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던 규제도 생기는 韓... 스타트업하기 힘든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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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19-04-29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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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의 新 규제 앞에 신음하는 플랫폼 스타트업

  • 자유로운 기업 활동 VS 이용자 보호 충돌

지난해 문재인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스타트업들에게 한국은 여전히 기업하기 힘든 나라다.

◆ 없던 규제도 생겨나는 한국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승합차 공유서비스 '타다'를 제공하는 브이씨엔씨(VCNC), '차차밴'을 서비스하는 차차크리에이션, 배달대행업체 메쉬코리아 등 여러 플랫폼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새 규제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이들 사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새 규제를 만들어서라도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실제 피해가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피해가 발생할 것을 가정하고 관련 규제부터 만드는 것이야말로 반(反)기업적인 행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DB]

VCNC에 따르면, 서울시는 얼마 전 차량 공유서비스인 타다프리미엄, 카카오블랙, 우버블랙 등 고급 택시를 운영하는 스타트업들에게 택시 1대당 최대 1000만원의 이행보증금을 요구했다. 플랫폼 사업자의 횡포를 현행법상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부득이하게 이행보증금을 받겠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업계에선 관련 법령이 없는데도 서울시가 임의로 이행보증금을 징수하려는 점과 VCNC가 운영하는 타다에게만 타사보다 더 많은 이행보증금을 요구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승합차 공유서비스 타다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차에게 위법성 여지가 있다며 계약을 자제하라는 공문을 각 지방자치단체에게 보내기도 했다. 장기렌터카를 빌린 드라이버(대리 기사)와 승객을 연결해주는 차차의 사업모델이 배회영업 금지 등을 규정한 여객운수사업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의 결정으로 지난해 한 차례 영업을 중지당한 바 있던 차차는 내달 계획했던 신규 서비스 출시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입법 예고한 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에는 오토바이 배달원이 배달 도중 후속 배달을 받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나날이 증가하는 오토바이 배달원의 사고를 줄이려는 취지인데 한창 성장 중이었던 배달대행 업계는 날벼락을 맞았다. 배달대행 브룽(VROONG)을 서비스 중인 메시코리아는 시장 규모 확대를 위해 적자를 감수하고 매출을 확대하고 있었지만, 이번 규칙이 시행되면 같은 시간에 받을 수 있는 주문량이 줄어 적자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사소한 정부 규제라도 한창 성장해야 할 시기인 스타트업에겐 중대 위기로 다가온다"며, "대기업과 달리 스타트업은 정부와 협의하고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인적·시간적 여력도 부족하다. 규제 도입에 앞서 정부와 스타트업이 함께 타당성을 검토하는 대타협 기구가 신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규제 앞에 신음하는 스타트업

승합차 공유 서비스 '타다'를 운영 중인 브이씨엔씨(VCNC)는 서울시의 이행보증금 요구에 당황하고 있다. 4월부터 고급 택시 타다 프리미엄을 서비스할 계획이었는데, 서울시가 택시 1대당 1000만원의 이행보증금을 내야 고급 택시 면허를 인가해주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타다는 서울에서 100대 규모로 고급 택시를 시작할 예정인데, 당장 10억원에 달하는 돈을 마련해야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어 향후 사업 규모를 확대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타다가 다른 경쟁사의 고급 택시와 차별를 받는다는 점이다. 카카오블랙의 운행대수는 335대, 우버블랙은 100대 인데, 서울시는 이들 사업자들에게 총 운행대수에 따라 20~100대 2000만원, 101~300대 5000만원, 301~1000대 1억원, 1001대 이상 2억원의 이행보증금을 제시했다. 그러나 타타에게만은 총 운행대수 대신 1대당 1000만원의 이행보증금을 요구했다. 타 고급 택시 사업자와 달리 신규 사업자라는 이유에서다. 이는 같은 100대를 운행하더라도 경쟁사는 2000만원, 타다는 10억원의 이행보증금이 징수되는 셈이다.

VCNC처럼 차량 공유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차차는 5월 출시 예정이었던 '차차밴' 서비스를 국토교통부의 심사로 인해 연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차차밴은 모회사인 쏘카로부터 차량을 대여하는 B2C(기업대 소비자)인 타다와 달리 장기렌터카를 빌린 드라이버(대리 기사)와 승객을 연결해주는 P2P(개인대 개인 서비스)다.

차차는 5월 서비스 개시를 위해 진행 중이던 렌터카 기사 모집을 중단하고 국토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국토부로부터 위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받고 서비스를 중단한 차차는 후속 투자가 끊기고 대표가 사퇴하는 등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동우 차차 대표는 "국토부의 판단을 기다리며 기사 모집을 중지했고, 서비스 일정이 약간 지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메쉬코리아 등 배달대행 업체들도 고민에 빠졌다. 새 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이 시행되면 배달 요청 횟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메쉬코리아는 2017년 301억원이었던 매출이 2018년 730억원으로 급증했지만, 업계에선 160억원에 달하는 적자 규모도 한층 커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수백억원 대 투자금으로 적자를 상쇄하고 있다.

메쉬코리아 관계자는 "배달 요청을 적게 받는 만큼 회사와 배달원의 수입이 줄어들고, 상점들 역시 판매하는 음식의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효율이 떨어지는 만큼 배달 대행을 쓸 이유가 없다. (고용노동부의 입법 예고는) 배달 대행이라는 시장 자체를 위협하는 규제"라고 토로했다.

◆ 정부, 이용자 보호가 우선.. 플랫폼 업체 횡포 막아야

일선 정부 기관의 규제에 명분과 목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거대 플랫폼 업체의 횡포로부터 이용자의 피해를 막는다는 명확한 목적이 있다. 하지만 관련 법률이 없는 상황인데도 규제를 하거나, 국회 대신 정부 기관이 임의로 만든 시행령상 규칙으로 규제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규제를 하려는 게 아니라 플랫폼에 참여한 업체와 이용자를 지키려는 것"이라며, "영향력있는 플랫폼 사업자가 택시 시장을 멋대로 주무르는 것을 막기 위해 수수료율을 매년 5% 이상 올리는 것과 여러 호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협의 사항을 두고, 이를 어기면 보증금에서 일정 금액을 위약금조로 차감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규칙은 상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배달사업자(배달원)를 배달대행 업체의 횡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2012년 1만건이었던 이륜차 사고는 매년 1000건씩 증가해 2016년 1만 3000건에 달한다. 배달 중 후속 배달 요청을 받으면 그만큼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배달 중이란 이륜차를 운전하는 도중에 한정되며, 운전하지 않는 동안에는 배달 요청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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