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미세 플라스틱...환경오염에 돈 쓰는 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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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주 기자
입력 2019-03-1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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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올해 대기오염 정책 예산 10조원 이상 책정

  • 인도·태국 오염 심각...미세 플라스틱에 해양 몸살

지난 6일(현지시간) 인도 콜카타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남성이 뭔가를 응시하고 있다. 2018 세계 대기 질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 오염이 심각한 상위 10개 도시 가운데 인도 도시만 7개가 랭크돼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신화통신]

아시아가 병들고 있다. 심각한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이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는 탓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18년 통계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700만명이 대기오염으로 사망하는데, 사망자 10명 중 9명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서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초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면 호흡기 질환뿐만 아니라 심혈관 계통 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을 비롯해 인도, 태국 등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가 미세먼지 대책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다.

◆중국, 올해만 10조원 이상 투자··· 대기 관리 갈 길 멀어

세계의 '검은 폐'로 통했던 중국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 대책에 통 큰 투자를 한다는 방침이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ST)의 지난 1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올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환경 정책과 관련, 600억 위안(약10조998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전년 대비 35.9% 증가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미세먼지 대책에 배정된 예산만 250억 위안에 이른다.

중국은 올해로 환경오염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 6년째를 맞았다. 중국 정부는 대대적인 대기오염 저감 조치를 내놓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오염물질이 40% 이상 줄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리간제(李幹傑) 중국 환경부 장관은 그간의 노력에 따라 작년 338개 도시의 초미세먼지(PM 2.5)가 9.3% 감소했다고 말했다고 ST는 전했다. 특히 베이징의 초미세먼지는 12.1%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PM 2.5는 지름이 2.5µm(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초미세먼지를 말한다. 일반적인 먼지(PM 10)에 비해 피부와 눈, 인후 점막 등에 잘 붙고 혈관에도 축적이 잘돼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초미세먼지에 장기적으로 접촉하면 폐렴과 천식 등 호흡기 질환 외에도 뇌졸중, 심장질환, 당뇨병 등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WHO의 PM 2.5 연평균 농도 권고치는 10㎍/㎥ 이하다.

그러나 중국의 장기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초미세먼지 수치가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 사이 중국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전년 동기 대비 13% 높은 88㎍/㎥였다. WHO 권고치보다 9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중국 자체 권고치(35㎍/㎥) 기준으로도 두 배를 넘어선다. 

대체로 대기 질이 개선되고 있으나 정월대보름 불꽃놀이와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이후 공장 재가동 등으로 겨울철 대기 오염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생태환경부는 2020년까지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는 디젤 트럭을 크게 늘리고, 오래된 디젤 트럭은 100만대 줄이는 대책을 추가적으로 마련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총선 앞둔 인도·태국도 환경 정책 주목 
  
인도의 대기오염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국제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3000개 도시의 대기 질을 조사한 결과 64%가 WHO 기준치를 넘어선 가운데 오염된 상위 30개 도시 중 22개가 인도 도시인 것으로 집계됐다. 우버와 트립어드바이저 등이 입주해 있어 이른바 '테크 허브'로 통하는 그루가온은 1위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인도 대기오염의 주범 중 하나는 독성 스모그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인도는 비효율적이고 오염도가 높은 화력발전소 246곳을 운용하는데,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량이 전체의 60%에 달한다. 여기다 추수 이후 논밭을 태운 재나 경유차 매연, 힌두교 축제에서 쓰는 폭죽의 먼지 등이 대기오염 요인으로 거론된다. 

때문에 오는 4월 11일부터 시작되는 총선에서 재임 도전에 나서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환경 정책에도 관심이 쏠린다. 화력발전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태양 에너지를 포함한 재생 에너지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태국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대기오염은 이미 이 나라 경제를 해치고 있다. 현지 카시콘 경제연구소는 대기오염으로 인해 의료비가 최대 31억 밧(약 1106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대기오염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많은 관광객이 태국 여행을 취소할 경우 관광산업에서만 최대 35억 밧(약 1231억원)의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방콕 전체 관광 수입의 4.5%에 이른다.

방콕 초미세먼지의 주범으로는 오래된 경유 차량에서 나오는 매연과 시내 수백개 사원의 화장터에서 시신을 태울 때 나오는 연기 등이 꼽힌다. 오는 24일 총선을 앞두고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가 대기오염 대책에 고심하는 이유다. 그는 이미 방콕에서 항공기를 이용해 3000ℓ의 물을 방사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벌였다. 그러나 시리마 파냐메티쿨 태국 출라롱콘대 부교수는 "이런 방식으로 초미세먼지를 제거하려면 동시에 3만대의 기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닛케이아시아리뷰는 전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필리핀 바탕가스 주의 해안에서 플라스틱 소재 일회용 컵에 갇힌 게의 모습을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포착한 모습. [사진=EPA·연합뉴스]

◆미세 플라스틱에 해양오염도 비상··· 자정노력 활발
 
'포스트 차이나'로 떠오르는 베트남도 대기오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민간 대기오염 추적 사이트인 아이큐에어 에어비주얼(IQAir AirVisual)의 '2018 세계 대기 질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베트남 하노이의 초미세먼지는 40.8㎍/㎥로 12위를 차지해 태국 방콕(24위)이나 캄보디아 프놈펜(29위)보다 대기 오염이 심각했다고 현지 언론인 VN익스프레스가 보도했다. 

문제는 해양오염도 심각하다는 점이다. 환경단체 오션 컨서버토리(Ocean Conservatory)에 따르면 매년 약 800만t의 플라스틱이 해양에 유입되는데 이 중 80%가 버려진 쓰레기다. 플라스틱 쓰레기 10개 중 9개는 전 세계 10대 강에서 바다로 흘러드는데, 오염원을 배출하는 강 중 8곳이 아시아에 있다는 지적이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늘어난 데는 과도한 플라스틱 사용도 문제지만 작년 초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 조치가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말레이시아의 경우 작년 1월부터 7월까지 수입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45만6000t으로 2017년 수입량(31만6600t)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고 아세안포스트는 전했다.

해산물에서 미세 플라스틱이나 일회용 용기에 갇힌 해양 생물이 발견되는 횟수가 늘어나자 자정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편의점에서 제공하는 비닐봉지를 유료화하는 정책을 내놨다. 비닐봉지 가격은 장당 최대 1000루피아(약 80원)로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1만7000여개의 섬으로 구성된 인도네시아에서는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연간 129만t에 달한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으로, 작년에는 유명 휴양지인 발리섬의 해양 쓰레기 문제로 비상사태가 선포되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동남아시아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단체인 '플라스틱쓰레기제거연합(AEPW)'이 자생적으로 만들어졌다.

일련의 노력에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해양 보호단체인 오세아나의 최고정책책임자인 재클린 새비츠는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 오염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는 좋아 보이지만 충분하지 않다"며 "일회용 플라스틱을 제작하거나 불필요한 사용을 자제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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