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마두로, '빈민의 영웅'에서 경제파탄 원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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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9-01-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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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자 출신으로 차베스 밑에서 정치인으로 성장

  • 무지한 경제정책 추진과 독재권력 강화로 고립 자처

23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수도 카라카스의 대통령궁 발코니에서 국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AP·연합]


“조국의 독립과 평화와 번영을 위해 일하겠습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두 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는 취임식에서 한 약속이다.

"잘해 보겠다"던 마두로는 10여일 만에 축출될 위기에 몰렸다. 23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대의 열렬한 지지와 국제사회의 지지 속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으로서 국가행정 권력을 행사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이날은 1958년 베네수엘라에서 마르코스 페레스 히메네스 독재정권이 민중봉기로 무너진 지 61년이 되는 날이다.

1962년 수도 카라카스의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난 마두로는 버스운전사와 노조지도자를 거쳐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대선을 도우며 정계에 입문했다. 차베스 밑에서 국회의원·국회의장·부통령으로 승승장구하다, 2013년 암으로 숨진 차베스의 뒤를 이어 정권을 잡았다.

마두로는 집권 후 ‘빈민의 영웅’으로 칭송받던 차베스의 사회주의 노선을 그대로 답습했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차베스 정권의 선동적 포퓰리즘으로 재정이 위태로워지고 산업기반이 무너진 상황에서, 그는 대내외 경제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 정책으로 베네수엘라 경제를 파탄의 길로 이끌었다. 2014년 중반부터 시작된 국제유가 급락세는 베네수엘라 경제에 치명상을 입혔다. 석유 수출을 통해 정부 재정을 메우고 기본적인 생필품마저 수입에 의존하던 베네수엘라 경제는 끝 모르게 추락을 거듭했다. 연간 2만%가 넘는 살인적인 물가상승이 뒤따르면서 볼리바르화는 휴지조각이 됐다. 국민들의 삶도 황폐해졌다. 극심한 굶주림과 의약품 부족에 인구 10%가 엑소더스(대탈출)에 나서며 난민을 자처했다.

2017년 내내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지만 마두로는 무력진압으로 일관했다. 이 과정에서 120명 이상이 숨졌다. 그럼에도 그는 제헌의회를 꾸려 독재권력 강화에 치중했고 국제사회의 신임을 잃었다. 미국은 경제제재로 마두로의 퇴진을 압박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5월 부정선거 의혹 속에 조기대선을 치러 승리했다.

주춤하던 반정부 시위는 새해 들어 다시 격렬해졌다. 시위대는 마두로 정권의 퇴진과 재선을 요구했다. 이들의 분노는 이날 마두로의 멘토인 차베스 동상에 불을 질렀다. 같은 시간 마두로는 대통령궁 앞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서 모든 책임을 미국에 돌리며 국교단절을 선언했다. 안팎에서 정통성을 부정하는 상황에서 그가 '조국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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