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窓으로 경제보기​ ⑯] 한국의 잠잠한 ‘여풍(女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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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스포츠 칼럼니스트․前 KT스포츠 커뮤니케이션실장
입력 2019-05-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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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스포츠 칼럼니스트]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최근 "한국(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이 7년째 OECD 꼴찌"라며 여성인력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리기 위한 적극적인 개입 방침을 밝혔다. 진 장관은 대한상의 초청 '최고경영자(CEO) 조찬 간담회'에서 "경제를 담당해야 하는 여성 인구의 역량을 강화하고 부추겨야 하는게 대한민국이 직면한 도전인데 여전히 차별이 있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특히 지난 2013년만 해도 일본의 여성 임원 비율은 1.3%에 불과해 한국을 밑돌았는데, 2015년 아베 총리를 중심으로 여성 경제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시법을 만들어 4년 만에 6.4%로 올라 한국보다 높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가장 걱정하는 게 여성들의 발탁은 중간영역 후보군이 부족해 시기상조라는 것"이라며 "일본은 그런 문제가 없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결국은 (정부가)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진장관은 스스로도 "여성이어서, 국가의 개입 덕분에 이 자리에 와있다"고 말했다. 과거 변호사 시절 법조계에서 차별을 겪었지만, 최초로 강금실 여성 법무부 장관이 나오면서 삶이 바뀌었던 경험도 전했다.

진 장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여성 임원 비율이 빠른 시일내 높아지기는 힘들어 보인다. 아직까지도 사회 전반에 흐르는 남존여비 사상이 최고의 걸림돌이다. 인사권을 쥔 대기업 회장들이 큰 결심을 하지 않는 한 여성 임원 증가는 ‘말잔치’에 그칠수 있다. 그런데, 백인 남성이 장악하던 월스트리트에 최근 ‘거센 여풍(女風)’이 불고 있어 이 바람이 몇 년뒤 한국에도 상륙할 것을 기대해본다. 몇달전 스테이시 커닝행(44)이 뉴욕 증권거래소 설립 226년만에 CEO로 임명됐다. 또 미국 최대은행 ‘JP 모건’의 CEO로 여성 2명이 각축을 벌이고 있어 조만간 미국 주요 은행권 사상 최초로 CEO 여성 선임이 확실시된다.

스포츠계도 여성 차별이 매우 심한 편이다. 선수들이 모두 남성인 프로야구와 남자 프로배구, 남자 프로농구는 그렇다 치더라도 여자 프로배구, 여자 프로농구에도 정말 ‘가뭄에 콩나듯’ 여성 지도자가 선출되고 있다. 스포츠계에서 여성 지도자를 꺼려 하는 것은 훈련의 강도와 선수단 장악력이 떨어진다고 보기 때문. 하지만 지난 3월말 막을 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에서 박미희(56)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이 10년만의 챔프전 우승을 이끌어내 화제를 모았다. 박감독은 엄마의 마음으로 선수들을 혼내고, 다독이며 또 여성 특유의 자유로운 스킨십을 바탕으로 남자 감독들이 장악하고 있는 여자 배구계 유리천장을 보기좋게 깨뜨렸다.

그러나 여자 감독 선호는 여전히 ‘산넘어 산’이다. 여자 프로농구 부천 KEB 하나은행은 (6팀중) 5위에 그친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지난 4월초 감독 교체를 단행했다. 성적 부진에 따른 감독 교체는 늘 있어 왔으나 문제는 ‘15년 상무 감독’ 경력의 A씨를 데려온 것. A씨가 난생처음 여성팀을 맡으면서 얼마만큼 리더십이 달라질지 모르지만, ‘상명하복’이 몸에 밴 군인 선수를 15년간 가르쳤다면 부드러운 여성 선수들을 상대로 큰 시행착오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박미희감독의 ‘우승 돌풍’으로 여자 농구계에도 ‘여성 지도자’의 신선한 바람을 기대하던 농구인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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