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주의 지구본色]선거판에 뛰어든 발리우드

문은주 기자입력 : 2019-05-08 10:42
써니 데올 등 영화배우들 인도 총선 출사표 영화, 인도 최고 오락거리...'스타 파워' 효과 모디 연임 가능성 무게...23일 선거결과 주목
등장인물이 대화를 나누는가 싶더니 별안간 화려한 군무가 펼쳐진다. 인도 특유의 음악이 깔리면서 뮤지컬처럼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기괴하리만큼 과장된 방식의 액션도 빠지지 않는다. 인도 영화의 상징인 '발리우드(Bollywood·봄베이+할리우드)'의 일부 연출법이다. 지난달부터 인도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총선거가 치러지고 있는 가운데 인기 배우들이 활동 무대를 기존 '영화'에서 '선거판'으로 옮기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발리우드의 힘'...인지도 업고 선거 유세 현장으로

인도 국민배우로 통하는 서니 데올은 지난달 집권 인도국민당(BJP)에 입당했다. 반평생 활동 무대였던 뭄바이를 뒤로 하고 고향인 인도 북부 펀자브의 선거구에 출마하기 위해서다. 오는 19일 투표가 예정돼 있어 막바지 선거 운동에 한창이다. 유세 현장에 나설 때마다 "이 나라가 진보하기를 원한다"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앞으로 5년간 총리직을 유지했으면 한다"는 지지 발언도 잊지 않는다. 

데올의 가족들도 이미 정치 맛을 봤다.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데올의 아버지이자 또 다른 발리우드 스타인 다르멘드라는 2004년 인도 북부 비카네르에서 BJP 소속 후보로 나선 뒤 의석을 꿰찼다. 역시 유명 배우 출신인 데올의 의붓어머니인 헤마 말리니도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에 있는 마투라 지역에서 경선에 나섰다. 우타르프라데시는 인도 의회에서 가장 많은 의석수를 갖고 있는 지역이다.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승리한다면 모디 총리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라훌 간디 총재가 이끌고 있는 인도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도 스타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주인공은 45세 여배우 우르밀라 마톤드카르다. 영화 '나는 간디를 죽이지 않았다(2005)' 등으로 유명세를 탄 마톤드카르는 지난 3월 INC에 합류한 뒤 영화 산업의 중심지인 뭄바이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뭄바이는 전통적으로 BJP의 표밭이지만 마톤드카르는 '종교'로 표심을 파고든다는 계획이다.

CNN에 따르면 뭄바이 지역 유권자 대부분은 이슬람교도다. 인도 전체 인구의 약 14%를 차지하는 이슬람교도는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톤드카르는 "국가에서 일어나는 분열에 따른 증오의 정치는 우리에게 약속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 민족의 민주주의 설정, 모든 사람들을 위한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는 인도 헌법의 최고 권위를 믿는 정당에 소속된 것에 책임질 것"이라고 밝혔다.

발리우드 스타가 높은 인지도와 두터운 팬층을 기반으로 정치판에 나선 것이 최근 트렌드는 아니다. 인도 국민배우 자야람 자얄랄리타는 지난 1982년 정계에 입문하기 전까지 140편의 영화에 출연했던 연기 베테랑이었다. 그러나 14년 넘게 타밀나두 주의 주지사를 맡으면서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2016년 타계한 이후에도 타밀나두에서 자얄랄리타의 명성은 여전하다.
 

인도의 유명 영화배우인 서니 데올(가운데)이 지난 5월 2일(현지시간) 인도 북부 펀자브에서 열린 인도국민당(BJP) 지지 유세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인도 정계와 발리우드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데는 인도 내 영화의 위상과 관계가 있다. 인도는 중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인구 대국이지만 문맹률이 높은 데다 빈부 격차가 큰 탓에 TV를 접할 수 있는 인구가 한정돼 있었다. 계층 구분 없이 마을 사람들 모두가 한자리에 둘러앉아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로 영화가 제격이었던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중산층이 증가하고 TV 보급도 대중화됐지만 여전히 영화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인기 있는 배우들이 지역 선거구에 출마하면 대체로 높은 성적을 거두는 것도 인도 사람들의 영화 사랑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2014년 총선만 해도 464개 정당에서 8251명이 후보로 나서는 등 매번 총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치르는 정계에서 인기 스타를 배제할 이유가 없다. 영화 사업 분석가인 코말 나타는 "스타들이 선거 유세에 나서면 해당 집회에는 거대한 인파가 몰리기 마련"이라며 "BJP와 INC 모두 매우 긴장하는 상황에서 '스타 파워'는 실제로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막바지 향하는 인도 총선...모디 총리 웃을 수 있을까 

인도 총선은 지난 4월 11일 시작됐다. 등록 유권자만 9억명으로, 투표소만 100만 개에 달해 세계 최대 규모의 민주주의 선거로 꼽힌다. 지역별로 선거일을 △4월 11일(91개 선거구) △4월 18일(97개 선거구) △4월 23일(97개 선거구) △4월 29일(71개 선거구) △5월 6일(51개 선거구) △5월 12일(59개 선거구) △5월 19일(59개 선거구) 등 7단계로 나눠 치르는 이유다.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모디 총리의 연임 여부다. 일단 현재로서는 민심의 지지가 BJP로 기울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발리우드가 온오프라인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주고 있는 덕이다. 외신에 따르면 배우뿐만 아니라 스포츠 스타까지 대거 BJP 진영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인기 가수 달러 멘디를 시작으로, 크리켓 선수인 가우탐 감비르, 여배우 자야 프라다, 문문 센 등 다수 유명인들이 BJP에 합류했다. 

CNN에 따르면 유명 TV 스타 중 하나였던 스므리티 이라니는 지난 2003년 BJP에 입당한 뒤 2014년 총선 당시 사실상 대변인 역할을 하며 모디 총리를 보좌했다. 올해 43세가 된 이라니는 우타르프라데시 주 북부의 아메티 선거구에 출마해 INC와 맞붙을 예정이다. 다른 발리우드 스타인 비벡 오베로이는 모디 총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에서 노골적인 지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발리우드의 정계 진출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적지 않다.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선거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 3일 INC는 인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자국 영화 '나렌드라 모디 총리(PM Narendra Modi)'의 개봉일을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모디 총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인 만큼 업적이 미화될 수 있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선관위의 늦깎이 대응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그래픽=연합뉴스]


악용 가능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영화배우가 인기를 바탕으로 소속 정당 집회에서 군중을 끌어모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뒤에는 정작 선거구를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리니의 선거구인 마투라의 한 주민은 "유명 인사를 선출한 후에는 해당 지역에서 그들을 거의 볼 수 없다"고 말했다고 닛케이아시아리뷰는 전했다. 실제로 말리니는 2014년 선출된 이후 5년 임기 중 5개월만 마투라에서 지냈다는 불만도 나온다.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발리우드 영화는 통상 사회적 가치를 기반으로 권선징악과 역경의 극복 등을 주요 소재로 다룬 뒤 해피엔딩으로 매듭 짓는다. 다만 과도한 표현 방식으로 인해 현실 도피 수단이자 판타지에 불과하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이번 인도 총선이 해피엔딩으로 끝날지 판타지로 끝날지에 대한 결과는 5월 23일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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