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窓으로 경제보기⑤] 지나친 기업 규제와 골프룰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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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스포츠 칼럼니스트․前 KT스포츠 커뮤니케이션실장
입력 2019-02-1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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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스포츠 칼럼니스트]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것없이 정부의 규제를 풀어 달라고 하소연을 한다. 관계 장관은 물론, 국무총리, 심지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도 “지나친 규제가 신기술, 신제품 개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읍소를 하지만 규제혁신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첫발뗀 규제 샌드박스, 신청부터 칸막이” “미국은 유전자 분석 키트 파는데, 한국선 검사 항목도 규제” “국내선 인터넷은행 안할래요”. 규제 때문에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내용의 기사는 차고 넘친다.

국가경제를 살리는 규제 완화, 왜 늘 거북이 걸음으로 진행될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한마디로 말하면 공무원들이 이른바 ‘갑질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하는 탓이다. 기업들의 목을 죄려면 사업 허가권을 꽉 쥐고 있어야 하므로, 장관 지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그러면, 공무원들은 왜 변화와 개혁의 인식 변화가 더딜까? 150년, 200년 전으로 거슬러 가보자. 지방 관아의 아전들은 급여가 없었다. 급여가 없다는 건, 백성들에게서 뜯어 먹고 살라는 뜻이었다. 그래서 죽은 이들에게도 세금을 매기는 등 별 희한한 가렴주구(苛斂誅求)까지 생겼다. 이런 아전들의 의식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경제, 역사학자들이 논문 발표로 지적된 바 있다. 그러므로, 정부에서, 아니 대통령이 공무원들의 의식을 일깨우는 특단의 조치를 하지 않는 한 한국 경제는 발전 속도를 높일 수가 없다.

1834년 영국 왕 윌리엄 4세가 로열&에인션트 골프 클럽(R&A)을 결성케 해 최초의 골프 규칙을 제정할 땐 규칙이 몇가지 되지 않았다. 하지만 180년의 긴 세월이 흐르면서 엄청난 세포 분열을 일으켜 이젠 소책자로 만들만큼 룰이 복잡해졌다.

R&A는 지난해 말 복잡한 룰에 메스를 가해, 올해부터 프로 골프 선수들의 플레이를 편하게 만들고 있다. 종전에는 실수로 클럽이 벙커내 모래에 살짝 닿거나 어깨 높이 이하에서 공을 드롭하면 ‘치명적인 2벌타’를 당했다. 이젠 모래에 닿아도 벌칙이 없고 어깨가 아닌 무릎 이하에서 편하게 드롭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아마추어들이 불편하게 여긴 규제가 그린에서 퍼트할 때 깃대를 뽑아야 하는 것이었는데 이젠 홀컵에서 단 1m를 남겨도 깃대를 꽂고 플레이가 가능하다. 깃대를 뽑거나 꽂는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니 진행이 빨라졌고, 또 훨씬 편하게 플레이할수 있게 됐다.

그야말로 만시지탄이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올해부터 프로와 아마추어 가릴것 없이 골퍼들은 까다로운 몇가지 룰에서 시원하게 해방됐다. 골프의 규제 완화, 갑질 공무원들에게 신선한 메시지를 던져 주는 것 같다.

스포츠 칼럼니스트/前 KT 스포츠 커뮤니케이션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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