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속 이야기] 과거에는 숭늉이 소화제 역할을 했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정세희 기자
입력 2018-11-23 00:0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사진=아주경제 DB]


대한민국은 커피 천국이다. 커피전문점이 없는 골목이 없고, 광화문과 여의도 등 서울 도심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은 점심식사를 끝내고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 길게 줄을 선다. 이런 풍경이 일상이 된 지도 오래다. 이제 커피는 국민음료로 자리 잡았다. 

커피가 들어오기 전, 서민들이 즐겼던 우리 고유의 전통음료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대표적인 음료로 숭늉이 꼽힌다. 한국과 중국, 일본 중에서 우리만 유독 차(茶)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차가 널리 보급되지 못할 정도로 숭늉을 즐겨 마셨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은 식후에 커피나 차를 마시지만 전에는 숭늉을 마셔야 식사를 끝낸 것으로 여겼다. 숭늉을 마시지 못하면 속이 더부룩하다며 먹은 음식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했다.

한국 사람들이 숭늉을 처음 접한 시기는 12세기 초기다. 당시 송나라 사신으로 고려를 다녀갔던 서긍이 쓴 '고려도경'에는 “고려 사람이 들고 다니는 물그릇은 위가 뾰족하고 바닥이 평평한데 그릇 속에는 숭늉을 담는다. 나라의 관리나 귀족들은 언제나 시중 드는 자를 시켜 숭늉 그릇을 들고 따라다니게 한다”고 적혀 있다. 요즘 사람들이 카페인에 인이 박인 것처럼 우리 선조들은 숭늉에 중독됐던 모양이다.

또, 숙종 때 청나라를 다녀온 김창업은 '연행일기'에서 식사 후 숭늉을 구해 마시고 속이 편했다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숭늉은 음료수일 뿐만 아니라 소화제 역할도 했던 것이다.

한국의 곡물 조리 발달과정을 보면, 처음에는 곡물을 구워 먹었다가 토기에 곡물과 물을 넣고 가열해 죽으로 먹기 시작했다. 다음에 시루를 이용해 곡물을 알갱이 그대로의 모양으로 쪄서 ‘지에밥’을 해 먹었다는 기록도 있다.

이후 철기가 보급되면서 철제가마솥을 이용, 물과 쌀을 솥에 넣어 가열해 밥을 했다. 가마솥 바닥에 붙은 밥알은 구수한 맛의 누룽지 재료가 됐다.

숭늉은 건강에도 좋은 음료다. 누룽지에는 전분의 분해과정에서 약간의 단맛이 나는 '덱스트란' 성분이 만들어지는데, 이 성분에는 소화율이 높고 숙취 해소에 도움을 주는 아미노산·식이섬유질 등이 들어 있다. 하지만 탄화 과정에서 열량은 금세 허기가 지고 탄화의 특성상 발암 잠재성이 상승하는 문제도 있다. 쌀은 밀에 비해 무기질, 비타민 등 영양성분 함량이 적지만 필수 아미노산은 풍부하다. 성장기 어린이에게 좋은 라이신이 2배가량 많다.

하지만, 전기밥솥의 등장과 함께 숭늉을 찾는 사람은 줄어들었다. 그러다가 최근엔 누룽지 기능을 추가시킨 밥솥, 누룽지 제과기, 누룽지 프라이팬까지 등장해 숭늉 음료의 이용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돌솥에 쌀과 보리를 섞어 누룽지를 만든 후 모아서 햇볕에 바짝 말렸다가 방앗간에서 빻아 숭늉 가루로 만들어 그때그때 끓여 먹기도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