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만 칼럼] 김위원장은 공자에게 생존의 해법을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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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입력 2019-04-1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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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때마침 북한도 김정은 집권 2기의 정책방향을 결정하는 최고민인회의를 개최했다. 현재 한반도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북한을 미국과의 대화 테이블로 다시 불러들이기 위한 한국의 중재 역할에 대해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새로운 한반도 평화의 시대에 대한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과거 중국혁명과정에서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은 ‘하나의 불씨가 광야를 태운다(星星之火 可以燎原)'고 희망을 전파하여 목표를 달성했다. 현재 한반도의 상황을 대변하는 듯하다.

북핵문제 해결은 미국의 강경 자세와 북한의 불만 그리고 한국의 역할 감소가 응축되어 우려스러운 상황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북·미 모두에게 협상의 판을 깨지 않으려는 마음의 불씨는 살아 있다. 미국은 막강하다. 그렇다고 향후 협상 상대를 막다른 구석으로 몰아가서는 곤란하다. 적어도 상대가 숨을 쉴 수 있는 여지는 주어야 한다. 쥐도 코너에 몰리면 생존을 위해 고양이를 물어뜯을 수도 있는 궁서설묘(窮鼠囓猫)의 진리를 기억해야 한다. 

어찌 보면 북핵문제는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굳이 적극적으로 매달릴 필요가 없는, 주요모순이 아니라 차요모순이다. 즉, 북핵을 통해 중국을 적절히 견제하고 일본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부차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미국의 세계전략은 어느 한 지역에서의 강대국 출현을 억제하는 데 전력투구하는 것이기에,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미국은 경제 측면에서 미·중 무역전쟁을 진행하고 있고, 군사적 측면에서는 사드 배치와 인도·태평양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또  정치적으로 대만 문제와 남중국해 문제, 그리고 북핵 문제를 관리하고 있다.

남북한이 선순환적으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문제를 같이 해결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남북한 간의 긴장관계를 이용하여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들이 문제이다. 이들은 근본적으로 남북이 비핵화 평화체제를 구축하면 남북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하기 때문에 어떠한 형태로든 분단체제로 유지관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군부와 한국의 일부 기득권층, 그리고 미국의 군산복합체와 연결되어 있는 의회와 정부의 매파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남북한 간의 체제이념 논쟁과 냉전적 사고 프레임을 존속시켜 자신들의 특수이익을 추구하고 현재의 변화를 두려워하는 현상유지론자들이다.

남북한은 수십년간 적대적 관계를 극복하고 최근 대화와 협력의 길을 택해 여기까지 왔다. 그동안  우리가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때로는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지만, 사실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김정은 위원장을 믿고 지원하되 비핵화 약속을 검증하는 제재와 지원 프로그램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다자간 협력을 통해 북한의 경제적 성장을 위한 대담한 지원계획의 가동만이 긍극적으로 북한을 개방시키고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을 또다시 코너로 몰아간다면 그들은 빗장을 걸어잠그고 자력갱생을 강조할 것이다. 세계를 향해 적대적 긴장을 조장하려고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재개할 것이며, 남북한 평화 구축의 희망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은 내 나라 내 땅에서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국제적 대리전을 막는 것이다. 그렇기에 북한을 막다른 구석으로 몰아가지 말고 북한에 대해 최소한 비핵화를 전제로 상호 양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협상이란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것이기에 일방적인 요구는 관철될 수 없고 단계적인 양보를 통해야만 목적 달성이 가능하다. 진정 한반도의 평화를 원한다면 북한이 현재의 핵과 미래의 핵을 제거한 후 북·미 간 적대관계 청산을 위한 북·미연락사무소 개설, 단계적 비핵화 실현, 북한의 경제발전을 위한 국제기구 가입과 국제사회의 금융지원, 남북한 경제특구 가동과 재개 등이 남북한의 숨통을 터주는 최소한의 조치가 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도 이제 공자(孔子)와 자공(子贡)의 대화에서 북한의 생존 전략을 구하는 것도 해법인 듯하다. 어느 날 제자인 자공은 스승인 공자에게 ‘어떻게 정치를 행하면 됩니까’라고 질문했다. 이에 공자는 ‘백성들이 먹을 식량이 충분하고, 국방을 튼튼히 할 군대가 있고, 백성이 관리들을 신뢰하면 나라가 크게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하다’라고 답했다. 다시 자공이 ‘만약 이 세 가지 중에서 첫째, 둘째로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버려야 합니까’ 라고 묻자 공자는 ‘첫째는 군대이고, 둘째는 경제이며, 버릴 수 없는 것은 민심’이라고 하였다(子贡问政. 子曰:足食,足兵,民信之矣. 子贡曰:必不得已而去,于斯三者何先? 子曰:去兵. 子贡曰:必不得已而去,于斯二者何先? 子曰:去食. 自古皆有死,民无信不立). 이제 김정은 위원장도 첫째인 군대(핵)를 버릴 시기가 왔다. 김 위원장이 북한 주민들의 빈곤문제를 해결한 유능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하려면 핵을 버리고 경제를 선택해서 민심을 얻는 것이야말로 김 위원장이 그토록 원하는 체제보장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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