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窓으로 경제보기​⑭] 기업 매각과 스포츠단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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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스포츠 칼럼니스트․前 KT스포츠 커뮤니케이션실장
입력 2019-04-1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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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스포츠 칼럼니스트]



제2 민간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31년여만에 굿바이를 한 것은 박삼구 회장의 무리한 사세확장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1997년 IMF 경제 위기를 비교적 잘 벗어나 경영에 자신감이 생긴 박회장은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잇달아 인수해 자산 규모를 재계 순위 7위인 26조원으로 늘렸다.

하지만 무리한 사세 확장은 결국 독이 돼 돌아왔다. 사상 최고가인 6조 6000억원에 인수한 대우건설은 감당할수 없는 짐이 됐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못견뎌 대한통운마저 되팔았다. 유동성 위기는 그룹 전체를 흔들어 결국 그룹의 노른자위인 아시아나 항공을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일단, 스포츠계로서는 금호그룹이 다른 대기업처럼 스포츠팀을 소유하지 않은데 대해 안도하고 있다. 만약 프로 스포츠팀이라도 있었다면 인수 기업을 찾기 위해 큰 혼란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체의 경영 부진이 스포츠계에 불똥을 튀긴 사례는 여럿 있다. 대표적으로 풍한방직과 청보식품을 거느린 ‘떠오르는 중견기업’ 풍한그룹은 1985년 5월, 프로야구 삼미 슈퍼스타즈를 인수해 스포츠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풍한그룹은 프로야구단 운영으로 회사의 성장을 국민들에게 널리 홍보하려 했으나 무리한 사세 확장으로 2년여만에 부도, 계열 회사와 야구단을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삼성그룹은 프로야구단 때문에 좌절과 환희를 맛보다 결국 손을 뗀 케이스다. 삼성 라이온즈는 프로야구 출범 3년째인 1984년 ‘져주기 승부’의 추태를 벌이며 무리하게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렸으나 ‘철완 최동원의 시리즈 4승’에 막혀 그룹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이후 선수단 집중 투자로 계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두드렸으나 번번이 1보 직전에서 좌절됐으며 ‘해태 V9’의 주역 김응용 감독을 모셔온 2002년에야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삼성 라이온즈는 2011~2014년 4연속 우승의 신기원을 이룩했으나 이재용 그룹 부회장의 스포츠단 투자 축소 계획에 따라 계열사인 제일기획이 운영을 맡고 있다.

대기업들은 그룹 홍보 수단으로 스포츠단을 운영하는 탓에 라이벌 기업간의 경쟁은 늘 불꽃을 튀겼다. 1970년대 남자 대학농구 스타 선수 스카웃을 놓고 벌인 삼성-현대 그룹간의 싸움은 거의 전쟁이다시피 했다. 아마추어 선수임에도 지금 돈으로 10억원이 넘는 계약금이 오갔고, 선수들을 납치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2013년 KT 이석채 회장은 통신업계 라이벌인 SK 그룹의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즈’에 대항하기 위해 10구단 ‘KT 위즈’를 수백원을 들여 의욕적으로 창단했다. 하지만 2014년 초 취임한 황창규 회장은 이를 쓸데없는 비용으로 여기고 선수단 투자 축소를 지시해 2015~2017년 3년 연속 최하위(10위)에 이어 지난해 9위로 처지는 빌미가 됐다. 올해도 16일 현재 10위에 그치고 있다.

이에 반해 SK 와이번즈는 2018 한국시리즈 우승을 쟁취해 그룹 임직원들의 사기를 드높였다. 역시 그룹의 지원과 협찬이 잇따라야 좋은 성적을 낼수 있다는 스포츠계 교훈을 되새겼다.

한편, 프로야구단의 1년 운영비가 500억원에 이를 정도여서 모기업이 없는 키움 히어로즈는 경제 불황이 닥칠 경우 유동성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가 있다. 하지만, 프로야구는 최고 인기 스포츠인만큼 경영이 힘들더라도 구단을 인수할 대기업이 반드시 나타나기 때문에 현재의 10구단 체제가 유지되는건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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