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교토기업'에서 배우는 제조업 혁신의 방향

노승길 기자입력 : 2018-12-13 12:00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일본의 천년 고도(古都) 교토는 한국인이 많이 찾고,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곳으로 유명하다. 백제왕을 모신 히라노 신사가 있고, 교토 퍼플상가는 박지성 선수가 프로 인생을 시작한 팀이다. 또 교토 대표기업 중 하나인 교세라의 창업주이며 ‘경영의 신’이라고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씨 없는 수박’으로 유명한 우장춘 박사의 넷째 사위다.

교토는 교세라처럼 일본의 20년 불황 속에서도 하나의 거대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승승장구한 강소기업이 많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게임회사로 익숙한 닌텐도를 비롯해 △오므론 △무라타제작소 △일본전산 △시마즈제작소 등 최고의 기술력으로 세계시장을 장악한 기업이 즐비하다. 이들은 한 발 앞선 기술 개발로 4차 산업혁명시대에 더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교토식 경영’으로 불리는 이들의 독특한 경영방식은 중국 굴기와 추격형 양적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한국 제조업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먼저 교토 기업들은 문어발식 다각화를 하지 않고, 자신만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자 출신 창업주가 많고, 'No.1'보다 'Only One'이 되기를 원하는 교토인의 습성이 작용해 오랫동안 자기만의 영역에 투자한 결과다.

여기에는 오래전부터 △비단 △금속 △도자기 등 공업이 발달하면서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가 작용했다. 이는 우리가 잘하는 주력 제조업의 혁신에서 경제활력 회복의 답을 찾아야 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다음으로 교토 기업들은 글로벌 지향적이고 개방적이다. 교토 주변 시장이 협소하고, 창업 초기에 자사 제품이 국내 시장에서 외면받자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공략했다.

이에 따라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거래구조를 가진 기업이 많다. 특히 인수·합병(M&A)에 소극적인 보통의 일본기업과 달리 핵심사업 영역과 관련된 M&A로 경쟁력을 높이고, 인수한 기업의 문화를 존중한다.

수직적 거래구조 속에 폐쇄적 문화가 지배적인 우리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다른 특징으로, 주주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종업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상생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오므론의 경우, 사회복지법인과 합작해 1971년 세계 최초로 장애인을 고용하는 자회사를 만들기도 했다.

교토 기업들의 인재 육성에 대한 관심과 투자도 남다르다. 대학을 졸업하고 시마즈제작소에 평범한 엔지니어로 입사했던 다나카 고이치가 2002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사례는 유명하다.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교토 기업들은 인재의 소중함을 알기에 고용을 최대한 유지한다는 평가다. 상생과 사람에 대한 투자 역시 우리 제조업 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항상 강조되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특징은 창업주들이 혁신적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했다는 점이다. 내수시장에서의 좌절에 굴하지 않고, 역으로 세계로 뻗어나간 그들의 과감한 도전 정신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업주는 80이 다 된 나이에 파산위기에 빠진 일본항공(JAL) 회장으로 취임, 1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우리 기업들도 다시금 활력을 회복하고 과감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가는 것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우리 제조업을 제대로 혁신하고,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제조업 혁신 전략을 준비 중이다.

특히 지역 제조업 생태계를 살리고, 4차 산업혁명 시대 중소·중견기업이 생태계 주인으로서 과감한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대책을 통해 우리에게도 ‘군산 기업’, ‘창원 기업’과 같은 한국식 강소기업을 지칭하는 고유명사들이 많이 생겨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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