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경쟁력이다①] 늙어가는 대한민국…기준점 바꾼 인구정책 다변화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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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길 기자
입력 2019-04-1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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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5명 중 1명이 65세 이상

  • 인구 기준 상향 논의 올해 급물살…"노인기준 높이면 생산가능인구 8.4%p↑"

"아직 10년은 거뜬히 더 일할 수 있지만 일자리를 찾기 위해 면접을 볼 때마다 노인 취급을 한다. '백세(百歲)시대'라는 말까지 나온 상황인데 능력을 떠나 60세가 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취업이 이렇게 힘들다는 게 말이 되냐. 노인으로 불리는 것 자체가 싫다. 노인의 나이 기준을 바꿔야 한다."

무역회사에서 30여년간 일하다 지난해 정년퇴직한 김지환씨(61) 하소연이다.

김씨는 "중동과 동남아시아 등 현장을 누비며 얻은 노하우가 아직 살아 있다. 체력이 안 돼서 일을 못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지금껏 쌓아온 내 실력이 나이 때문에 묻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나마 김씨는 생계 걱정이 우선이 아니기 때문에 본인은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얘기한다.

김씨는 "국민연금도 나올 거고, 액수가 크진 않지만 사적 연금도 일하는 동안 준비를 해왔다. 월급이 중요한 게 아니라 출근을 한다는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어르신들이 장기를 두고 있다. [연합뉴스]

고령 인구 급증에 따른 노인 기준 상향 등 기준점을 바꾼 인구 정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월 대법원이 만 60세였던 육체노동 정년을 65세로 올리는 판결을 내린 가운데 노인 기준연령도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늙어가는 대한민국'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050만8000명에 달해 전체 인구 5261만명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민국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통계상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게 되면 초고령사회에 접어들게 된다.

앞서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인구 비중이 7%를 넘어서며 고령화사회에 처음 진입했다. 이어 2017년 인구의 14%가 65세 이상으로 채워지면서 다음 단계인 고령사회가 됐다.

문제는 가파른 고령화 속도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넘어가는 데 17년이 걸렸으나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까지는 불과 8년밖에 남지 않았다.

2058년에는 고령인구 비중이 40%를 넘어서고, 2067년이 되면 인구의 절반 수준인 1827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반대로 생산인구는 감소하고, 이에 따라 부양 부담도 커진다.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부양하는 인구를 나타내는 총부양비는 2017년 36.7명에서 2067년이 되면 120.2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인구로 접어들면서 생산가능인구는 2017년 3757만명에서 10년 동안 250만명이 줄어들고, 2067년이 되면 1784만명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그만큼 생산가능인구의 부담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반대로 기대수명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2017년 기준 한국인 기대수명은 82.7세에 달한다. 지난해 태어난 신생아는 평균적으로 82.7세까지 산다는 의미다. 1981년(66.7세)보다 16세 높아졌다.
 

[사진 = 아이클릭아트]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10년간 한국사회를 말할 때 항상 쟁점 사항으로 자리했던 노인 연령 기준 상향 논의는 올해 급물살을 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 전체 워크숍'에서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노인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며 논의에 불을 지폈다.

박 장관은 "몇살부터 노인이냐고 물어보면 대개 70세 이상을 이야기하지만, 법적으로는 65세이고 일부에서는 퇴직연령을 60세로 정하고 있어 사회적 인식보다 노인연령이 너무 낮게 설정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노인 기준 연령을 70세로 높이면 2040년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노인부양비율이 현재 59.2명에서 38.9명으로 20.3%나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생산가능인구가 8.4% 포인트 늘고 고령인구가 8.8% 포인트 감소해 초고령화도 늦출 수 있다.

또 노인복지의 핵심인 공적연금 지출도 줄일 수 있다. 통계청 '2015년 국민이전계정 개발결과'에 따르면 15~64세 노동연령층이 낸 세금 106조원 중 절반가량인 49조4000억원이 의료·연금 등 65세 이상 기준에 맞춘 노년층의 복지비용으로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노동기준 연령이 70세로 확대되면 노동연령층이 증가해 복지에 쓰일 세금이 늘어나고 노인 공공비용도 줄어들 수 있다. 유럽이 끝없는 논쟁 속에서도 노인연령 상향을 꾸준히 추진한 이유다.

이와 함께 지난 2월 대법원은 육체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최종 나이(가동연한)를 기존 60세에서 65세로 보는 게 맞는다는 판결을 내려 정년 연장과 노인 연령 상향에 대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대법원은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발전하고 법제도가 정비·개선됨에 따라 기존 가동연한을 정한 판결 당시 경험칙의 기초가 됐던 제반 사정들이 현저히 변했다"며 "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의 여건을 고려한다면 65세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노인 기준에 대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사회적 요구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1월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는 노인 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것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55.9%로 절반을 넘었다.

리얼미터는 "찬성 여론은 평균 수명 증가에 따라 노인에 대한 주관적 기준과 사회적 기준 간 괴리가 발생하고, 노인 복지비용 증가로 젊은 층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행 노인 기준 만 65세는 유엔이 1950년에 정한 국제적 기준을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는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으로 노인 기준이 65세로 자리잡았다. 당시 한국인 기대수명은 66.1세였다.

전 세계적으로도 노인연령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추세다. 유엔은 아예 노인연령을 80세 이상으로 정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정부는 급격한 노인연령 상향 조정은 심각한 사회경제적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보고 단계적 접근을 통한 사회구조개혁을 함께 추진하는 방향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노인연령 상향 문제는 정년연장뿐만 아니라 기초연금, 국민연금,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지하철 무임승차와 같은 각종 복지 혜택 기준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노인연령 상향 논의를 본격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단계적 접근과 관련해서는 국민연금 수급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점진적으로 높인 선례를 참고해 합리적 방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구조개혁 과제로는 은퇴자 재취업·창업지원 강화, 고령자 적합 일자리 발굴 및 활성화, 평생교육 등 재교육 기회 확대 등 고용대책과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 확대, 노인 일자리 확대, 중고령자 노후준비 지원 확대 등의 개선방안을 검토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조경환 고려대안암병원 노인병센터 교수는 "과거 60세가 노인으로 평가받던 시절에는 일상생활 중 육체노동이 많았고, 노동 중 손상이 생겨도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하면서 노동 활동이 힘들 정도의 노쇠가 일찍 찾아왔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노동에 따른 신체 손상이 거의 없고, 퇴행도 늦어지면서 노동연령의 상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은 "고령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노인연령 기준 상향은 갈 수밖에 없는 길"이라며 "과거 정부에선 이 문제가 잠깐 제기됐다가 수그러들었으나, 이번엔 지속해서 연구하고 각 부처 및 지자체와 협의를 하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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