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저금통만 못한 국민연금… 금융위기 10년 만에 또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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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
입력 2019-02-28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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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사진=아주경제DB]


국민연금이 금융위기 10년 만에 다시 '돼지저금통'보다 못한 기금운용 성과를 보여주었다.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 통화긴축으로 전 세계 주식시장이 움츠러들었던 영향이 컸다. 그렇더라도 위험을 분산시키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롭기는 어렵겠다.

◆국내외 주식투자에 발목

28일 국민연금은 2018년 기금운용 수익률을 -0.92%로 잠정 집계했다고 밝혔다. 수익률 악화로 까먹은 돈은 6조원에 달했다. 국민연금이 손실을 기록한 것은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자산별로는 국내주식 성과가 가장 나빴다. 손실이 16.77%에 달했다. 해외주식이 낸 손실은 6.19%로 집계됐다. 반대로 국내채권(4.85%)과 해외채권(4.21%), 대체투자(11.80%)에서는 꽤 괜찮은 성적표를 받았다.

안효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 통화긴축, 부실 신흥국 위기가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적립금은 2018년 12월 말 638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621조7000억원)보다 3% 가까이 늘었다.

국민연금은 전체 자산 가운데 약 35%를 국내외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코스피는 2018년 17% 이상 하락했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도 9% 넘게 내렸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은 금융위기 무렵인 2008년 -0.18%를 기록했다. 코스피는 같은 해에만 41% 가까이 내렸다. 주식시장 여건이 2018년 더 나았지만 기금운용 손실은 더 컸다.

국민연금이 대체투자로 위험분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대체투자는 주식이나 채권 같은 전통적인 투자처에서 벗어난 투자기법이다.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부동산, 벤처기업, 원자재, 선박을 비롯한 다양한 자산을 담는다.

◆해외 연기금보다는 나았다

국민연금도 억울할 수 있다. 해외 주요 연기금이 2018년 기록한 손실은 국민연금보다 훨씬 컸다.

실제로 일본 연금적립금관리운용법인이 낸 손실은 8%에 가까웠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3.5%)과 네덜란드 공적연금(-2.3%)도 국민연금보다 저조했다.

다만,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는 8%대 수익을 냈다. 비결은 대체투자였다. 주식보다 대체투자에 더 많은 자산을 배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중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아직까지는 양호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기금을 설치한 1988년부터 2018년까지 누적수익률은 연 평균 5.24%에 달한다. 누적수익액은 모두 294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런 성과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3년과 5년 수익률은 제각기 연 평균 3.48%와 3.97%를 기록하고 있다. 발 빠르게 대안을 찾지 않는다면 수익률 부진이 만성화할 수 있다.

그나마 국내외 주식시장이 올해 들어 회복세로 돌아선 점은 다행스럽다. 국민연금 수익률도 이번 1분기에는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중 무역분쟁이나 북한 핵폐기와 같은 굵직굵직한 변수가 발목을 잡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에서 그렇다.

안효준 본부장은 "국민연금은 장기투자자"라며 "수익률을 높이려고 투자 다변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성을 강화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균형 있게 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 추이 [사진=국민연금공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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