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서 '브렉시트 반대' 대규모 시위...이미 英경제는 만신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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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9-03-2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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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역사상 최대 규모 가두시위

  • 브렉시트 혼란으로 경제 피해 막심

  • 英내각서 메이 총리 축출 움직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를 둘러싼 짙은 혼란으로 영국 경제가 휘청거리는 가운데 브렉시트를 철회하자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400만 명 넘는 영국 국민들이 브렉시트 취소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에 서명했고 런던에서는 제2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가두시위가 벌어졌다.

BBC와 가디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런던 도심에서 ‘국민에게 맡겨라(Put It To The People)’라는 이름의 대규모 가두시위가 열렸다. 시민들은 영국의 운명을 다시 국민들이 결정하도록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대 규모를 공식 집계한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은 1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가디언은 2003년 이라크전 종전 요구 시위를 능가하는 영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라고 전했다.

가디언은 테리사 메이 총리가 20일 TV 연설을 통해 영국 국민은 제2 국민투표를 원하지 않으며 의회의 방해로 인해 브렉시트가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 뒤 대규모 시위가 촉발됐다고 지적했다. 메이 총리가 EU와 맺은 브렉시트 합의안은 번번이 영국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지만 메이 총리는 EU 탈퇴를 완수하겠다면서 합의안 통과를 압박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런던 도심에서 제2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취소하자고 요구하는 대규모 가두행진이 벌어졌다. [사진=AP/연합]


이날 시위에는 제1 야당인 노동당의 톰 왓슨 부대표, 니콜라 스터전 영국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사디크 칸 런던 시장 등 정계 거물들도 참여해 연설에 나섰다.

왓슨 부대표는 연단에 올라 메이 총리가 이미 브렉시트 논의를 주도할 통제력을 잃고 영국을 극심한 혼란 속으로 밀어넣었다면서 이제는 국민들에게 통제권을 넘겨줘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브렉시트를 없던 일로 되돌려야 한다는 목소리는 온라인에서 더 크다. 의회 청원 사이트에서 진행 중인 브렉시트 철회 청원에는 온라인 서명자 수가 4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런 반(反)-브렉시트 움직임이 영국 의회의 브렉시트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앞서 EU와 영국은 지난 21~22일 EU 정상회의에서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 합의문을 승인하면 오는 5월 22일 영국의 질서있는 EU 탈퇴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만약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 합의문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에는 오는 4월 12일까지 차기 유럽의회 선거(5월 23~26일)에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기로 하면 브렉시트는 장기 연장되고, 불참을 결정하면 영국은 4월 12일 아무런 합의 없이 '노딜'로 EU를 탈퇴하게 된다.


 

23일(현지시간) 런던 시위에는 메이 총리가 EU 탈퇴를 고집하면서 영국 경제가 죽어가고 있음 풍자하는 조형물도 등장했다. [사진=AP·연합뉴스]


지금으로선 브렉시트 논의가 어디로 튈지 예상하기 어렵다.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브렉시트 혼란으로 인해 영국이 이미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다.

CNN에 따르면 영란은행은 영국이 EU 잔류를 선택했다면 현재 영국 경제 규모가 2%는 더 커졌을 것이라고 추산한다.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후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매주 8억 파운드(약 1조2000억원)어치 손해를 본 셈이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만 해도 영국은 주요 7개국 중 가장 경제 활동이 활발한 축에 속했지만 2년 반 동안 브렉시트 혼란이 가중되면서 이제는 G7 중 거의 바닥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CNN은 지적했다. 브렉시트 불확실성을 이유로 영국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을 중단했고 기업신뢰지수는 근 10년래 최저치까지 곤두박질쳤다. 달러 대비 파운드 가치는 2016년 국민투표 이후 15%나 미끄러지면서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가계 지출에 부담을 주고 있다.

금융업계를 중심으로 유럽 거점을 독일과 프랑스, 아일랜드 등으로 옮기면서 세계 금융허브로서 런던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컨설팅업체 EY에 따르면 브렉시트 결정 후 최소 1조 파운드 자산이 영국을 이탈한 것으로 집계된다. 소니와 파나소닉 등 해외 기업들도 속속 런던을 떠나 유럽에 새 둥지를 틀었고 이들엔 납품하던 제조업체들도 뒤따르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영국 내각에서는 메이 총리 축출 움직임도 일고 있다고 선데이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신문은 내각 각료 중 6명 이상이 메이 총리의 사퇴를 쫓아내고 현재 부총리 역할을 하는 데이비드 리딩턴 국무조정실장을 임시 총리로 임명하길 원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25일 내각 회의에서 이 문제를 꺼낼 것이며 만약 메이 총리가 물러나지 않을 경우 내각 총사퇴로 맞서겠다는 방침이다. 임시 총리 후보로는 리딩턴 시장 외에도 마이클 고브 보수당 의원과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도 함께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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