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안보실 '가짜 문건' 사건 전말 드러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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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 기자
입력 2018-11-2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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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 "국가안보실 사칭 '한미 균열 의혹' 문건은 반국가적행태…경찰수사 의뢰"

  • 김흥규 소장, 페이스북서 밝혀 "아주대 한중정책학술회의 준비 과정에서 발생…해킹메일로 가짜문서 다량 유포돼"

[사진=청와대]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사칭해 외교안보전문가들에게 뿌려진 ‘가짜 보고서’의 사건 전말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이 문제의 보고서를 처음으로 접한 사람은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인 것으로 보인다.

김 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한중 정책학술회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며 ‘가짜 보고서’ 사건의 전말을 전했다.

김 소장은 지난 13일 권희석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 명의의 이메일을 받았다. 권 비서관은 22일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가 주최하는 제5회 한ㆍ중 정책학술회의에서 오찬 연설을 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이메일에는 9쪽짜리 ‘권희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비서관의 강연 원고’라는 제목의 파일이 첨부돼 있었다.

그런데 이 파일 문서에 ‘안보 사안이니 보안을 요한다’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권 비서관이 공개발표문을 보내면서 이러한 문구를 적시한 것이 이상하다고 여긴 김 소장은 권 비서관에게 연락했다. 권 비서관이 보낸 메일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자 김 소장은 행사 참석자들에게 권 비서관을 사칭한 이메일을 조심하라고 알렸다고 한다.

그로부터 4일 뒤인 지난 17일, ‘권희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비서관의 강연 원고’라는 제목의 이메일이 또 전송됐다.

이번엔 발신인이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의 서 모 연구원이었고 역시 그가 보낸 메일이 아니었다.

김 소장은 “서 모 연구원의 메일을 도용해 마치 권 비서관의 파일인 것처럼 저희 회의 참여자를 포함해 다중에게 뿌린 것”이라며 “저희도 이를 인지허여 참여자들에게 바로 경고 메일을 보내 아직 피해자로 연락 온 것은 없다. 나중에 보니 서 연구원의 별도 이메일까지 만들어 뿌렸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 소장은 “서모 연구원의 명의를 도용해 뿌린 파일이 아시아경제 기자에게도 전달되어 이 문제의 보도가 나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저에게 확인 작업만 거쳤더라도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텐데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칭 이메일을 보낸 이의) 언어 구사나 접근 방법이 대단히 정교해서 이 업계의 내막을 아주 가까이서 잘 아는 집단의 소행으로 추정한다”고도 했다.

청와대도 특정인이나 단체가 의도적으로 가짜 문건을 만들고 e메일을 해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인 김흥규 교수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점까지도 교묘하게 활용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분명한 사실은 권희석 비서관이 문서를 보낸 바 없고, 강연 내용도 보도와 다르다”면서 “저희 회의에 참석한 기자들에게 문의하면 명확히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한 경제전문 매체는 지난 26일 청와대 안보실이 내부 보고용으로 작성한 한반도 정세 관련 9쪽짜리 문건을 입수했다며, ‘북미 비핵화ㆍ평화체제 협상 국면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우려와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청와대가 인지하고도 덮으려고 한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또 ‘남북 군사합의서에 대해서 한미가 충분히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 ‘북한 비핵화 해법에 대한 한미 간 이견이 커지고 있다’는 내용을 청와대가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자 이날 청와대는 즉각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문건의) 내용ㆍ형식ㆍ서체 모두 청와대와 무관하다”면서 “안보실은 물론 외곽 기관에서도 문서를 만든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청와대는 안보실과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경위파악에 나섰고, 안보실은 다음날인 27일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서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 수사를 의뢰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허위ㆍ조작 정보가 생산ㆍ유포된 경위가 대단히 치밀한 데다 담고 있는 내용 또한 한미 동맹을 깨뜨리고 이간질하려는 반국가적 행태”라고 지적하며 “끝까지 파헤쳐서 누가,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청와대는 이 사건이 단순한 오보 차원을 넘어서 언론 역사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악성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최소한의 확인도 거치지 않고 보도한 언론사에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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