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콘텐츠 산업 활성화, 모두의 결단이 필요하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정두리 기자
입력 2019-02-11 10:2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김용희 숭실대 교수

김용희 숭실대 교수


요즘 대형 이동통신사가 케이블 사업자를 인수하는 문제로 다시금 시끌벅적하다. 만일 거래가 성사된다면 미디어 시장에서 근래 들어 가장 큰 인수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케이블 사업자를 인수하는 이동통신사는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추가적인 가입자 확보를 통해 규모의 효율성을 달성할 수준만큼 확보할 수 있어, 앞으로 산업 간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빅 블러(Big Blur) 현상 속에서 유무선 통합, 플랫폼 중심의 미디어 산업 통합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이러한 기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묵은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유료방송시장은 가격경쟁 과도로 인한 방송 상품의 저가화 및 가입자당 평균 수익(ARPU) 인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산업 성장을 북돋기에 어려운 구조로 고착되어 있다. 반면 지상파, 종편, 일반 PP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매년 콘텐츠 사용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양측이 서로 수익과 비용이 불균형하다고 생각하는 형상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 유튜브의 국내 미디어 시장의 안착에 따라 경쟁력 있는 콘텐츠의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콘텐츠 사업자는 경쟁력을 키울 대규모 투자보다는 해외사업자를 규제하라는 요구에 더 힘쓰고 있는 모양새다. 또한 몇몇 콘텐츠 사업자를 제외하고는 제작 투자보다는 과거 프로그램을 헐값으로 구매, 편성하여 재방, 3방 4방 혹은 그 이상 방영하여 연명하고 있는 콘텐츠 사업자가 다수인 상황이다. 우리나라 유료방송을 가입하여 시청할 때 채널수를 세어보면 200여 개나 되지만, 실제 유의미한 제작을 하거나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는 콘텐츠를 수급하여 방송하는 채널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넷플릭스는 국내 드라마 킹덤에 200억원, 국내 영화 옥자 제작비에 5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자했다. 과연 국내 사업자가 드라마에, 또 영화에 이 정도 금액을 투자할 수 있을까? 이들 콘텐츠의 성공을 반추해 보면 국내 콘텐츠 시장은 투자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콘텐츠 사업자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작거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시장이 아니다.

그동안 정부는 콘텐츠 사업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정책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또 많은 자원 역시 지원하였다. 다만 여러 사업자에게 고루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개별사업자에게 돌아가는 지원 및 투자 금액이 많지 않았고, 지속적인 지원이 어려워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국내 콘텐츠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단순히 소액의 제작지원만 할 것이 아니라, 대규모 투자와 지원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여 콘텐츠 사업자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시청자의 시청 패턴 변화에 따라 더 이상 다채널 정책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시청자들에게 소구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투자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고, 새롭고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콘텐츠를 구매하여 고품질의 콘텐츠를 생산할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콘텐츠 산업에 관련된 모든 이들의 결단이 필요하다. 먼저 플랫폼 사업자를 비롯한 자본과 가입자 경쟁력이 있는 사업자들이 제2의 CJ ENM, 스튜디오 드래곤 같은 전문 콘텐츠 제작사들을 설립하여 지속적인 투자 확대를 통해 제작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작과 유통 광고 집행 및 수주, 평가 등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다음으로 정부는 콘텐츠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화된 제작 채널들에 대한 지원을 크게 확대해야 한다. 정부 단독으로 지원이 어려우면 민간과 함께 하는 민간주도형 방송콘텐츠제작 사업 등을 마련하여 정부가 지원한 콘텐츠의 수익을 다른 콘텐츠 지원에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자본잠식이나 경영악화로 인해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운 콘텐츠 사업자나 편성만을 전문으로 하는 사업자 중 오래되고 저렴한 콘텐츠를 여러 번 방송하는 것에 그쳐 산업에 대한 기여 없이 수익만 챙기는 속칭 좀비 콘텐츠 사업자들의 퇴출 방안을 과감하게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공정한 평가·거래 시스템의 구축에 정부가 지도에 나서야 한다. 이를 통해 경쟁력 있는 사업자에게 더욱 높은 수익을 주고, 아무런 노력 없이 플랫폼에 기생하는 콘텐츠 사업자들은 기회를 주되, 타당한 근거와 문제점을 제시하면 사업자 간 합의 없이 콘텐츠 거래를 거절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검토할 시점이다.

시청자들 역시 좋은 콘텐츠에 대해서 좀 더 많은 이용대가를 지불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콘텐츠에 적정한 가격을 제공해야 미디어산업 생태계가 선순환 구조를 찾아갈 수 있다. 콘텐츠는 결코 무료가 아니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사업자와 산업을 고사시키는 저가 가격경쟁 구조를 청산해야 한다. 미디어산업 생태계 복원과 콘텐츠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 플랫폼사업자, 콘텐츠사업자, 시청자 모두 혁신적인 사고 전환을 단행해야할 시점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