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불판과 불쏘시개를 바꿔야 우리 수출이 다시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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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입력 2019-04-0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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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중국 시장도 이제 ‘China 3.0' 시대, 더 이상 과거의 성공 신화는 없다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수출이 4개월 연속 내리막길이다. 언제까지 이런 마이너스 행진이 계속될지 아직은 오리무중이다. 수개월 후면 다시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낙관하는 부류가 있는 반면에 구조적인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기류도 있다. 수출이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서려면 외부 시장 여건이 더 좋아지거나 내부적으로 시장에 통할 수 있는 새로운 상품이 속속 나와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을 볼 때 그 어느 것도 우리에게 만만하거나 유리하지 않다. 미국 경제는 10년 주기의 끝자락에서 하강 기미를 보이고 있고, 중국 경제는 패러다임 시프트가 여의치 않으면서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의 경제도 덩달아 나빠지면서 글로벌 경제 전체가 미궁의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양새다. 주력 시장 전선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것이다. 시장 여건만 나빠지면 발을 동동 구른다.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뀐 게 별로 없다. 그게 우리 수출이고, 한계를 알면서도 늘 속수무책으로 일관하는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주력 수출품목을 보더라도 10년 혹은 20년 전에 비해 크게 변화가 없다. 대부분 경기에 민감해 글로벌 경제가 나빠지면 당장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품목들이 대부분이다. 수출이 해외시장의 여건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다만 수출 시장이나 상품에 대한 포트폴리오가 다양하면 그만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특정 시장 혹은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타격이 크기 마련이다. 지금 우리 사정이 딱 그렇다. 우선 중국 시장이 막히고 반도체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하고 ASEAN, 유럽, 일본 등 주력 시장 수출이 전부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는 판이다. 10대 수출 품목을 보더라도 선박을 제외하면 모두 감소세로 돌아섰다. 수출 시장과 주력 품목 전반에 걸쳐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다. 더 이상 이런 방식으로 통하지 않는 시대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빠른 추격자적 입장에서 앞만 보고 달려갔지만 이제는 중국이 턱밑에서 추격해오고 있고, 일본의 반격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다시 10여 년 전의 넛크래커 신세다.

우리 수출의 유형은 크게 4개로 분류된다. 중간재, 자본재, 소비재에 더하여 최근 상승 분위기를 타고 있는 서비스 상품이다. 시장을 새롭게 분류하고 주력상품을 재구성하는 수출 구조의 전면적 손질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시장이 중국이다. 지금까지의 방식으로 중국 수출을 고집하면 계속 약이 오를 수밖에 없다. 중간재 수출 집착에서 빨리 탈피해야 한다. 우리가 일본을 상당 부분 극복한 바와 같이 중국도 ‘홍색공급망(紅色供給網, Red Supply·Value Chain)'으로 촘촘하게 무장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중국 시장 진출 ‘China 3.0'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1990년 대 임가공 기지로 진출하기 시작한 1기부터 2000년 대 이후 우리 기업의 본격적 공장 진출에 편승한 중간재와 자본재, 생필품 중심의 소비재 수출 확대로 중국이 우리 수출 1위 시장으로 부상한 제2기이다.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분위기가 급변하면서 제3기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때마침 중국은 곧 1인당 국민소득도 1만 달러 수준에 진입한다.  중간재와 자본재는 중국 자국산으로 대체되고 있고, 화장품과 같은 소비재도 저가의 중국산과 고급 일본산에 의해 협공을 당하고 있는 판이다.

주력 시장에 열린 ‘오픈 비즈니스(Open Business)’ 스타트업·벤처 붐 필요

중간재와 자본재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중국의 뒤를 잇고 있는 동남아와 인도 시장으로 타깃을 전환해야 한다. 중국에 들어가 있는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적극적인 현지화로 홍색공급망에 진입하는 길이 최선이다. 소비재는 플레이어를 교체해야 한다. 중국의 화장품 굴기(崛起)가 먹혀들어가면서 우리 상품의 시장이 대부분 잠식당했다. 독창성이나 품질 고급화가 따르지 않으면 버텨낼 재간이나 틈새가 없다. 이미 예견된 일이 좀 더 빨리 온 셈이다. 소득 1만 불 시대에 걸맞게 중국 소비의 질적 수준도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에 편승하여 우리 K-뷰티·콘텐츠 등의 콘셉트나 스토리를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스포츠·의료·교육·프랜차이즈 등 서비스 상품에 대해 더 큰 눈을 떠야 한다. 중국 진출 자동차 공장은 고전하지만 ‘파리바게트’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판만 깔면 되는 그런 성공 신화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 시장 불판과 불쏘시개를 갈아야 한다.

수출 시장이 어려워질수록 더 영리해져야 한다. 주력 시장에서는 수익보다는 시장점유율 유지에 총력을 기울어야 한다. 시장이 회복될 때가지 버텨야 한다. 한편으로는 대안(代案) 시장을 찾아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손쉬운 시장만 붙잡으려 하지 말고 어려운 시장이라도 가능성이 높은 인도 같은 시장에 더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타트업 혹은 벤처 붐을 조성하는 것이다. 국가는 물론이고 대기업을 포함한 기업들이 사내 벤처 등이 우후죽순처럼 나오도록 면모일신이 필요하다. 중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국 제조 2025’도 미국과의 통상 마찰과 자체 경제성장 둔화·핵심 기술 부재로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왜 우리에게 이것이 절실한 지는 중국 시장뿐만 아니라 동남아·일본 등에도 충분히 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 더 열린 ‘오픈(Open) 비즈니스·이노베니션(Business·Innovation)’이 필요하다. 10년 내에 중국 경제가 폭삭할 것이라든지 지금이 중국에 투자할 적기라는 등의 오기와 객기만으로는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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