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정치는 쉬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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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19-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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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부 박성준 기자]


정치는 어렵다. 국회를 출입한 지 한 달쯤 된 기자의 소감이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어렵다기보다는 복잡하다. 그리고 소모적이다. 으레 알고 있는 정치판의 속성이지만 막상 겪어보니 더 체감하게 된다.

최근에는 선거법 개혁을 두고 정당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골자는 기존의 병립형 비례제에서 연동형 비례제로 바꾸자는 것. 골자만 늘어놨지만 용어부터 쉽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 관련 기사를 읽어보고 배포된 자료를 몇 번이나 정독해본 뒤 겨우 풀어서 쓸 수준으로 이해를 했다.

물론 기자가 텍스트로 전달하는 글을 많은 독자가 깔끔하게 이해할 것이라곤 기대하지 않는다. 의원들도 이해가 어렵다고 갑론을박인 법안을 기자가 되씹어 최종 소비자인 독자에게 전달하더라도 얼마나 온전한 상태일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개혁의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사고방식일지는 모르겠으나 세상은 프로세스가 단순할수록 공정한 경향이 있다. 구구절절한 부대조항 없이 단순한 경쟁과 합의가 오히려 공정할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공정성에 관한 민감도가 결과물에 대한 민감도보다 높은 편이다.

입시와 입사 등 사회에서 불거진 많은 불공정과 비합리의 지적들은 모두 복잡한 프로세스에 기인한다. 수능과 사법고시 등 단순한 형태의 진학, 취업, 입관의 과정에서는 큰 불만은 나오지 않았다. 프로세스가 단순하면 경쟁 과정에서 의외의 변수가 끼어들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민의를 반영한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중요하다지만 꼭 욕을 먹는 입학사정관제나 로스쿨제도를 보는 것 같은 기시감이 든다.

제도나 과정이 복잡해진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근거이기도 하다. 부족한 현실성을 제한된 자원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조건이 추가로 붙는 것이다. 300명이라는 제한된 국회의원 의석과 75석이라는 비례대표 의석은 국내의 인구분포와 지역구의 지리적 상황을 놓고 봤을 때 한계점이 많다는 것이다. 국내 상황에 비추어봐서 별 다른 어려움이 없었다면 법안이 이렇게 어려워질 이유도 없었다.

국회의원은 항상 명분을 국민에게서 찾는다. 자유시장적 시각으로 본다면 국회에서 입법되거나 개정된 법안의 최종 소비자는 국민이다. 그래서 국민이 만족하고 국민이 쉽게 받아들여야 좋은 법안인 셈이다. 국민이 만족하려면 무엇보다 쉬워야 한다. 그래야 최종 소비자인 국민이 판단을 할 수 있다. 정쟁은 차치하고서라도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법안이 좋은 법안의 기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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