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현직 기자가 말하는 뉴미디어시대에 기자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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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기자
입력 2019-04-2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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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김호이의 사람들>의 발로 뛰는 CEO 김호이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기자의 이미지는 무엇인가요?

취재를 하고 기사를 작성해서 신문 또는 온라인에 게재를 하여 세상의 일을 글과 사진으로 전하는 일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요.

최근 뉴미디어 산업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취재를 해서 사진과 글로 세상 이야기를 전하는 것을 넘어서는 기자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기자의 일과 함께 뉴스쿨, 덕터뷰 같은 뉴미디어 콘텐츠를 제작·운영하고, 자신이 찍은 사진으로 전시를 여는 등 다방면으로 활약 중인 조재형 기자의 인터뷰입니다.


 

[사진= 조재형 기자 제공/ 조재형 기자]


Q. 사진과 영상으로 많은 걸 할 수 있는 기자라는 길을 걷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대학생 때 취미, 알바로 사진과 영상을 하다가 내셔널지오그래픽 한국 대회에서 상을 받게 됐어요.

그때 “내 사진이나 영상이 단순히 작품으로 남는 걸 넘어서 사회적인 문제를 드러내거나 사회적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대외활동으로 미디어봉사단을 했을 때도, 트위터에서 사람들이 모여 기부 사진전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사진 판매금을 소년·소녀가장과 국립소아암센터에 전달했는데 그 과정에서 “내가 만든 콘텐츠가 사회적으로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굳혔죠. 그럴 수 있는 직업 중 하나가 기자라고 생각해서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Q. 어렸을 때는 무엇을 하고 싶었나요?

A. 중학교 때부터 PD를 꿈꿨어요. 그런데 제가 밤을 잘 못 새요. 일반적인 방송은 1~2시간짜리 영상을 만드는데 매력적이긴 했지만 제 생활 패턴이랑 너무 안 맞더라고요. 2000년대 중반부터 UCC를 중심으로 뉴미디어 영상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는데, 여러 언론사에서도 영상 분야를 강화해 영상기자라는 길을 택했죠.

Q. 올해로 기자생활 7년차이신데 그때는 뉴미디어라는 말이 없었나요?

A. 당연히 있었죠. 20세기 후반에 이미 나왔던 말이니까요. 지금은 스브스뉴스, 피키캐스트, 닷페이스 같은 뉴미디어 브랜드들이 많이 있는데 제가 취업을 준비할 때는 거의 없었어요. 1인 미디어 제작자로 활약하는 분들이 종종 있는 정도였죠. 지금은 언론·방송사 뉴미디어 브랜드도 많이 있고, 1인 제작자나 뉴미디어 콘텐츠를 다루는 스튜디오도 많이 생겼어요. 재밌어졌죠.

Q. 지금의 뉴미디어를 보면 어떠한 생각이 드시나요? 조금 더 기다렸다가 뉴미디어를 했어야 되나?라는 생각도 드시나요?

A.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런 변화를 기다렸다면 몇 년을 더 취준생(취업준비생)으로 버텨야 됐겠죠? 일단 그럴 자신은 없었고요(웃음).

근데 뉴미디어는 하나의 큰 흐름이고 어떻게 풀어내느냐는 다른 문제에요. 저널리즘으로 푸는 곳이 있고, 예능으로 푸는 곳이 있고, 정보를 주는 콘텐츠 등 수많은 카테고리가 있죠.

저는 취업 준비를 할 때 “내가 만든 콘텐츠가 사회적인 영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이 있었고 언론사나 방송사에서 하고 있는 뉴미디어 콘텐츠도 매력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몇 년을 기다려서라도 새롭게 생겨나는 뉴미디어 브랜드에 취업했어야 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Q. 기자생활을 하고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면서 가장 뜻깊고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 때는 언제인가요?

A. 몇 가지가 있는데요. 우선 저만의 최우선 가치는 10대가 좋아하는 뉴스를 만드는 거에요. 올해 1월부터 틱톡에 ‘뉴스쿨’이라는 30초 뉴스 콘텐츠를 론칭했어요. 솔직히 영화나 예능에 비하면 재미없는 뉴스지만, 빠른 호흡으로 정보를 충실하게 전달해준다면 청소년들도 그 가치를 알아줄 거라는 생각이었죠. 지금까지 반응이 괜찮아요.

잘못 시행되고 있는 제도나 잘못된 시민의식의 현장을 찾아다니는 ‘확인해봄’이라는 시리즈 기사도 썼는데요. 빅데이터 시대지만 발품팔이로 엄청 돌아다니는 스몰데이터 콘텐츠? 뭐 그런 건데 번화가 점자 보도블록이 잘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는 편이 있었는데 반응이 꽤 폭발적이었어요.

기사가 나온 다음날, 보도블록 위에 주차된 오토바이나 생수통 같은 장애물이 깔끔하게 정리된 걸 보고 “내가 쓴 기사가 좋은 영향을 발휘할 수 있구나”라는 기분을 오랜만에 느꼈어요. 그리고 ‘동물원은 누구를 위한 낙원인가’라는 기사를 쓴 적이 있는데 올해 고등학교 국어 ‘화법과 작문’ 교과서에 실리게 돼 뿌듯하기도 했죠. 운이 좋았겠지만요.
 

[사진= 조재형 기자 제공]


Q. 생각했던 기자의 삶과 무엇이 다르고 만족하시나요?

A. 저는 만족하는 편이예요. 미디어 계통 직업은 좋아하지 않으면 오래하기 힘든 직업인 것 같아요. 6~7년 동안 하고 있으니 마음에 든다고 봐도 되겠죠. 기자가 되기 전에는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게 있었어요.

TV나 영화를 보면 엄청나게 수직적이고 술도 많이 먹고 불규칙한 삶을 사는 기자들이 많잖아요. 근데 한편으로는 하루하루가 다르고, 업무의 자율성도 어느 정도는 보장돼요. 회식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고요.

무엇보다 기자에게도 작가다운 면이 있는데, 생각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다는 점은 매력 있다고 생각해요.

Q. 사진을 촬영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다가가기, 순발력, 인내심, 스토리텔링 이 네 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작년에 다큐멘터리 사진의 대가이신 성남훈 작가님 수업을 들으면서 ‘관계 맺기’의 중요성을 많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제가 다큐사진에 흥미가 있고 여행을 떠나도 단순한 풍경보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게 좋아서 더 인상적이었어요.

‘순발력’은 찍고 싶은 장면이 눈앞에 왔을 때 놓치지 않는 실력, ‘인내심’은 내가 원하는 느낌의 이미지가 있으면 그 이미지가 완벽하게 일치하거나 그 이상의 이미지가 나올 수 있을 때까지 집요하게 다시 찍고 또 찾아가고 하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스토리텔링’은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요즘에는 사진 찍는 사람들이 워낙 많은데 그 사진에 이야기를 충실히 담는 분들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상을 받은 사진은 지금 보면 ‘잘 찍은 사진’은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중년 여성의 이야기’는 차별점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작업할 제 사진에서도 스토리가 잘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Q. 최근 크리에이터 열풍이 불고 있는데 만약 조재형 기자가 크리에이터가 된다면 어떠한 주제를 가지고 콘텐츠를 만들고 싶으신가요?

A. ‘크리에이터’라는 말은 굉장히 넓고 깊은 것 같아요. 회사원도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고 셰프나 요리연구가처럼 자신만의 요리를 만드는 일도 크리에이터안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는데, 저도 기자라는 직업을 가지고는 있지만 전형적인 기자의 삶을 살고 있지는 않아요. 뉴스 크리에이터라고 볼 수 있겠죠.

회사에서 유튜브 콘텐츠도 만들고 개인적으로는 사진작업도 하고 있고, 피키캐스트 연재도 해봤는데, 만약 독립해서 크리에이터로 살아가야 한다면 피키캐스트에서 진행했던 멸종위기 동물 콘텐츠를 이어서하면 재밌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갖고 있어요.
 

[사진= 조재형 기자 제공]


Q. 조재형 기자가 생각하는 좋은 콘텐츠란 무엇인가요?

A. 좋은 콘텐츠를 구성하는 요건은 굉장히 다양한데 제가 생각하는 좋은 콘텐츠란 자극적인 재미를 추구하지 않은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서 뻔하고 재미없는 콘텐츠가 좋다는 말은 아니고요. 자극적이지 않게 구성을 해도 재미있는 콘텐츠들이 많아요.

인터뷰도 마찬가지에요. 제가 2016년부터 해온 유튜브 크리에이터 인터뷰가 있어요. ‘덕터뷰’라는 제목인데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분들은 조회수야 잘 나오겠지만 절대 섭외하지 않아요.

음식도 향신료에 MSG를 많이 뿌리면 맛있긴 하지만 질리는 것처럼 너무 자극적인 걸로 시선을 끌기보다 그 사람의 스토리를 충실하게 담으면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이 좋은 콘텐츠가 아닐까요?
 

[사진= 김호이 기자]


Q. 만약 직장에서 나오게 된다면 어떠한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A.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10년 후의 제 삶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만약 미디어 업계를 벗어난다고 해도 기획자·작가라는 아이덴티티는 버리지 않을 겁니다. 뭔가를 만들고 보여주는 걸 좋아하니까요.

교육 쪽에도 관심이 있어요. 요즘은 진로교육 쪽에 더 눈길이 가는데요. 종종 진로특강을 나가고 그 속에서 좋은 관계를 맺는 학생들이 생겨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점이 많지는 않겠지만 그럴 때마다 뿌듯해요. 그래서 진로서적을 쓰는 걸로 부족함을 달래요. 기자편을 썼고, 유튜버와 PD편을 쓰고 있는데 열심히 써보려고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나가고 싶어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일단은 고민보다 시작이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저도 고민이 많긴 하지만 스스로 ‘가능성’을 봤다면 그 이상의 고민은 걸림돌이 되는 것 같아요. 특히 콘텐츠라는 부분은 더더욱 그렇죠.

내가 완벽하게 구성해서 내놔도 외면 받는 경우도 많고, 생각지도 않았던 콘텐츠가 엄청나게 좋은 반응을 얻어서 뜨는 경우도 많아요. 뭐가 흥행할지는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완벽하게 결과물을 내놓으려고 하지 말고, 일단 하고 싶은 걸 가볍게라도 콘텐츠화해서 제작 역량을 차차 높여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하잖아요? 저도 고민을 많이 했고 아직도 하고 있는데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면 결국엔 잘하는 일이 되더라고요.

천재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좋은 실력을 갖출 수 있는 건, 내가 좋아하는 걸 끊임없이 고민하고 부족한 점을 찾아내 보완하는 작업을 통해서 개선해나가기 때문이에요. 그 노력의 흔적은 남들이 쉽게 따라오지 못해요. 그래서 살면서 한번은 좋아하는 일에 걸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김호이 기자/ 조재형 기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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