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996 근무제'… 직원의 福인가 경영진의 오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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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9-04-1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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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96근무 둘러싼 찬반논쟁 가열

  • 마윈 '996' 옹호 발언에 누리꾼 '비난' 봇물

  • 中 관영언론 "996근무는 노동법 위반…워라밸 추구" 강조

"996근무제는 직원들의 복(福)이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
"996근무제는 기업 경영진의 오만이다."<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996.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6일 근무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중국 인터넷 업계에 만연한 정당한 보상 없는 과도한 초과근무 문화를 일컫는 말이다. 최근 996 근무제로 일하다가는 병원 중환자실(ICU)에 갈 수 있다며 996에 반발하는 '996.ICU' 운동이 확산되면서 중국 996근무제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격렬하게 이뤄지는 모습이다.

◆ '996' 옹호하는 마윈 "남들보다 더 많이 노력하지 않고 어떻게 성공하나?"

996근무제 찬반 논쟁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인 건 중국 인터넷공룡 알리바바 마윈 회장이다. 그는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나흘간 996 근무제에 관해 세 차례나 발언을 했다.

지난 11일 직원들과의 대화 교류의 시간에서 996근무제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게 첫 시작이었다. 

중국 봉황망에 따르면 마 회장은 이날 "나는 젊었을 적 996은 물론 12*12(하루 12시간, 12개월 근무) 이상을 근무했다"며 "이를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중국 BAT(중국 3대 인터넷 기업인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영문 이니셜의 조합)에서 996 근무를 하는 건 우리가 만들어낸 복(福)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또 그는 "많은 회사나 사람들이 996근무를 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어서 못한다"며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 어떻게 성공하길 바라는가"라고도 반문했다. 

하지만 마 회장의 '996' 옹호 발언에 중국 누리꾼들은 즉각 반박했다. 누리꾼들은 "마윈이 인터넷업계 리더로서 책임감없는 발언을 했다", "앞으로 많은 영세기업들이 직원들에게 996을 강요할지 우려스럽다", "996이든, 9107(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주 7일 근무)이든 상관없다. 문제는 근무제가 아니라 임금제다" 등의 반대 발언을 쏟아냈다. 일각에선 마윈 회장이 '자본가의 진면목을 드러냈다'는 비난까지 쏟아졌다

누리꾼의 반발을 의식한듯 마 회장은 지난 12일 공식 SNS 웨이보를 통해 "그 어떤 회사도 996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며 전날보다 한층 누그러뜨린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도 "행복은 열심히 피땀흘려 노력하는데서 나오는 것이란 걸 젊은 청년들이 알아야 한다"며  "996을 옹호하진 않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 회장은 14일 또 한 번 웨이보를 통해 자신의 발언이 일에 대한 열정에 방점을 두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진정한 996은 단순한 야근이나 육체노동,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것과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는 "진정한 996이란 공부와 자아계발을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이라며 "996을  따르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근수당을 위해 996 근무를 하는 사람들은 오래갈 수 없다"고도 했다.

마윈 회장은 "성공한 기업가나 예술가·과학자·스포츠 선수 등이 996 이상으로 근무한다"고도 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삶의 방식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며 "널널한 삶을 선택한다고, 초인적 노력을 하려하지 않는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들은 열심히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행복과 보람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마 회장은 기업경영진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 경영진은 자신의 성공이 직원의 성공인지, 자신의 즐거움이 직원의 즐거움인지를, 또 직원들이 즐거움을 찾도록 자신이 도와줬는지, 아니면 직원들에게 996만 강요했는지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에게 이상이 없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기업 경영진에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며 "왜냐하면 이는 기업 경영진은 이상을 직원들에게 이상으로 삼으라고 했지만, 정작 직원들의 이상을 자신의 이상으로 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사실 마윈 회장만 996근무제를 옹호한 건 아니다.  중국 또 다른 인터넷기업인 징둥그룹의 류창둥 회장도 996근무제를 옹호하는 발언을 내놨다. 

그는 최근 웨이보를 통해 "직원들에게 996을 강요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직원들이 온힘을 다해 노력하는 '핀보(拚搏)'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현재 체력으로 볼때 '8116+8(주6일근무, 8~11시근무, 일요일 8시간근무, 한달에 2번 휴식)'도 문제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충대충 일하는 사람들은 우리 형제가 아니다"며 "진정한 형제는 함께 죽을 힘을 다해 싸우며, 책임과 스트레스를 함께 견디며, 성공을 함께 누리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 [사진=중국중앙(CC)TV 캡처]


◆ 996에 쓴소리 내는 공산당 "996은 노동법 위반···'워라밸' 추구해야"

중국 내 996근무제 찬반 논쟁이 가열되자 중국 관영언론들도 나섰다. 관영언론들은 중국 IT기업들이 996근무제를 강요하는 건 노동법에 위반된다며 '996 반대' 목소리로 여론몰이를 하는 모양새다.  현행 중국의 노동법이 정한 노동시간은 하루 8시간으로, 주 40시간을 넘길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웨이보 평론에서 "'분투(奮鬪)를 숭상한다고, 노동을 숭상한다고 996을 강요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평론은 "최근 경기 둔화 속에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하지만 996이 해결책은 아니다"고 했다. "996은 기업 경영진의 오만이며, 현실에 맞지 않는 불공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평론은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데에는 일 이외의 것에서 더 많은 가치를 얻고, 흥미를 발견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의미를 찾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996을 반대한다고,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다고, 대충대충 일한다고 도덕적으로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관영 환구시보도 15일자 '996, 1만 달러 시대에 진입하는 중국의 고민'이라는 제목의 평론에서 "996근무제가 직장생활의 보편적 구호가 될 수는 없다", "996 근무제가 회사 경쟁력의 근본이나 활력의 원천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이는 노동법 기본정신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평론은 "기업 경영진은 일반직원과 달리 고강도 업무가 가능하다"며 "왜냐하면 이들의 초과근무는 정말로 사업에 대한 강렬한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피고용자인 일반 직원들은 회사의 이익으로 인해 얻는 보수가 경영진과 다른 만큼 일반 직원에게까지 경영진과 동등한 충성도와 희생을 요구해선 안된다고 전했다. 일반 직원에게 회사를 위해 개인생활을 희생하라고 하는 건 불공평하고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사설은 996를 둘러싼 찬반 논쟁은 중국이 1인당 소득 1만 달러 시대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아름다운 삶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추구를 깨닫게 해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제창하는 고도의 질적 성장엔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도 포함된다며 이는 경제사회 발전에 따른 대중들의 가치관을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중국의 회사들은 이러한 현상은 거스를 수 없는만큼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996'근무 관련 삽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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