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의 지금·여기·당신] "지지 유지? 철회?"…文 찍었던 20대남 100명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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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논설위원
입력 2019-03-2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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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의 지금·여기·당신>은 현 시대(지금) 삶의 현장(여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당신)을 쓰고, 말하고, 부딪히는 칼럼입니다.

대한민국 20대 남성들은 정말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멀어졌을까? 과연 얼마나? 도대체 왜?

지난 2월 입사한 아주경제 인턴기자(이하 인턴) 5명은 모두 20대. 이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인턴들과 이 주제로 얘기를 나누면서 “물어보자, 취재해 보자”고 제안했다. 인턴들과의 합동작업,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의 시작이었다.

▶2017년 5월 9일 문재인을 찍었던 ‘20대남’ 100명
처음엔 인턴 1인당 20명씩 20대 남성 100명에게 묻자고 했다. 그런데 아니다, 일반 여론조사와 다른 좀 더 뚜렷한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갤럽은 매월 세대별, 남녀별 지지도 통계를 낸다. 우리는 그저 20대 남성이 아니라 2017년 5월 9일 제19대 대통령선거일 투표장에서 ‘문재인’을 찍었던 20대 남성 100명을 찾았다. 그래야 그때 선택의 현 주소, 좀 더 명확하고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테니까.

19대 대선에서 20대 이하(만 19세 포함) 투표율은 76.2%. 여기에 대선 당일 공중파방송 3사 출구 조사 중 문재인 후보 20대 득표율(47.6%)을 대입해봤다. 즉 100명 중 76명이 투표를 했고, 이들 중 36명 정도가 문 후보를 찍은 셈이다. 비록 남녀 간 투표율 차이(여 79.0%-남 73.3%=5.7%포인트)는 소폭 있지만, 어쨌든 지난 대선에서 20대 남성 10명 중 3~4명이 문재인 대통령을 찍었던 건 분명하다.

20대 남자 200여 명 중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100명을 찾고, 구글 설문조사(https://docs.google.com)를 했다.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찍은 이유?’ ‘지금도 지지하면 YES, 철회했다면 NO' '그 이유는?’ 등의 질문. YES, NO 질문 외에는 복수응답이 가능했다.

 

[김효곤 기자]

▶53명 ‘젠더 이슈’ ‘남북문제’ vs 47명 ‘열린 소통’ ‘적폐청산’
먼저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뽑은 이유를 물었다. 적폐청산, 경제정책이 많은 선택을 받았다. 67명이 적폐 청산을 이유로, 37명이 경제정책을 들었다.

질문의 하이라이트, 1년 9개월이 지난 2019년 2월 현재 지지 유지? 철회? 100명 중 53명이 지지를 철회한다고 했고, 47명이 지지를 계속한다고 했다. 대답을 안 한 사람은 없었다.
지지를 철회한 이유(복수 응답)로는 성 평등 문제, 즉 젠더 이슈와 대북정책 두 가지가 가장 많았다. ‘젠더 이슈’라고 대답한 사람은 지지 철회자 53명 중 27명(50.9%)으로 나타났다. 대북정책은 26명(49.1%)이었다. 탈원전과 최저임금 인상이 각각 15명(28.3%)이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든 사람은 12명(22.6%)으로 나왔다.

계속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로는 열린 소통과 적폐청산, 대북정책 등이 주로 꼽혔다.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대표되는 열린 소통은 47명 중 29명(61.7%)이 들었고 적폐 청산이라고 답한 이들은 21명(44.7%)이었다. 대북정책 18명(38.3%), 일자리 정책 10명(21.3%), 군 복무 단축과 탈원전 정책은 각각 7명(14.9%)의 선택을 받았다.

▶카카오톡 대화, 더 나아간 인터뷰
객관식 설문에는 한계가 있었다. 인턴들의 ‘지인 네트워크’를 동원, 설문조사에서 더 나아가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인터뷰를 시도했다. 25명으로부터 좀 더 생생한, 진전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린 20대 남성들에겐 ‘젠더 이슈’와 일자리를 포함한 경제문제, 남북문제가 뒤얽혀 있었다. 그 복합-부정적인 상황이 동년배 여성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으로 표출되지 않았나 싶다. 카카오톡 인터뷰에서 젠더 이슈는 ‘여성가족부 성범죄·성희롱 직접조사권 부여 반대’가 유일했다. 객관식 문항에서 답한 것 이상으로 더 할 말이 없었던 듯했다. 대부분 먹고 사는 문제, 취업난 등 경제를 말했고, 자연스럽게 남북문제 등으로 이어졌다.

▶"내 문제를 해결해 줄 대통령, 정부를 원한다"
'이대남'의 요구는 이렇게 요약된다. 
대학원생 ㅇㄱㄹ씨(27)는 “대통령 지지는 서민 개인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에 하는 것”이라며 “현재 피부로 느끼는 경제난, 일자리 문제가 개선됐다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와 인천에서 각각 자영업을 하는 ㅇㅅㅎ(27), ㅇㅈㅅ씨(29)는 “요즘 오픈하는 가게보다 닫는 가게가 더 많은 것 같다”, “자영업자들에게 세금을 너무 많이 뗀다”고 했다. 대학생 ㅈㄱㅅ씨(24)는 “최저시급 인상이 경기 침체 해소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포항에서 회사를 다니는 ㅇㅎㅈ씨(29)는 “쓸데없이 공공부문에 일자리 창출해서 세금을 낭비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회사원 ㄱㅇㅇ씨(27)는 “시장경제에 너무 손을 많이 대는 것 같다”고 적었다.

경제와 대북이슈를 각각 별개의 사안이 아닌, 연결시켜 보는 이들도 많았다.

대학생 ㄱㄱㅇ씨(27)는 “4대강보다 몇 배 많은 돈을 경제 단기정책에 쏟아 부었는데도 나아지는 것을 체감할 수 없다. 우리 먹고살기 바쁜데 북한과 교류하는 모습을 좋게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회사원 ㄱㅎㄱ씨(29)는 “일자리 등 경제가 더 급한데 왜 북한과 잘 지내려는 것만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취업준비생 ㅅㄷㄱ씨(26) “포퓰리즘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여기저기 퍼주는 것 같고 북한에도 퍼주는 것 같다”고 밝혔다. 수원 사는 대학생 ㅇㄱㅎ씨(25)도 “북한과의 경제협력은 필요하겠지만 통일은 그다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대북관계에서 선심성 정책에는 거부감이 든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문제를 강한 톤으로 비판한 이도 있었다. 서울 사는 대학생 ㅅㅇㅇ씨(23)는 "미세먼지 문제를 원론적으로만 해결하려는 것을 보고 '이게 나라냐'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2월 중순 이뤄져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과 3월초 최악의 미세먼지 사태는 반영되지 않았다. 만약 지금 다시 조사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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