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번지수 틀린 제로페이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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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연 기자
입력 2019-03-1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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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기업부 오수연 기자. ]


"기자님 제로페이 써보셨어요? 얼마나 불편한데요."

지난 5일 제로페이 시연행사가 열린 제로페이 모범단지 관악구 신원시장. 이날 홍보를 위해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현장을 둘러보는 가운데, 여기저기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제로페이 알리기의 '번지수'가 틀렸다는 것이다.

모처럼 정부와 여당 수뇌부가 머리를 맞대고 어려운 발걸음을 했으나 현장 반응은 냉담했다.

특히 홍보 대상을 잘못 짚었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한 자영업자에게서는 "소득공제 40%의 혜택이라면 직장인 많은 곳에 가서 알려야지 여기서 홍보하면 무슨 소용이냐"라는 원성이 터져나왔다. 신용카드와 각종 간편결제 서비스 등 소비자가 이용하기 편리한 결제 수단이 이미 충분한데, 실사용자가 아닌 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시연 행사를 하는 것은 보여주기식 행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현금 대신 제로페이를 써야 하는 이유도 여전히 공감하지 못했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에게 카드보다는 장점이 있지만 현금보다는 선호도가 낮다. 전통시장은 카드결제 사용 비율이 낮은 대표적 상권이다. 수수료를 절감하는 장점은 인정하지만 되레 신용카드를 넘어 현금 결제까지 대체하게 될까봐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제로페이 시스템 특성상 체크카드처럼 사업자 계좌로 판매대금이 입금되는 데 1~2일이 소요된다. 한달 매출은 같을지언정 영세 상인은 하루라도 빨리 현금이 손에 들어오는 것을 선호한다. 

주변 상인들에게 제로페이 호응도를 묻자 "제로페이 써보셨어요? 얼마나 불편한데요"라는 답부터 돌아왔다. 제로페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구매자가 애플리케이션을 실행시키고,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큐알코드를 비춘 다음 제품 금액을 입력하고, 판매자가 자신의 계좌에서 결제된 것을 확인해야 한다. 한가할 때는 괜찮지만 손님이 여럿 몰린 상태에서 다음 손님의 눈치를 보면서까지 기다리기는 어렵다는 것이 상인들의 말이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서 시연에 나선 정치인들은 복잡한 결제 과정 탓에 헤매며 결제가 지연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제로페이를 보급을 위해 찾아가야 할 주소는 그 이용자다. 사용자에 편의를 제공해서 유인해야 한다.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자주 찾으니 카드 단말기를 들여놓는 것처럼, 제로페이도 마찬가지다. 소비자가 선호하면 수수료도 없는 제로페이를 설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중기부와 서울시는 소비자 편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사진= 중기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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