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귀성族, 셀프기프팅…" 달라진 중국의 '춘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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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9-02-0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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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화, 교통수단 발달로 역귀성族 급증

  • 젊은층들 '나를 위한 소비' 급증

  • 안면인식, 드론 등 첨단 스마트 기술 눈에 띄어

춘제 연휴기간 주요 관광명소를 찾은 관광객들. [사진=신화통신]


#1. 중국 남부 대도시 광저우에서 10년 가까이 일하고 있는 리씨 부부는 쓰촨성 출신의 농민공(農民工·이주 노동자)이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 음력 설)이 왔지만 그들은 고향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대신 고향에 사는 친가·외가 부모님이 손녀 딸을 데리고 광저우까지 비행기를 타고 왔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오랜만에 단란한 시간을 보냈다.

#2. 중국 장쑤성 쑤저우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직장인 예씨. 그는 올 춘제 연휴 해외직구 사이트를 통해 명품 브랜드 한정판 향수를 비싼 값을 주고 구매했다. 그는 “지난 1년간 일하느라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향수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연 인원 30억명이 움직이는 세계 최대 대이동인 중국 설 명절 춘제의 풍속이 중국 경제 사회변화에 맞춰 변하고 있다. 중국 현지 언론들이 조명한 춘제 풍속의 새로운 트렌드는 역귀성, 셀프기프팅, 그리고 스마트다.

◆ "나는 역귀성族···항공권 티켓 90% 할인받는다!"
 

춘제 연휴기간 기차역 모습. [사진=신화통신]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은 최신호에서 역귀성, 중국어로 표현하면 ‘反向春運’ 혹은 ‘逆向春運’이 춘제의 새로운 풍속으로 자리잡았다고 보도했다.

역귀성은 명절에 부모가 외지에서 거주하는 자녀를 방문해 함께 지내는 현상이다. 한국에선 이미 역귀성이 새 풍속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중국도 최근 들어 대도시 젊은 층 근로자들이 춘제에 고향으로 가지 않고 반대로 부모와 가족을 불러 춘제 연휴를 지내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이트 시트립 조사에 따르면 역귀성족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 1위는 상하이였다. 베이징·광저우·선전·항저우·난징·톈진·칭다오·닝보·샤먼이 그 뒤를 이었다.

설 연휴 직전 주에 이들 도시로 가는 항공권 예매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4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성인 4명, 어린이 1명 단위로 항공권을 예매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 대부분이 시골에 사는 친가·외가 부모가 손주를 데리고 도시에 사는 자녀와 함께 설을 쇠러가는 역귀성족인 셈이다. 

춘제 연휴때 역귀성 항공권 가격은 최대 90%까지 할인을 받을 수 데다가 항공권 잔여 수량도 넉넉하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올해 설 연휴 직전 주 하얼빈→베이징 항공권 가격은 80~90% 할인된 180위안에 불과했다. 

◆ "굳이 사람 붐비는 명절에 고향에 갈 필요있나?"

젊은 층 근로자 중에는 연휴 기간 고향에 가지 않고 도시에 머무는 경우도 허다하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도시로 ’경제 이민’ 온 이들은 부모 세대보다 고향에 대한 애착이 덜 하다. 심지어 연휴 기간 더 많은 수당을 받기 위해 근무하기도 한다.

광저우에서 외식 배달원으로 일하는 리씨가 대표적이다. 산서성 출신인 그는 연휴 때 근무하면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는 선물로 광저우 특산품과 설빔을 우편으로 부쳤다. 리씨는 “교통이 편리해져서 평소 주말을 이용해 고향에 갈 수 있다”며 “굳이 사람이 붐비는 연휴 때 고향에 갈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는 모두 도시화 빠르게 진척되면서 나타난 대표적 현상이다. 실제로 지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새 도시로 신규 유입된 인구만 1억6000만명이다. 2008년 전체 인구의 절반도 되지 않던 도시인구는 현재 60%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교통수단 발달도 한몫 했다. 2008년까지만 해도 고속철이 전무했던 중국엔 이제 대륙 방방곡곡을 사통팔달로 잇는 고속철이 2만9000㎞ 깔려있다. 옛날처럼 일주일씩 이어지는 명절에 하루, 이틀씩 완행열차를 타고 고향을 갈 필요 없이 주말에 고속철을 타고 반나절이면 고향에 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14년 8600만명에 그쳤던 고속철 이용객은 올해 2억4000만명으로 5년새 네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 "셀프 기프팅으로···1년간 수고한 당신 떠나라!"

춘제 연휴에 소비 풍속도 바뀌고 있다.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사거나 배불리 먹는 게 중요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 들어 '웨지(悅己·스스로를 사랑하다)'형 소비가 늘고 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6일 보도했다. 웨지형 소비는 우리 말로 나를 위한 소비, 일종의 셀프 기프팅 소비로 번역할 수 있다. 

장쑤성 난징의 한 기업체에 근무하는 30대 남성 쉬씨는 춘제 연휴를 맞아 큰 맘 먹고 비싼 전동 면도기를 구매했다. 20대 샤오씨는 스스로를 위한 선물로 야한 속옷을 샀다. 그는 "비록 남자친구는 없지만 스스로를 매력적으로 꾸미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1년 간 수고한 나를 위해 태국 등으로 해외 여행을 떠나는 젊은 층들도 늘고 있다. 

소비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가치를 실현하며 행복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춘제 연휴 쇼핑센터에서는 셀프스케일링 기기, 헬스뷰티 제품 등 소비량이 급증하고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생화를 사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게 이러한 셀프 기프팅 소비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  통신은 이는 주민 소득증가, 중산층 증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발달 등에 따른 결과라고 전했다. 

◆ "아직도 기차역에서 신분증 꺼내? 안면인식으로 5초 만에 통과!"

안면인식으로 기차역 진입하는 승객들. [자료=중국정부 웹사이트]


스마트폰이 대중화하고 최첨단 기술이 중국 교통 체계에 도입되면서 춘제 연휴도 '스마트'하게 변하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대도시 기차역 입구엔 얼굴을 스캔해 신분을 파악할 수 있는 안면 인식 시스템을 도입했다. 더 이상 신분증 검사를 받기 위해 줄서서 기차역에 진입할 필요 없게 됐다. 

드론(무인기)도 동원됐다. 철도 여객운송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것 이외에 도로 교통사고 발생 상황이나 정체구간을 파악해 차량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데 드론이 투입되는 것이다. 

이밖에 중국인들은 새뱃돈도 모바일로 주고받는다. 이른 바 모바일 '훙바오(紅包·붉은 봉투)'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중국 주요 모바일 결제시스템으로 거래된 훙바오는 35억 위안(약 58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왕롄청산유한공사(NUCC)에 따르면 한때 초당 4만4000건의 훙바오가 오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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