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평화=경제'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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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 기자
입력 2019-01-1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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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 정경부장]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시한 ‘평화가 경제다’는 발언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 내, 특히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경제가 평화다’라고 반박하며 이를 비판하는 데 열을 올린다.

말장난 같기도 하지만, 현 정부의 외교 및 경제정책을 이념적인 잣대로 재단하려는 데서 생긴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오롯이 한국경제가 처한 현실만 놓고 봤을 때 ‘평화가 경제다’라는 명제보다 현실적인 것이 있을까?

심지어 박근혜 정부에서 주장한 ‘통일 대박’과 비교해 훨씬 가깝게 와 닿는다. 지난 한 해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1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실질적인 남북 관계 진전 등 실체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상에 북한처럼 '국가단위의 경제성장 잠재력'을 가진 시장은 없다. 풍부한 자원과 저렴한 노동력, 소비시장 등 북한시장이 개방될 경우 파급력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특히 세계경제 성장의 엔진이 꺼져가는 상황에서 북한의 중요성이 더해 가고 있다.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로 하향조정했다. 우리나라는 평균치에도 못 미치는 2.7%에 이를 전망이다. 그간 가장 큰 성장세를 보여 온 중국과 신흥국 역시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각각 6%, 4.2%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은 14%대 성장률에서 10%대, 6%대로 해마다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경제가 5% 이하로 성장할 경우, 세계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렇듯 올해 세계경제 둔화세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장으로서의 북한은 누구나 군침을 흘릴 만한 곳이다.

이미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은 정치적·지리적 역학관계에 더해 경제적으로도 북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앞세우며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서는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북한과의 비공식 접촉에 나서고 있다.

우선 세계 최대의 곡물업체인 카길은 극비리에 방북을 추진, 북한 곡물투자환경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곡물 및 종자, 육류 단백질을 생산·유통하는 세계적인 기업 중 한 곳으로 한국에도 지사를 두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카길은 미국의 비상장 회사 중 가장 큰 기업이다. 피고용인이 15만3000명에 2017년 매출은 1071억 달러에 이른다. 순이익도 23억 달러다. 카길이 상장할 경우, 포천 500 기준으로 미국 10위권 내 기업이다.

또 미국의 모 광물업체는 북한의 마그네사이트 등 광물자원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보유한 각종 희귀금속과 희토류를 포함한 잠재가치가 4000조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중국으로서는 북한과의 교역 선점이라는 이점을 살려 미국과의 경제 헤게모니 싸움에서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주요 무역국이지만 국제사회의 북한 경제제재 여파로 무역규모가 급감했다. 중국 매체인 다유신문망(多维新闻网)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북한과 중국 간 무역규모는 전년보다 52.9% 감소했다.

이 기간 북한의 중국 수출액은 1억9175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8.6%나 줄었고, 중국의 북한 수출도 20억100만 달러로 33% 감소했다. 그럼에도 북한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2007년 67.1%에서 9년 만인 2016년 92.5%로 급증했다.

중국이 지속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 북‧중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치 않다.

북한이 중국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면서도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가는 것 역시 경제문제다. 1991년 북한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4.4%로 추락한 데 이어, 1992년에는 마이너스 7.1%를 기록하는 등 1998년까지 8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우리다. 올해 세계경제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상황이다. 연초부터 증시가 대폭락하는 등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우리 경제 앞에는 올해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정치·경제적 위혐요인들이 그득하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처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 세계경제의 현주소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 온 미·중 무역전쟁과 신흥국 통화위기 등 '블랙스완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수출의 25%가량을 차지하는 중국도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기업부채, 그림자금융 등의 위험에 직면했다. 우리 경제가 이런 예견된 회색코뿔소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하는 셈이다. 

지난해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시 평양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냉면 사건이 회자된 바 있다. 당시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원장이 우리 대기업 총수들이 냉면을 먹는 자리에서 '아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고 발언한 것이 화제가 됐다.

논란은 차치하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북측에서 남북 관계에 속도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도 이런 논란에 대해 미국이나 중국 등 외세가 북한시장을 노리고 덤벼드는 상황에서 '우리 대기업이  너무 한가하다'는 식으로 비슷한 해명을 했다. 

우리에게 북한은 '한민족'이라는 정서적인 동질감밖에는 없다. 물론 그것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의 추동력을 갖는 것이지만, 경제적인 차원에서도 마냥 이것만을 들이밀 수는 없다. 경제제재 해제에 대비해 정부 뿐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 본격적인 경제협력에 대한 채비가 필요하다.  

분단의 해빙과 남·북 간 화해무드가 반드시 경제협력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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