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대한민국 농업 한류의 주역, KOPIA가 가는 길

현상철 기자입력 : 2018-12-12 13:58
라승용 농촌진흥청장
KOPIA 통한 농업기술전수는 지속가능 원조 대표 사례

라승용 농촌진흥청장.[사진 = 농촌진흥청 제공]


지난 8월 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 아프리카에서만 7번째, 세계적으로는 21번째로 대한민국 농촌진흥청 코피아(KOPIA, Korea Program on International Agriculture) 센터가 문을 열었다.

KOPIA 센터는 대한민국 녹색혁명 경험과 우수한 농업기술을 개발도상국에 맞춤형으로 전수하는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을 진두지휘한다.

우리 몸의 모세혈관처럼, 전 세계 어디든 찾아가 현지에 적합한 사업을 발굴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바른 모델이다.

개소식 당일, 주식의 자급자족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가나의 사정을 대변하듯 현지 언론매체의 조명을 한 몸에 받았다. 한 방송기자는 꽤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

“KOPIA 센터 개소를 통해 당신들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원조라는 미명하에 무형의 이익을 챙기려는 속셈인지를 보기 위해 경계의 눈빛이 역력했다. 예기치 않은 질문에 순간 당황했지만,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면서 이들이 겪었던 아픈 경험이 깊은 상처로 남아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의 목적은 단순히 무상원조에 그치지 않고 ‘함께 멀리 가는 것’이라고 주저 없이 대답했다.

아프리카의 주식은 쌀이다. 하지만 생산량이 크게 부족해 소비량의 절반 이상을 수입한다. 2013년 아프리카의 쌀 수입량은 1400만t에 달한다.

이들이 처한 어려움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도 ‘보릿고개’라는 동병상련의 아픔을 알고, 이겨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짧은 기간 동안 품종 개량과 신속한 농가 보급으로 쌀의 자급을 이룩한 ‘통일벼 개발경험’이 있다.

농촌진흥청은 2013년부터 ‘빌 게이츠 재단’과 ‘록펠러 재단’이 후원하는 아프리카녹색혁명동맹(AGRA)과 아프리카벼연구소(Africa Rice)와 함께 아프리카에 적응하는 벼 품종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통일벼와 각 나라의 아프리카 벼를 교배해 아프리카의 주요 병해충과 재해에 저항성을 가진 품종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이를 토대로 2025년까지 20개국, 20만 농가의 벼 생산성을 25%까지 늘릴 계획이다.

작년 이맘때 아프리카벼연구소에 벼 육종 전문가를 파견해 1000계통의 벼 품종을 선발했고, 올해는 현지 품종 대비 1.9배 정도 생산량이 증가한다는 결과도 확인했다.

대한민국 벼 육종기술로 선발된 신품종은 아프리카 20개국에서 파견된 육종가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대한민국의 ODA사업 중 KOPIA를 통한 농업기술 전수는 주는 입장이 아닌 받는 입장을 최대한 공감해 펼쳐지는, 지속가능한 원조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KOPIA가 심는 '희망의 징조'는 아시아라고 다르지 않다. 라오스 농업현장에서는 ‘We can do’라는 인사말을 어디서나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KOPIA 센터 소장이 현지인을 만날 때마다 건넨 이 말이 유행처럼 번져 농업인 사이에서 통용되는 인사로 굳어졌다.

말 한마디가 지닌 긍정의 힘은 농업‧농촌에 자신감을 불어넣어, KOPIA센터를 통한 ‘종자생산 시스템 구축’이라는 결실을 맺게 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연례보고서를 보면 지구상에는 10억명 이상이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10세 미만의 어린이가 5초마다 1명씩 기아로 사망하며, 이들의 4분의3은 농촌지역에 산다.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을 지낸 기아문제연구자 장 지그러는 말했다. "우리가 세상을 바꾸지 않는다면, 아무도 그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KOPIA가 가는 길에 이정표가 되는 조언이다.

한 해 중 어느 때보다 주변의 그늘진 곳을 돌아보게 하는 12월이다. 대한민국이 상생의 정신으로 전 세계에 지핀 따뜻한 인류애가 지구촌 곳곳에 퍼져 국제사회의 모범이 되고 이웃 사랑의 증표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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