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IT] 완벽한 타인 : 스마트폰은 내가 지난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정명섭 기자입력 : 2019-01-04 16:10
SK텔레콤·네이버·구글이 공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는?

영화 '완벽한 타인' 포스터[사진=네이버영화]


“아무튼 이 핸드폰이 문제야. 쓸데없이 너무 많은 게 들어있어. 통화 내역, 쇼핑 내역, 문자 있지, 위치, 스케줄. 완전 인생의 블랙박스라니까.”

40대 정신과 의사 예진(김지수 분)이 남편 석호(조진웅 분)와 새 빌라를 매입한 기념으로 남편의 동창생들을 초대합니다. 부부 동반으로 모인 저녁 식사자리에서 던진 이 한 마디. 결국 식사를 하는 동안 걸려오는 전화뿐만 아니라 문자, SNS 내역을 모두에게 공개하는 게임으로 이어집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면서 모든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은 겉으론 완벽해 보이는, 혹은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타인의 본성을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기기를 통해 풀어낸 영화입니다. 영화의 처음과 끝에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져 일시적으로 사라지는 월식이 등장합니다. 그림자에 가려졌다가 다시 고개를 드는 달처럼, 인간의 본성은 언젠가 드러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요? 영화 속 공간은 대부분 거실에 한정하지만, 배우들의 명연기와 심리 변화는 블록버스터 못지않은 긴장감을 줍니다.

일상의 필수품으로 자리를 잡은 스마트폰은 예진의 말처럼, 나를 너무 잘 아는 존재가 됐습니다. “구글이 부모보다 나를 더 잘 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구글은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기업으로도 유명하죠. 구글의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는 내가 관심을 가진 분야의 영상을 끊임없이 추천해줍니다. 구글에서 잠깐 검색한 제품이 어느새 페이스북 뉴스피드 중간 광고로 등장합니다. 해외여행을 위해 몇 가지 정보를 찾아보고 나면 언제부턴가 수많은 사이트에 현지 숙박업체들을 소개하는 광고가 붙습니다. 그들의 인공지능(AI)이 나의 검색 목록 등을 분석, 학습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스마트폰과 그 위에서 구동되는 앱을 사용하면 할수록 그들은 우리를 속속들이 알게 됩니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이해도는 더 높아지겠죠. 우리의 속을 그대로 노출하는 것 같아 불쾌하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제품과 서비스가 디지털화하는 과정에선 필연입니다. SK텔레콤이 모바일 내비게이션 앱 T맵을 왜 무료로 제공하는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유튜브 등 우리가 자주 사용하고 있는 대다수의 앱도 무료입니다. 이들의 진짜 목적은 ‘데이터 확보’입니다.

T맵 이용자들의 목적지를 통계로 내면 유명 관광지와 지역별 맛집, 목적지까지 걸린 시간, 이용자의 주행 습관 등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같은 데이터는 새로운 사업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가령 목적지를 가는 동안 주변 맛집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할 수 있습니다. 주행 습관 데이터는 보험료 책정 등에 반영할 수 있겠죠. 유튜브의 경우, 영상 시청 패턴을 분석해 추천 영상을 제공하면서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증가시킵니다. 그들이 유튜브에 오래 머물수록 광고 수익도 그만큼 증가하겠죠. 이처럼 데이터를 활용한 비즈니스는 무궁무진합니다. 기업들이 애써 만든 앱을 이용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이유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들이 내 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하는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입니다. 개인정보 유출은 최근 중소, 대기업 할 것 없이 터지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도 최근 이용자 정보가 유출되면서 세계적으로 뭇매를 맞았고, 구글의 SNS 서비스 구글플러스는 정보 유출 사태로 올해 중에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입니다. 특히 유출 사실을 알았을 때 해당 기업에서 제공하는 피해구제 절차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영화 속에서 정보 노출로 40년 지기 우정이 깨지는 것과 같은 일을 겪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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