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CD 모셔라” 패션업계 스타 디자이너 모시기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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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19-03-1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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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품부터 국내 브랜드까지…리뉴얼 핵심은 CD 영입

패션업계가 스타 디자이너 모시기에 나섰다. 최근 주요 패션기업은 유명 디자이너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영입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치열한 패션업계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지속적인 변화는 필수 조건인데, CD 교체는 변화를 시도하는 핵심 요소라고 볼 수 있다.

‘구찌(Gucci)의 알레산드로 미켈레,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의 마리아 그라치아 치루이, 버버리(Burberry)의 리카르도 티시, 셀린느(CELINE)의 에디 슬리먼…’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름들이다. 해외 명품 브랜드의 CD로 불리는 이들이다. 보통 한 명의 디자이너가 여러 브랜드 CD 역할을 맡는다. 지난달 세상을 떠난 세계적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인 동시에 펜디와 끌로에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CD는 브랜드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CD가 바뀌면 브랜드 전체 이미지도 확 바뀐다. 패션업계는 브랜드의 CD로 누가 오느냐에 모두가 이목을 집중한다.

‘구찌’가 이미지 변신의 대표적인 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 구찌 CD는 전임 디렉터인 프리다 지아니니 밑에서 수석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2015년 승진했다. 그는 인사발령난 첫 번째 컬렉션에서 기하학적인 패턴과 다채로운 컬러에 올드 스쿨 타투 디자인을 자수로 더해 만든 수트를 등장시켜 화제를 불러모았다. 기존 구찌의 GG 로고 자카드 패턴도 다양한 장식들로 뒤덮였다. 뱀과 호랑이 자수가 가득한 옷을 만들었고 블로퍼(백리스 로퍼의 줄임말로 슬리퍼처럼 뒤축이 없는 구두)와 벨벳 재킷을 유행시켰다. 그가 구찌를 뒤흔들고 나서 우리말로 ‘구찌하다’로 해석되는 이 말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태어난 이들)에게 ‘멋있다’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지난해 1월 프랑스 브랜드 ‘셀린느’는 에디 슬리먼을 새 수장으로 모셨다. 에디 슬리먼은 2012년부터 4년간 ‘생로랑(Saint Laurent)’을 이끌며 매출을 4배 이상이나 끌어올린 패션계의 스타다. ‘입생로랑(Yves Saint Laurent)’에서 ‘Yves’라는 이름을 버리고 생로랑 시대를 열어 브랜드를 과감히 정비했다. 에디 슬리먼은 셀린느에 부임하자마자 기존 로고였던 ‘CELINE’의 E를 E로 바꾸고 새롭게 디자인한다. 기존의 브랜드 홈페이지와 SNS 등의 내용도 새롭게 나열했다.
 

내년 20주년을 맡는 LF가 헤지스의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영입한 벨기에 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팀 코펜스(Tim Coppens). [사진=LF 제공]

지난해 3월 영국 패션 브랜드 ‘버버리’에는 크리스토퍼 베일리를 대신해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지방시의 디자이너였던 리카르도 티시가 부임했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도 브랜드의 로고 정비였다. 리카르도 티시는 아예 유명 디자이너에게 새로운 로고를 의뢰했고, 이 과정을 버버리의 SNS 계정에 공개하며 변화를 공표한다. 지난해 8월 새롭게 완성된 로고는 전통적인 말 탄 기사 그림이 사라졌고, 간결하게 ‘BURBERRY’라고만 썼다.

국내 브랜드도 변화를 위해 CD영입을 다변화하고 있다. LF의 헤지스 최근 론칭 20주년을 앞두고 해외 CD 3명과 잇따라 손잡았다. 최근 LF에 따르면, 스타 디자이너 팀 코펜스를 글로벌 CD로, 토리버치·코치 출신 나타샤 드마이어를 액세서리 CD로, 파리게이츠 출신 이나고 쿠미코를 골프 CD로 각각 영입했다.

해외 브랜드 CD를 이처럼 적극적으로 영입한 이유는 20주년을 앞두고 있는 헤지스가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넘어 본격적인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상품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현재 중국,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에만 진출한 헤지스는 20주년을 맞아 유럽 국가 등에도 상륙해 시장을 다변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동안 ‘모범생 이미지’를 고수했던 헤지스는 이번 시즌부터 트랙 수트, 테일러드 재킷, 아노락 등 기존 스포츠웨어나 캐주얼웨어에서 주로 사용되는 아이템들을 적극 활용했다. 트렌드 중 하나인 복종을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트렌치 코트부터 해링턴 재킷, 옥스포드 셔츠 등 전통적인 패션 아이템은 그대로 가져간다.

매달 방한하는 식으로 업무를 진행하게 된 팀 코펜스 CD는 세계 3대 패션스쿨인 앤트워프 로얄 아카데미(Royal Academy of Fine Arts Antwerp)의 석사과정을 수석 졸업 한 후 보그너와 아디다스 선임 디자이너를 거쳐 랄프로렌 미국 뉴욕 본사의 디자인 디렉터, 칼라거펠트 CD,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의 총괄 CD를 역임하는 등 패션 디자이너로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또한, 2011년 미국 뉴욕에서 본인의 이름을 딴 자체 레이블 ‘팀 코펜스(Tim Coppens)’를 론칭, 매년 세계 최대 남성복 박람회 피티워모(Pitti Uomo)에서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는 등 스포티하고 정교한 디자인으로 세계적으로 많은 마니아층을 거느린 럭셔리 애슬레저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이나고 쿠미코 CD는 일본 골프웨어 브랜드 파리게이츠를 28년 동안 이끈 인물로 독창적인 패턴과 감각적인 색상 활용을 통해 골프웨어 업계에서 디자인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나타샤 드마이어 CD는 브랜드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던한 스타일의 협업 컬렉션, ‘나타샤 컬렉션’을 출시한다.

김상균 LF 부사장은 “내년으로 브랜드 론칭 20주년을 맞는 헤지스는 LF의 주력 브랜드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로 체계적으로 수립된 중장기 계획에 의해 전세계인에게 사랑 받는 글로벌 파워브랜드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며 “세계 패션계에서 영향력 있는 차세대 스타 디자이너의 영입 및 이를 통한 획기적인 상품 고급화는 헤지스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 등 패션 선진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 1위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빈폴 30주년을 맞아 정구호 디자이너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정구호 디자이너를 고문으로 영입해 빈폴의 리뉴얼을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해외 유명 디자이너도 다시 영입할 방침이다. 삼성물산 패션 관계자는 "이달 말 컨설팅 계약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구호 디자이너는 이서현 전 삼성물산 패션 사장과 미국 파슨스 스쿨 동문으로 2003년 제일모직이 ‘구호’를 인수하면서 회사에 합류했다. 당시 대기업의 여성복 브랜드가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아 이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구호는 대기업의 기획·영업 분야 장점과 CD이 장점이 결합하면서 국내 여성복 톱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인수 당시 6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2012년 700억원에서 2016년 1000억원대를 돌파했다.

정구호 디자이너는 2013년 삼성물산 패션을 떠났다. 정구호 디자이너가 빈폴 리뉴얼 업무를 수락할 경우 6년 만에 다시 돌아오는 셈이다. 앞서 정구호 디자이너는 실적이 부진한 휠라코리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겸 부사장으로 합류해 스포츠 브랜드 휠라를 젊은 층이 열광하는 브랜드로 키워 내 주목을 받았다. 지난 1월 주얼리, 핸드백 등을 전개 중인 제이에스티나가 정구호 디자이너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및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역으로 캐스팅되는 한국 CD도 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아.테스토니(a.testoni)’는 최근 국내 유명 가방 디자이너인 석정혜 분크 대표를 코리아 핸드백 라이선스 CD로 영입했다. 석 대표는 지난해 론칭한 핸드백 브랜드 `분크`를 성공적으로 데뷔시키며 국내 대표 가방 디자이너로서 입지를 굳힌 바 있다.

석 대표가 디자인한 아.테스토니 가방은 국내 홈쇼핑을 통해 출시될 예정이다. 명품 브랜드들의 홈쇼핑 진출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아.테스토니가 한국 시장만을 겨냥해 국내 디자이너와 손을 잡은 것이라 주목된다. 석 대표는 올해 2월까지 패션그룹형지의 골프웨어 브랜드 `까스텔바작`의 CD로 핸드백 디자인을 총괄했으며 최근에는 바바패션이 전개하는 `아이잗컬렉션`과 협업한 핸드백을 출시하는 등 디자이너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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