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터 넥스트 10년] <2> 영화→드라마로 확장한 쇼박스 "흥행공식 대신 메시지에 빠지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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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9-05-17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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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머리색부터 언어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이 다른 '별에서 온 그대'를 문화로 사로잡게 되리라고.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 소년·소녀들을 춤추게 했고, 드라마 '태양의 후예' 송송 커플은 모든 '아이템'을 완판 시켰으며, 김용화 감독의 영화 '신과 함께'는 할리우드에 견줄 법한 CG 기술과 한국적 감성으로 K-무비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렇듯 음악, 드라마, 영화 등 한국 대중문화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를 타고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이러한 한류의 중심에는 '콘텐츠'의 중요성을 미리 깨친 한국 엔터사들이 있었다.

아주경제는 문화강국을 이끄는 주역, 엔터사의 현재 위치를 점검하고 미래 비전을 분석하고자 한다.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엔터산업을 위한 '투자 가이드', 이른바 <한국 엔터 넥스트 10년>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본지는 가장 먼저 한국 문화 콘텐츠의 '중심' 격으로 급부상 중인 '영화 산업'을 들여다보았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1인당 평균 영화 관람 편수는 4편 이상이고 이는 세계 최고 수준에 다다른 상황이나 더이상의 성장은 기대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한계점에 이른 한국 영화시장과 돌파구를 찾고 있는 국내 투자·배급 빅4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왼쪽부터) 올해 상반기 쇼박스 개봉작인 '뺑반' '돈' '미성년'[사진=쇼박스 제공]


지난 시리즈에 이어 본지는 <한국 엔터 넥스트 10년>의 다음 주인공으로 쇼박스를 선정했다. 쇼박스는 올해 영화 '뺑반' '돈' '미성년' 등 다양한 장르 영화를 내놓으며 대외적 화려함보다 단단하게 내실을 다지고자 했다. 언제나 탄탄하게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 쇼박스인 만큼 이들의 '현재'와 '미래'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쇼박스가 바라보는 영화산업과 한국 엔터산업에 기대감이 커졌다.

"내실 있는 영화를 선보이려 노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럭키' '굿바이 싱글' '곤지암' '성난황소' 최근에는 '돈' 같은 기획력이 돋보이는 작품이 관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고요. 화려한 볼거리, 멀티캐스팅, 유명 감독 등 흥행 공식에 맞춰진 작품보다는 이야기와 메시지의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을 선택해왔던 거죠."

지난 2002년 창립된 쇼박스는 봉준호, 최동훈, 이준익 등 기성 감독뿐만 아니라 이계벽, 이일형 등 신인 감독과도 함께 작업하며 좋은 성과를 내왔다. 이런 점이 쇼박스를 '특정 장르'에 가두지 않게 비법. 다양한 장르와 이야기, 폭넓은 관객층을 아우를 수 있도록 했다. 쇼박스 역시 이 점을 "여타 4대 투자 배급사와의 차별점"이라 짚어냈다.

"쇼박스는 대작부터 내실 있는 작품까지 다양한 영화들을 다뤄왔습니다. 우선 송강호와 하정우, 전지현 등 관객들의 신뢰를 얻어 온 배우들과 이준익, 최동훈 등 스타 감독들이 함께한 '도둑들' '암살' '사도' 같은 묵직한 작품들이 큰 사랑을 받았고 신인 감독들과 함께 작업한 '돈', ' 검사외전', '프리즌' 등도 좋은 성과를 얻었죠. 이처럼 장르나 규모를 국한하지 않고 이야기 자체의 매력에 집중하려 했습니다. 신인 감독들과 작업을 하며 좋은 성과가 난 사례('돈', '프리즌' 등)도 많고, 장르적으로도 액션, 스릴러, 멜로, 코미디, SF 등 다양한 부문들을 다루며 실험적인 시도들을 해왔습니다."

기성감독, 신인감독 등 다양하게 작품 활동하는 쇼박스. 최동훈 감독 '도둑들'(왼쪽), 이일형 감독 '검사외전'[사진=쇼박스 제공]


쇼박스 측은 지난 필모그래피를 돌이켜보며 선호하는 장르 및 구체적 장르나 방향성 그리고 개봉 시즌은 없다고 설명했다. 투자·배급사의 '색깔'을 띄는 것을 경계한다는 의미였다. 다만 시나리오의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될 것인지, 이야기적인 재미 등은 오래도록 고민하고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여기에 이야기들이 가장 돋보일 수 있는 배급, 마케팅 전략이 더해진다는 것이 쇼박스 마케팅팀의 설명이다.

"꼭 따지자면 그런 점들이 쇼박스의 '기준'인 셈이죠. 그리고 이 기준이 앞으로도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거라고 보지 않고요. 메시지가 좋고, 장르적으로 재미있는 영화라면 관객 분들이 충분히 찾아 주실 것이라 믿으며 좋은 이야기를 찾고 선보이려 노력하고 있어요."

최근 영화산업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실정. 관객들은 단순히 '보기'만 하는 영화가 아니라 '체험'하기를 원하고 또 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영화·교육 등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인 OTT(Over The Top) 서비스 등 새로운 플랫폼을 찾아 나섰다. 쇼박스 역시 이러한 영화산업의 변화를 인지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기존 VOD로 대표되는 부가판권 시장이 더욱 넓어지고 플랫폼 및 콘텐츠가 다양해졌다고 볼 수 있어요.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영화를 영화관이 아닌 곳에서 즐기는 관객층이 한층 넓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넷플릭스처럼 자본력을 갖춘 플랫폼들이 콘텐츠 자체 제작 시장에 뛰어들며 콘텐츠의 수량과 폭도 한층 넓어진 것이 사실이나 시장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기여서, 쇼박스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죠."

쇼박스가 JTBC와 손잡고 드라마 제작중인 웹툰[사진=웹툰 '대새녀' '이태원 클라쓰']


기존 플랫폼의 공식이 달라진 만큼 쇼박스는 형식에 맞춰 '영화 제작'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 사업으로 진출을 꾀하고자 한다. 변화하는 시장에 발맞춰 다양하고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고자 함이다. 이 변화의 시작점에는 올 하반기 방영을 목표로 하는 웹툰 원작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와 '대새녀'가 있다. 영화 투자·배급사 쇼박스가 내놓는 첫 '드라마'다.

"이제는 플랫폼 중심으로 콘텐츠 시장이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플랫폼에서 장르의 구분 없이 다양한 콘텐츠들이 소비되는 시장이 됐습니다. 때문에 플랫폼을 기준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나눠 생각하기보다는 이야기, IP에 맞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풀어나가는 게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TV에서도 '시네마틱 드라마'라는 장르가 나오며 과거 '영화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던 이야기를 완성도 있게 구현하고 있습니다. 짧은 드라마타이즈 형식으로 구성된 프로젝트들이 등장하기도 했죠. 이처럼 플랫폼이 구분하는 장르의 기준이 많이 흐려져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다루는 회사로서, 드라마 제작 역시 확장된 새로운 시도를 할 기회라고 보고요."

극장에서만 영화를 본다는 건 다 옛말. TV, 컴퓨터, 휴대폰 등 다양한 매체로 콘텐츠를 접하는 가운데 쇼박스 역시 자체 IP를 구축해 영화, 드라마, 부가사업 등 여러 방법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뺑소니 전담반이라는 독특한 소재의 이야기를 담은 '뺑반', 여의도 증권가를 배경으로 사람들의 욕망을 그린 '돈', 배우 김윤석의 감독 데뷔작 '미성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폭넓은 작품으로 관객의 사랑을 받았던 쇼박스. 상반기의 키워드가 '다양함'이었다면 올 하반기는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갈까.

"하반기에는 우선 봉오동 전투에서 활약했던 이름 없는 독립군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전투'(가제), 1970년대 정치 공작을 주도했던 중앙정보부 부장들의 이야기 '남산의 부장들'이 개봉할 예정이며,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변호사와 퍼펙트한 인생을 꿈꾸는 건달의 이야기를 담은 '퍼펙트맨', 그리고 필리핀으로 패키지여행을 떠난 주인공이 현지에서 친구를 만나며 벌어지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패키지'도 준비 중입니다."

하반기 탄탄한 작품들로 성수기 여름 시장을 노리고 있는 쇼박스. 이와 더불어 첫 드라마에 관해서도 살짝 언급,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지금 쇼박스의 첫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도 바쁘게 준비 중이에요. 내년 초에 JTBC를 통해 방송될 예정입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니 기대 많이 해주세요. 장기적인 쇼박스의 계획으로는 다양한 '콘텐츠'가 되겠죠? 현재 다양한 드라마 소재들을 기획 개발 중이며, 한국영화와 더불어 다양한 콘텐츠 제작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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