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JP모건' 꿈꿨던 민성투자...38조원 부채폭탄으로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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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9-02-1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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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빚에 의존해 4년새 덩치 10배로 불려왔지만

  • 디레버리지로 유동성 위기 직면

  • 올해 3조여원 채권 만기 도래…추가 디폴트 우려

중국민성투자(CMIG)[사진=웨이보]


2015년 ‘중국판 JP모건’을 꿈꾸며 출범했던 중국 민간 최대 투자회사인 중국민성투자(中國民生投資·CMIG, 이하 민성투자)가 5년 만에 38조원 '부채 폭탄'으로 전락할 위기에 맞닥뜨렸다.  지난 12일 간신히 디폴트(채무불이행) 고비를 넘긴 민성투자는 전략적 투자 유치와 자산 매각을 통해 부채 상환에 힘쓴다는 계획이지만 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눈길을 거두지 못하는 모습이다. 

◆ "상하이 황금노른자 땅 팔고, 전략적 투자 유치하고···"

민성투자는 14일 성명을 발표해 “전략적 구조조정 방향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에서 철수하고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하는 등 여러 가지 방식을 통해 현재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고 중국 현지 경제일간지 상하이증권보가 15일 보도했다.

민성투자가 부채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자구책은 모두 세 가지다.

우선 당장 현금 확보를 위해 전략적 구조조정 방향에 부합하지 않는 중대 사업에서 철수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민성투자는 그동안 보유하고 있던 상하이 황금 노른자 땅인 와이탄(外灘) 남쪽 핵심 지역 둥자두(董家渡)의 12만6700여㎡ 면적의 대지를 상하이 로컬 대형 국유부동산 기업 뤼디(綠地)그룹에 매각하기로 했다.

둘째로 민성투자는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해 자본구조를 고도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전략적 투자를 위해 중국 중신(中信)그룹과 정다(正大)그룹은 이미 민성투자에 대한  실사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막으로 민성투자는 지속가능한 안정적 성장을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 자산경량화 경영전략 등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 올해만 200억 위안 채권 만기 도래···디폴트 또 터질까 '불안'

민성투자가 이같은 자구책을 발표한 것은 앞서 지난달 29일 만기가 도래한 채권 30억 위안 원리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면서 민성투자 부채 리스크 위기가 불거지면서다. 민성투자는 십 여일이 지난 12일에야 비로소 30억 위안을 상환했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추가 디폴트 우려를 불안해하는 눈치다.

민성투자가 이미 2328억 위안(약 38조원) 규모에 달하는 거액의 부채를 안고 있는데다가, 자산 대비 부채율도 빠르게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하이증권보에 따르면 2018년 3분기말 기준 민성투자 자산 총규모는 3109억 위안, 순자산이 781억 위안, 자산 대비 부채율은 74.9%였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역내 채권 규모만 198억500만 위안어치로 잠정 집계됐다. 

그럼에도 뤼번셴(呂本獻) 민성투자 총재는 "순자산이 약 800억 위안에 달하는만큼 채권 원리금 상환 능력은 충분하다"며 "유동성 위기를 해결할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뤼 총재는 "2017년말부터 우리는 '덩치를 줄이고 질을 높이는 한편, 부채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전략'으로 전환했다"며 "외부환경의 급격히 변화 속에 구조조정 속도와 대응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오늘날 같은 위기에 처하게 됐지만 전력을 다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지난해에도 만기가 도래한 채무 800여억 위안을 모두 상환했다며 이로써 은행대출과 채권 244억 위안어치를 줄였다고도 덧붙였다. 

◆ 빚에 의존해 4년새 덩치 10배로 불려···부채덩어리로 전락

사실 민성투자는 지난 2014년 '중국판 JP모건'을 목표로 세워진 중국 최대 민영 투자회사다. 중국 1호 민영은행인 민생은행의 회장을 지낸 둥원뱌오(董文標)가 당시 59개 저명한 민영기업을 회사 주주로 유치해 설립했다. 민성투자 출범을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도 적극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민성투자는 2014년 설립 당시 자산이 300억 위안에 불과했지만 현재 3000억 위안 이상으로 4년여 만에 10배가 늘었다. 특히 그림자 금융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동원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며 금융·부동산·의료헬스·항공·에너지 등 사업을 전방위로 확장해 나갔다.  하지만 출범한지 5년도 채 안 돼 민성투자는 중국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애물단지로 전락한 모습이다. 

이는 과거 회사채와 그림자 금융을 통해 공격적으로 차입을 늘린 중국 민간기업들이 최근 중국 디레버리지(부채 감축) 기조 속에 그림자금융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자금난에 직면한 것이다. 

실제로 상하이신스지(新世界)신용평가사에 따르면 민성투자 부채는 4년도 안되는 시간에 갑절 이상으로 증가했지만, 지난해 6월말 기준 현금보유량은 전체 부채액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디레버리징,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둔화로 투자가 부진하고, 그림자 은행 단속이 강화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민성투자는 결국 디폴트 우려에 휩싸인 것이다.  

시장은 민성투자의 디폴트 위기에 중국 지도부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사실 중국 정부는 채권이 디폴트 되더라도 정부가 책임져주겠지 하는 식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해 그동안 기업 디폴트를 용인하는 자세를 취하려고 노력해 왔다. 하지만 최근 무역전쟁으로 경기하방 압력이 거세지면서 민영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둘러싸고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실제로 최근 수개월 간 중국 지도부는 자금난에 직면한 민간기업의 은행 대출을 지원하고,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기 위한 조치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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