민들의 여름철 별미가 됐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1800년대 말 지어진 저자 미상의 조리서 시의전서(是議全書)에 “콩을 물에 불린 후 살짝 데치고 갈아서 소금으로 간을 한 후에 밀국수를 말아 깻국처럼 고명을 얹어 먹는다”고 조리법이 적혀 있다.

시의전서에 콩국수를 만드는 법이 기록됐다고 해서 우리 조상들이 그 이전에는 콩국수를 먹지 않았다고 단정 할 수는 없다. 콩국수의 주재료인 콩국은 먼 옛날부터 존재했었다는 게 중론이다. 콩국에 밀로 뽑은 국수를 말아먹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조선후기 실학자 이익은 성호사설(星湖僿說)에서 “좋은 곡식으로 만든 맛있는 음식은 귀현한 자에게로 돌아가 버리고 가난한 백성이 얻어먹고 목숨을 잇는 것은 오직이 콩뿐이다. 맷돌에 갈아 정액만 취해 두부로 만들면 남은 찌끼도 얼마든지 많은데 끓여서 국을 만들면 구수한 맛이 먹음직하다”고 소개했다.

조선 정조 때 인물인 다산 정약용도 춘궁기가 되면 뒤주가 비어 있는 때가 잦아져서 콩국 마시는 걸로 만족하면서 지낸다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또 구한말의 학자였던 면암 최익현도 “밀과 보리는 이미 흉년이 들었고 햇곡식이 나오려면 아직 까마득하게 남았는데 부엌의 콩국은 떨어지지 않고 있는지 염려된다”며 유배지에서 고향의 살림을 걱정하는 편지를 쓰기도 했다.

이들 서적에 언급된 것만 봐도 콩국수의 주재료인 콩국은 살림이 넉넉지 않은 서민과 농민들의 양식이었음은 분명하다.

콩국수의 콩은 갖가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영양식품으로 항암작용, 두뇌 발달, 노화 예방에 좋다. 콩은 고단백식품이며,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이소플라본이 들어 있는 대표적인 음식이기도 하다. 콩에 들어 있는 이소플라본은 피토에스트로겐, 즉 여성호르몬 유사 식품으로 호르몬이 저하되는 중년 여성에게 호르몬 부족으로 인한 불편함을 덜어준다.

특히 갱년기 여성들의 경우 체형에 변화가 나타나 비만이 되기 쉽고 근육이 줄어들기 쉬운데, 콩은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근원이다. 콩은 칼슘도 풍부해 뼈가 약한 어린이와 노인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식재료다.

이뿐만 아니라 변비 예방에 도움이 되고, 위벽을 보호해주기 때문에 만성적인 위장병에도 좋아 중년기 이후 우유와 함께 먹으면 효과가 탁월하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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