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경제 대통령' 문재인을 기대하며

[김태균 정경부장]

‘6‧13 지방선거’는 ‘문재인에 의한’ ‘문재인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였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도 ‘촛불민심’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또 두 선거의 중심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있었다. 야권이 목을 건 △드루킹 △경제 △안보 등 여러 이슈에도 불구하고 여권이 압승을 거둔 이유다.

지방선거 전후의 여론조사가 이를 반영한다.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선거 전 70∽80%대에서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또 선거 후인 지난 18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 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80.2%에 이른다.

이런 마당이니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역대 최고의 지도자’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기반이 다져진다면 가히 ‘외교·안보 대통령’으로 불릴 만하다.

그러나 함정은 여기에 있다. 문 대통령의 지지도에 묻혀 지방선거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지금의 경제상황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다.

한국경제에는 이미 비상등이 켜졌다. 미셸 부커 세계정책연구소 소장이 말한 ‘회색 코뿔소’가 우리 경제에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우선 15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한국경제의 최대 위험 요소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와 경제학자 8명은 대담집에서 “(가계부채는) 터지면 수백만, 수천만명이 다치는 초강력 폭탄”이라고 정의했다.

문제는 가계의 빚 부담이 점점 가중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며 고삐가 잡히는 듯했다. 그러나 여전히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가계소득이 오른 속도보다 높다.

국제결제은행(BIS) 등에 따르면, 전체 소득 대비 부채의 원리금 상환액을 나타내는 DSR은 12.1%를 기록했다. 이는 2012년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수치다.

또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는 지난 1년간 2.2%p 늘어난 94.8%로, 세계 주요국 중 7위를 기록했다. 2014년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4.2%로 9위였던 것에 비해 3년 간 큰 상승폭을 보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라 우리나라 시중 금리도 오름세에 있다. 특히 금리상승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전세자금 대출 △신용대출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에 못지않게 위험한 것이 일자리 문제다. 지난 5월 취업자 증가 인원이 3개월 연속 10만명대에 머물더니, 5월에는 7만명대로 주저앉았다. 실업률은 4.0%로 5월 기준으로는 2000년 이후 18년 만에 가장 높다.

최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회색 코뿔소’는 지속적으로 위기를 경고했음에도 무시하거나, 알면서도 대책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에 쓰는 말”이라며 “청년일자리 문제가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코뿔소가 달려오는 재난 수준의 위기가 올 수 있고, ‘한 세대를 잃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일자리 문제와 연결된 또 다른 위험요인은 낮은 창업률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4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성장가능성이 큰 기회형 창업 비율이 21%에 그치는 대신 생계형 창업비율은 이보다 훨씬 높다. 반면 창업 국가로 잘 알려진 이스라엘의 경우 기회형 창업 비율이 58%이며, 미국·영국·일본 등도 46~54%에 달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마저 하락 추세다. 우리 잠재성장률은 2000년 초반 5%대에서 2~3%대로 떨어지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의 과제인 ‘민생 경제 회복’에 맞춰 “일자리 총력전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최근 고용시장 동향이 심상치 않다. 민주당은 심각성을 잘 알고 있고, 절박한 심정과 과감한 대책으로 앞장서겠다”며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정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도록, 모든 경제정책의 목표를 일자리 창출에 두겠다”고 말했다.

내각의 고민도 깊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현 정부의 경제팀에서도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귀띔한 바 있다.

문 대통령도 “(높은 지지에 대해)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는 정도의 두려움이 아니라 정말 등골이 서늘해지는, 등에서 식은땀이 나는 그런 정도의 두려움(을 느낀다)”이라며 지금의 분위기를 다잡고 있다.

그러나 김동연 부총리의 말처럼 '회색 코뿔소'는 지속적인 경고로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이다. 코뿔소는 멀리서도 눈에 잘 띄며 진동만으로도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거나, 대처 방법을 알지 못해 일부러 무시한다.

정치권 특히 여당 내에서는 벌써부터 2020년에 치러질 총선에 들떠있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현재의 희망이 가져다준 착시효과다. 이로 인해 또다시 경제가 희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분명한 것은 '현 정부내 남북 이슈를 덮을 만한 새로운 이벤트는 없다'는 것이다. 향후 총선은 물론, 대선의 키는 '경제'가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제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