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치료방법 등 의료행위는 특허 받을 수 없다

천성진 변리사(특허법인 무한)입력 : 2019-01-26 09:00
대법원 2018년 12월 14일 선고 2018허3062 판결
1. 들어가며

인류는 발명과 함께 발전해왔다. 내가 어느 시대에 뚝 떨어졌다고 하자. 그 시대에 가장 강력하게 성장하고 있는 나라는 그 시대에 가장 중요한 발명과 혁신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이다. 내가 1800년대에 떨어졌다고 하자. 모두가 역사를 알고 있듯이, 이 시기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여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많은 것들을 발명했다. 수력발전소, 전기배급시스템, 전구 등 전기를 만들고, 보내고, 사용하는 시스템이 이 시기에 미국에서 발명되었다. 그리고 건전지, 태양열 발전기, 재봉틀, 식기세척기, 전기 스토브, 에스컬레이터, 진공청소기, 전화, 선풍기, 리모콘, 스프링쿨러, 동영상(영화)(촬영기와 영사기), 영화필름, 신디사이저, 축음기(소리를 저장하고 재생), 오토바이, 청바지, 기관총, 빨대, 볼펜, 회전문, 신호등, 화재감지기, 지퍼, 솜사탕, 야구, 미식축구, 농구, 배구 등이 이 시기에 미국에서 발명되었다. 1903년에는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했다. 많은 경우 이러한 발명에는 특허가 함께 하였다.

과거에는 특허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특허를 내 본 적인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특허라는 단어는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이것을 특허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새로운 아이디어가 특허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커피 쿠폰을 생각해 보자. 커피 한 잔을 살 때마다 스탬프를 1개씩 찍고 스탬프를 10개 찍으면 커피 한 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쿠폰이다. 이것이 존재하지 않았을 때 이것을 처음 생각해냈다고 하면 이 새로운 아이디어는 특허를 받을 수 있을까? 답은 특허를 받을 수 “없다”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인데 왜 특허를 받을 수 없는지 의아해하는 분들이 계실 것 같다. 특허제도는 생명, 자유와 같이 천부인권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산업정책적으로 나라에 의하여 만들어진 제도이다. 그래서 나라에서 필요한 범위 내에서 특허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 특허법이 보호하는 것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한 것”이다. 그런데 앞에서 설명한 커피 쿠폰은 기술적 사상 즉 기술적 아이디어는 아니기 때문에 특허의 대상이 아니다.

이 외에도 산업정책적으로 특허를 받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에는 이런 것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1981년 특허법에서는 음식물이나 기호물의 발명, 의약품의 발명, 의약품을 혼합하여 의약을 제조하는 방법의 발명, 화학방법이나 원자핵변환방법에 의하여 제조될 수 있는 물질의 발명, 화학물질의 용도에 관한 발명 등은 특허를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발전하면서 특허를 받을 수 없는 것들의 범위가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현재는 이러한 발명들에 대해서도 특허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특허를 받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을 수술하거나 치료하거나 또는 진단하는 방법의 발명, 즉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산업상 이용할 수 있는 발명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하여, 특허를 받을 수 없다.

최근 이와 관련된 특허법원의 판결이 있어서,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본 사건에는 여러 가지의 쟁점이 포함되어 있지만, 다른 쟁점들은 소개하지 않고, 치료방법, 진단방법 등 의료행위에 관한 것만 소개한다.

2. 사실관계

① 원고는 미용 또는 치료 조성물에 관하여 특허출원을 하였다. 특허출원은 미용 조성물, 미용 조성물의 제조방법, 그리고 미용 조성물을 피부 등에 접촉시키는 단계를 포함한 방법 등 여러 개의 청구항을 포함하고 있었다. 하나의 특허출원은 여러 개의 청구항을 포함할 수 있는데 각 청구항마다 자신이 독점적 권리로 가지고 싶은 것들을 기재한다.

② 특허청은 이 특허출원을 심사한 후, 이 특허출원의 청구항들 중 일부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행위에 관한 것이라는 것을 이유로 이 특허출원을 거절결정하였다.

③ 출원인은 특허청의 거절결정에 불복하여 특허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특허심판원도 위와 동일한 이유로 거절결정을 유지하였다.

④ 출원인은 특허심판원의 위 결정에 불복하여 특허법원에 소송에 제기하였다. 미용 조성물을 피부 등에 접촉시키는 단계를 포함한 방법이 의료행위로 판단된 것인데, 출원인은 미용 조성물을 피부 등에 접촉시키는 것은 전문 의료인의 개입이 필요한 의료행위 또는 치료행위가 아니므로 특허법에서 정한 산업상 이용가능한 발명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3. 판결요지

특허법원은 본 사건의 발명(청구항 제25항에 기재된 발명)은 치료방법, 진단방법 등 의료행위에 해당하므로, 특허를 받을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① 특허법 제29조 제1항은 “산업상 이용할 수 있는 발명”으로서 신규성 및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 것은 특허를 받을 수 있다고 하여 산업상 이용가능성을 특허요건의 하나로 규정하는데, 인간을 수술하거나, 치료하거나, 진단하는 방법, 즉 의료행위의 발명은 산업상 이용가능성이 없으므로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대법원 1991. 3. 12. 선고 90후250 판결 참조), 인간을 치료하는 방법에는 직접적 치료방법뿐만 아니라 치료를 위한 예비적 처치방법, 건강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처치방법, 인체가 질병에 걸릴 가능성을 방지 또는 감소시키는 예방방법 및 간호방법도 포함된다(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재후43 판결 참조). 한편 청구항에 의료행위를 적어도 하나의 단계 또는 불가분의 구성요소로 포함하는 방법의 발명은 산업상 이용 가능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으며(특허법원 2005. 6. 23. 선고 2004허7142 판결 참조), 인체를 처치하는 방법이 치료효과와 미용효과 등의 비치료 효과를 동시에 가지는 경우에 치료 효과와 비치료 효과를 구별 및 분리할 수 없으면 그러한 방법은 치료방법에 해당하므로 산업상 이용 가능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② 이 사건 제25항 출원발명은 “피부, 점막, 또는 피부 부속기의 보습; 피부, 점막, 또는 피부 부속기의 리페어링(repairing) 향상; 진피 퍼밍(firmness) 향상; 노화방지 효과; 피지 분비 조절, 및 비듬(dandruff) 감소” 중 적어도 하나를 위한 방법으로 이 사건 제1항 출원발명 등의 조성물을 “피부, 피부 부속기, 점막, 또는 머리카락에 접촉시키는 단계”를 포함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것이다.

③ 이 사건 제25항 출원발명이 이 사건 제1항 출원발명의 미용 조성물을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사정, 특히 이 사건 제25항 출원발명의 조성물이 활성물질, 적용 부위, 적용 방법 면에서 치료 조성물과 동일할 뿐 아니라 미용치료 방법으로 사용되어 치료 효과와 미용 효과가 구별되거나 분리되지 아니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 제25항 출원발명은 “건강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처치방법” 또는 “인체가 질병에 걸릴 가능성을 방지 또는 감소시키는 예방방법”으로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 이 사건 출원명세서의 기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제25항 출원발명은 가수분해된 효모 단백질을 미용 용도뿐만 아니라 치료 용도로도 사용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 사건 출원명세서 중에는 출원발명이 미용 용도뿐 아니라 치료 용도로도 사용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 이 사건 출원명세서의 기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제25항 출원발명의 “리페어링(repairing) 향상; 진피 퍼밍(firmness) 향상; 노화방지효과; 피지 분비 조절, 및 비듬(dandruff) 감소”는 미용 효과뿐만 아니라 치료 효과도 의미하며, 특히 “리페어링 향상, 피지 분비 조절 및 비듬 감소”는 치료 효과가 주된 목적이고, 미용 효과는 치료에 수반되는 부수적 효과라고 봄이 타당하다.

- 이 사건 출원발명의 명세서에 의하면 미용 및 치료 조성물은 모두 동일한 종류 및 동일한 종의 효모에서 얻어진 가수분해된 효모 단백질을 활성물질로 포함하며, 피부 등 적용되는 부위 및 인체에 접촉하는 방법(도포)도 동일한 점, 또한 미용 조성물은 미용과 치료를 동시에 나타내는 “미용치료(cosmetic treatment)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제25항 출원발명에서 위와 같은 미용효과와 치료 효과는 서로 구별되거나 분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아니한다.

- 비듬은 피지선의 과다 분비, 두피 세포의 과다 증식, 곰팡이의 과다 증식의 원인으로 발생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지루성 피부염의 초기 증상 중 하나이다. 또한, 비듬은 질병분류표로서 L21.0의 코드가 부여되어 있고, 이는 지루피부염의 하위분류로서 두피지루성 피부염 중 하나이다.

④ 원고는, 이 사건 제25항 출원발명은 단순히 미용 조성물을 피부 등에 접촉시키는 단계를 포함할 뿐이어서 전문 의료인이 개입할 필요 없이 의학적 전문지식과 경험이 전혀 없는 자에 의해서도 수행될 수 있으므로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그 주장의 근거로 들었던 대법원판례(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5964 판결)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처벌하는 의료법위반 등 형사사건에 관한 것으로 이 사건과는 사안이 다르므로 이 사건에 그대로 원용할 수는 없다.

오히려 산업상 이용가능성이 없어 특허를 받을 수 없는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인간의 수술, 치료, 진단 방법 등의 의료행위에 대하여 특허를 부여하지 아니하는 주된 이유가 인간의 생명이나 건강을 유지, 회복하기 위한 방법에 관하여 배타적, 독점적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질병의 치료, 진단, 예방행위를 자유로이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 건강의 유지 또는 생존을 제한할 우려가 있어 특허제도의 목적에 우선하는 인간의 존엄이라는 절대적 가치에 반하기 때문이라는 점(특허법원 2005. 6. 23. 선고 2004허7142 판결 참조) 등을 고려하여 특허법의 관점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특허권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인간을 수술하거나, 치료하거나 진단하는 방법”이 반드시 의료법상 의료인에 의하여 수행되는 것으로만 제한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이 사건 제25항 출원발명은 조성물을 사용하는 방법의 주체를 한정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이 사건 출원발명의 명세서 중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도 의료법상 의료인의 개입을 배제하는 기재가 없는 이상, 의사가 비듬, 피지 분비에 따른 여드름, 지루성 피부염 등을 가진 환자를 치료하기 위하여 이 사건 출원발명의 조성물을 환부에 도포하는 것도 이 사건 제25항 출원발명의 보호범위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에서도 이 사건 제25항 출원발명은 인간을 치료하는 방법을 포함하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제25항 출원발명이 의료행위에 해당하여 산업상 이용가능성이 없으므로 특허법 제29조 제1항에 따라 특허를 받을 수 없다.

4. 판결의 의의

인간의 수술, 치료, 진단 방법 등의 의료행위도 기술의 발전과 함께 발전하고 있다. 새로운 수술, 치료, 진단 방법이 연구되고 개발되고 있다. 이 연구개발을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까지 특허를 부여하여, 특허권자의 허락 없이는 해당하는 수술, 치료, 진단 방법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한다면 이는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초래할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인간의 수술, 치료, 진단 방법 등의 의료행위는 특허를 받을 수 없는 것으로 하고 있다.

다만 특허를 받을 수 없는 것은 인간의 수술, 치료, 진단 방법 등의 의료행위이므로, 의료기기, 의약품 등은 특허를 받을 수 있다. 즉, 인간의 수술, 치료, 진단 방법 자체는 특허를 받을 수 없지만 인간의 수술, 치료, 진단에 사용되는 의료기기, 의약품 등은 특허를 받을 수 있다.

5. 나가며

특허를 받을 수 있는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지는 역사적으로 계속 논쟁되어 오고 있으며 그 시대 및 그 나라의 사정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지금도 이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그러나 특허로 보호를 받지 못하더라도, 인류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을 발명해왔다. 필자는 이것이 인간과 다른 개체를 구별하는 중요한 차이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발명이 우리를 항상 새로운 곳으로 인도해왔다. 이 가운데 대한민국도 많은 역할을 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러기를 바란다.

[사진=특허법인 무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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