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래의 소원수리] "군인은 '전과자' 아닌 나라 지키는 '헌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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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 기자
입력 2019-05-03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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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방부= 민원 떠넘기고, 해당 부대= 불법도 아닌 데 진술서 받아

<사건의 재구성>

모 부대 소속 A장병
"임산부 배려석에 앉았다 진술서 쓴 거 페이스북에서 봤냐."

같은 부대 소속 B장병
"불법도 아닌데 민원 들어와서 절차 밟아야 한다는 것은 무슨 논리냐. 그럼 모든 민원을 군대가 이제까지 다 대응해 왔다는 말이냐. 앞으로 여자와 관련된 문제는 피하게는 게 상책이다."



 

[사진=페이스북 '군대나무숲' 캡쳐]


한 군인이 지하철 내 ‘임산부 배려석’에 앉았다가 국방부 조사까지 받은 일로 장병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특히 "불법은 아닌데 민원이 들어와서 절차는 밟아야 한다"고 했다는 군 당국의 설명에 장병들의 사기 저하는 물론, 국방부의 '나태'와 예하 부대의 '무능'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해당 장병에게 설명한 것과 달리, 국방부는 불법이 아니거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민원을 자체 종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이 문제를 해당 부대로 떠넘겼다. 1차 민원 회신 기관으로서 국방부가 제대로 일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이와 함께 해당 부대는 규정 상 징계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장병 본인 의사에 반 해 진술서를 쓰게했다. '본인 의사에 반 해 의무없는 일을 하게하는 것', 법률에서는 이를 '강요죄' 판단의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군 당국이 '본인이 스스로 써 제출했다'라고 항변할 수 있지만, 군대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해당 장병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 '군대나무숲'에 '어제 휴가 때 한 행동 때문에 진술서 썼다'로 시작하는 글을 올리고 불만을 나타내며 자발적이지 않음을 애둘러 표현했다.

그럼에도 군 당국이, 진술서는 헌병대와 같은 수사기관이 받은 진술조서와는 다르다라며 문제가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규정 상 징계 근거가 없는 사안'에 대해 '임의로' 진술서를 받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제보를 한 B장병의 말처럼 "앞으로 여자와 관련된 문제는 피하게는 게 상책이다"는 의식이 장병들에게 퍼지는 데 있다. 장병들 사이에서 이를 '역차별'적 상황에 놓인 자신의 처지를 우스갯소리로 치부하는 것으로 끝내면 다행이지만, 자칫 반(反) 여성적 편견이나 여성 혐오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군인은 '전과자'가 아닌 나라를 지키는 '헌신자'"라며 "명확한 기준과 징계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민원 대응은 장병 사기에 영향을 미친다. 이번엔 장병이었지만 언젠가는 부메랑이 돼 국방부 자체에 돌아 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교통공사는 2013년부터 지하철 객차 한 칸당 2좌석을 임산부 배려석으로 지정했다. 서울교통공사는 그간 임산부가 아니어도 임산부 배려석을 이용하는 게 위법사항은 아니며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두길 권장하는 쪽이이라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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