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발견]33. 선한 의지,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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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환 기자
입력 2019-01-28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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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상한 사례'

[사진=아이클릭아트 제공]

# 결국 죄를 지은 것은 하이드였고, 하이드 혼자였으니까. 지킬은 전혀 나빠지지 않았다. 그는 겉보기에 전혀 손상을 입지 않고 자신의 선량한 모습으로 깨어났다. 가능한 경우에 그는 서둘러 하이드가 저지른 악행을 원상복구하려고 서두른 적도 있다. 그렇게 해서 그의 양심은 잠들어 갔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상한 사례(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부북스), 114쪽>

이중성은 모든 사람이 가진 기질입니다. 사람의 마음에는 착한 면과 악한 면이 함께 존재합니다. 인격적으로 아주 훌륭한 사람들 역시 종종 나쁜 마음을 먹습니다. 그것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느냐 옮기지 않느냐의 차이죠. 그런데 가끔 선으로 똘똘 뭉친 사람을 만납니다. 본인은 도덕적으로 흠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는 부류입니다. 신념이 워낙 강해 자신의 부정적인 면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여기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위선'입니다. 자신이 하는 일은 모두 선한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선의가 바탕이 됐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 없고, 여기서 논란이 생긴다 해도 별게 아닌 것으로 치부해 버립니다. 되레 이를 문제 삼는 쪽을 악의가 있다고 더 강하게 쏘아붙입니다. 위선이 커질수록 죄의식은 옅어집니다. 자신에게 무조건 정당성을 부여하고 다른 이들의 말에 귀를 막기 때문에 스스로 돌아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소설 속 지킬 박사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남 부러울 것이 없이 자란 전형적인 엘리트입니다. 그는 자기 마음속의 선과 악을 공존시키지 않고 이를 분리하는 방법을 찾습니다. 지킬이라는 명망 높은 이름을 유지하면서 깊은 내면 속 욕망을 분출시킬 대리인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에드워드 하이드가 탄생했습니다.

지킬 박사는 자신과 하이드는 서로 다른 존재라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하이드가 저지른 범죄는 자신과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서로 다른 존재가 아닌, 결국 한 사람이었습니다. 지킬 박사는 위선에 빠져 있던 것입니다. 결국 다른 존재라고 생각했던 하이드에게 지배를 당해 끝을 맞이합니다. 위선이 그를 파괴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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