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 대한민국 '양극화'] 말많은 예타면제… 지역별 실효성 논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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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득균 기자
입력 2019-03-18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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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부내륙철도 완공 땐 김천 지역민 이탈 가속화 우려

  • '대전 지하철 2호선 트램' 총선 의식 포퓰리즘 지적도

지난 1월 29일 발표된 24조원 규모의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의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전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씨(42)는 예타 면제 사업에 대해 "지역발전이라는 명목으로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추진했다가 예산만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1월 29일 발표된 24조원 규모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예타 면제라는 특단의 카드를 꺼낸 것은 정부 최대 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역경제 활력 제고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특혜시비와 함께 지역간 미묘한 갈등도 감지되고 있다. 지역 표심을 노린 '선심성 퍼주기'라는 주장과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경제 드라이브'라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선다.

예타 조사는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공사의 경제성·효율성과 재원조달 방법 등을 따져 사업 추진이 적절한지 판단하는 절차다. 쉽게 말해 나랏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을 해도 될지 말지 따져보는 '브레이크' 역할이다.

정부가 이 조사를 면제한다는 건 국민 혈세가 낭비되는 걸 막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건너뛰겠다는 의미다. 특히 경제적 타당성을 나타내는 비용대비 편익(B/C)이 1 이상 나오지 않는 사업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타를 거친 사업도 막대한 적자를 유발하고 이용자가 적어 애물단지로 전락한 경우가 많다. 곳곳에 만들어놓고 적자를 면치 못하는 지방 공항이 대표적이다. 2012년 개통한 의정부경전철은 2017년 3600억원대 누적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한 뒤 인천교통공사가 비상운영 관리를 맡고 있다.


경북 김천에서 경남 거제까지 내륙을 관통하는 '김천~거제 남부내륙철도'와 '대전 지하철 2호선 트램 건설 사업'을 둘러싸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우선 경남 거제와 경북 김천 172㎞ 구간을 잇는 남부내륙철도는 예타 면제 최대 수혜 사업으로 꼽힌다. 총 사업비 4조7000억원으로 23개 예타 면제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서울에서 김천까지 기존 경부고속철도(KTX) 구간이 있어 남부내륙철도가 연결되면 수도권과 경남서부·서남부 지역 교통이 한층 개선된다.

아울러 산업 구조조정 여파로 침체된 경남 지역 경기 회복에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사업으로 8만개 이상 일자리와 10조원 생산유발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별반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남부내륙철도가 들어서면 대전·대구로 김천 지역민들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지역민들이 대전이나 대구로 빠져나가 소비를 하는 경향이 많은데 철도가 생기면 그런 경향이 확대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 쟁점은 KTX 구미역 정차다. KTX가 지나는 김천보수기지에서 경부선이 지나는 김천역까지 3.2㎞ 구간을 연결하는 사업이 남부내륙철도 사업 계획안에 포함돼 있다. 두 구간이 연결되면 KTX가 구미역을 통과할 수 있게 돼 김천구미역에 KTX 정차 횟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와 김천시는 "KTX 구미역 정차가 확정된 건 아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이낙연 국무총리가 구미를 방문해 KTX의 구미역 정차를 언급했고, 연결사업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주민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전 지하철 2호선 트램 건설 사업의 타당성도 미지수다. 대전 지하철 1호선도 해마다 수백억씩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2호선을 만드는 것은 유권자를 의식한 탁상공론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적자를 메워야 하는 것은 시민들 몫이다.

트램은 땅 밑을 달리는 지하철이 아닌 길 위에 부설한 레일을 주행하는 전차다. 대전시는 37.4㎞ 규모의 트램 건설과 관련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2024년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후 시험운행 6개월을 거친 뒤 2025년 개통한다.

해외 사례를 보면 트램 노선으로 인해 교통 소외지역의 균등한 경제적 발전이 예상되고, 지역의 부동산 가치도 오르는 경우가 많다. 또 미세먼지 저감 교통대책으로 꼽힌다. 트램은 자가용 이용 시민들을 공공교통으로 흡수하는 최적의 시스템으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예타 면제 사업이 선정되더라도 연도별 투자계획 등 구체적 재원마련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구체적인 면제선정 기준을 마련해 철두철미한 검토를 거친 후에 예산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 4월 총선, 가깝게는 설 연휴 민심을 겨냥한 정치적인 선심성 정책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예타 면제는 미래 세대에 재정폭탄만 안길 뿐 무책임한 '인기영합 정책'과 '선심성 퍼주기'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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