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미세먼지 줄여주는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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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국 기자
입력 2019-05-1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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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진 SK증권 감사위원장


정부가 홀로 미세먼지 문제를 풀 수는 없다. 기업이 참여해야 하고, 그러려면 상업적인 동인을 주어야 한다.

여기서 기업에는 제조업체뿐 아니라 금융사도 들어간다. 먼저 제조업체는 미세먼지 저감장치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분야에 투자할 수 있다. 물론 수익률이 다른 투자보다 높아야 한다.

정부가 이런 기업을 늘리고 싶다면 세제 혜택이나 보조금 지원으로 참여를 유도하면 된다. 물론 특혜 시비는 경계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가 생기지 않게 지원에 대한 공감대를 확보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금융사도 큰 역할을 해야 한다. 도리어 제조업체보다 공익적인 역할을 더 많이 요구할 수 있다. 이미 적지 않은 금융사가 국제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 구축, 특히 환경재난 예방을 위한 여러 협약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은 환경훼손을 막는 법과 원칙을 만들었다. 바로 서클라법과 적도원칙이다. 이 법이나 원칙은 모두 금융사를 대상으로 삼고 있다. 서클라법은 1990년대 제정됐다. 기업이 환경사고를 일으키면 정화비용을 대출 금융사에도 부담시킨다. 이런 대부자 책임이 규정돼 있어 금융사는 환경 위험을 깐깐하게 따진 다음에야 돈을 빌려준다. 즉, 화석연료를 많이 쓰는 바람에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은 금융사로부터 돈을 꾸기도 어렵다. 결과적으로 금융사가 미세먼지를 줄여주는 셈이기도 하다.

우리도 이런 법을 만들 수 있다. 더 나아가 미세먼지 배출에 대한 책임을 금융사와 제조업체가 함께 지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서클라법을 이어받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다.

적도원칙은 금융사에 환경영향 평가 의무를 부과하는 국제적인 원칙이다. 금융사는 일정 규모 이상으로 자금을 대여할 때 반드시 이런 평가를 해야 한다. 다국적 금융사도 이미 이 원칙을 지키는 데 동참하고 있다.

적도원칙 역시 우리나라에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금융업 유관협회가 미세먼지 원칙을 만드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이나 프로젝트에는 금융지원을 억제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자본시장도 기여할 수 있다. 미세먼지 저감 펀드를 만들어 미세먼지 감축 기업을 키우면 된다. 물론 상대적으로 고위험·고수익 영역에 해당하는 투자다. 은행은 원금을 보장해야 하는 만큼 이런 식으로 투자하기 어렵다. 반면 자본시장에서는 헤지펀드나 환경펀드와 같이 고위험·고수익 투자처에 적합한 상품을 얼마든지 내놓을 수 있다.

미세먼지가 아니더라도 예측하기도, 해결하기도 어려운 새로운 난제가 얼마든지 우리 사회에 나타날 수 있다. 정부만 노력해서는 이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사회적인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엄청난 재원이 들어간다. 재정은 어느 나라나 제한적이다. 결국 민간, 특히 금융에 많은 역할을 주어야 한다.

금융사는 속성상 공익적인 기능까지 담당할 수밖에 없다. 사람이 건강하려면 온몸에 혈액을 원활하게 공급해야 하듯이,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사회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미세먼지 감축과 같은 사업에 자금을 충분하게 댈 수 있는 금융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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